
#경기도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재중동포(조선족) A씨는 지난달 중국 내에서 신종코로나 대비용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다는 가족의 연락을 받았다. 이에 KF94마스크 300장을 구입해 우체국에서 국제배송을 했으나 가족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이틀 뒤 중국 지방정부에서 "국가 비상사태에 우한지역 마스크 공급이 부족해 그쪽으로 보낸다. 기부해줘서 감사하다"는 문자를 A씨의 가족에게 남겼다.
#서울의 한 가정에서 육아도우미로 일하는 재중동포 B씨는 최근 중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중국 정부에서 며칠 전 B씨가 중국에 거주중인 가족들에게 보낸 마스크 택배를 언급하며 "국가를 위해 기부하면 좋겠다"고 종용했다. B씨는 "어렵게 구한 마스크를 포기하기는 싫었다"면서도 "나중에 중국에 돌아가 살 생각을 하니 정부의 지시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중국의 지인들을 염려해 택배로 보내는 마스크가 적지 않지만 상당수는 중간에 중국 정부에 의해 빼돌려진다. 사실상 '강탈'이지만 택배를 부친 순간 소유권이 중국에서 물품을 받은 사람에게 넘어가고, 중국 정부가 국내법상 긴급조치 등으로 다룰 경우 하소연할 길이 없다.
3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따른 중국 내 확진자는 1만7205명, 사망자는 361명으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중국 각지에서는 신종코로나 예방용 마스크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산 KF94 마스크는 중국인들에게 유독 인기가 높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신에 더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 "한국산 KF94 마스크가 성능이 좋다"는 소문이 퍼져서다. KF94 마스크는 평균 0.4㎛ 입자를 94% 이상 차단한다.
이 때문에 중국 보따리상들이 한국 제조업체에 현금을 들고 방문해 싹쓸이에 나서는 등 난리다. 한국에서 확보한 마스크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등 중국 현지에서는 제값에 정상적인 마스크를 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거주중인 중국인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한 마스크를 중국의 가족들에게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도 중국 정부에게 막히는 상황이다.
소유자의 동의를 강제하거나, 마스크를 가져간 뒤 통보하는 것은 원래 절도에 해당하지만 국내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중국이 긴급조치나 긴급명령 등으로 재산권에 제한을 가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 경우에도 보상은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변호사는 "마스크와 같은 동산의 증여는 점유 이전 시점을 기준으로 소유권을 구분한다"며 "택배가 부쳐진 시점 또는 중국 항만 등에 도착한 시점에 이미 소유권이 중국내 거주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행정권을 이용해 징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