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요구했다간 실형까지…尹정부 350개 공공기관 인사 어떻게?

사표 요구했다간 실형까지…尹정부 350개 공공기관 인사 어떻게?

이창명 기자
2022.03.11 06:00

김은경 前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판례로 임기 보장된 기관장에 관행적 사표 요구 사실상 불가능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2022.3.10/뉴스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2022.3.10/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뤄내면서 새 정부가 출범한다. 보통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각 부처 장관 뿐만 아니라 산하 기관장들도 새로 임명된다.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임기가 보장되긴 하지만 관행적으로 사표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선 이런 관행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아졌다. 지난해 대법원이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표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징역 2년 확정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자칫 임기가 남은 기관장에게 사표를 요구했다가 실형까지 받을 수 있는 셈이다.

10일 기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은 350개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기관장은 등은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사 중에 주무기관의 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사실상 대통령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자리다. 기관장 뿐만 아니라 이사와 감사 등을 합치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자리는 2000여개 정도로 추정된다.

법이 보장하는 공공기관의 기관장 임기는 3년, 이사와 감사의 임기는 2년이다. 이중 기관장의 경우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약 70~80%가 임기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산하기관장이 법적으론 임기를 보장받아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공직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안이지만 대통령이 실제로 몇 개의 산하기관장 인사에 직접 관여하는지도 불투명하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새 정부가 출범해도 산하기관장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공직사회도 이런 상황에 처하는 산하기관들이 생길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플럼북 참고해야"…대통령 측근 靑중심 아닌 정당 기여도·전문성 따른 임명 필요

이에 대해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통 기관장들은 스스로 물러나왔지만 만약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사표를 받아내기가 쉽지 않아졌다"면서 "새 정부는 특히 산하 공공기관과의 협업이 중요한데 지난 정부 임기 말 임명된 기관장들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 새 정부와 관련 공무원들은 매우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고, 전문성이나 관련 경력이 없이 이뤄지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전문가들은 미국의 '플럼북'(Plum Book) 시스템을 제안한다. 미국에선 플럼북에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진 9000여개 직책의 임명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다. 4년 마다 발간하는데 정당의 기여도 등에 따른 공직 임명이 이뤄진다.

박 교수는 "플럼북 같은 시스템 도입은 별도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도 않고, 지금 우리 공공기관 인사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공직사회도 새로운 기관장의 후보군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측근보다 전문성 등을 토대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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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명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이창명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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