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尹정부 '통상'의 운명③

'통상'의 나라의 산업에 영향을 주는 경제적 요소과 국가 간 협상을 바탕으로 한다는 외교적 요소가 혼재돼 있다. 경제와 외교 가운데 어느 분야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나라 별로 산업통상형, 외교통상형으로 갈린다.
주요국들의 통상 조직을 살펴보면 독일과 일본, 중국 등 제조업 수출 강국들은 산업통상형을, 자원·농업 부국들은 외교통상형 정부조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각 대륙별 교역액 상위 1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7개국이 산업통상형을 선택하고 있었다. 이어 6개국이 외교통상형, 미국과 영국 2개국이 독립형을 택했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경우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4개국 모두 산업통상형이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지난 22일 국제통상학회·국제경제법학회·무역구제학회 공동학술대회에 발표한 '신통상 추진체계와 신정부 통상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조사 대상 35곳 가운데 과반 이상인 20개국이 산업통상형 정부조직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통상형은 14개국, 독립형은 1개국에 그쳤다.
유형별로 보면 중국과 일본, 독일처럼 제조업에 기반한 수출이 강한 나라들은 주로 산업통상형 조직을 택했다. 제조업의 경우 관세와 법인세 등 현지 국가의 제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안전 규제와 기술표준, 지식재산권 등 관세·비관세 무역장벽이 중요하다. 이 문제들을 다루려면 통상 조직이 산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는 산업통상형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공급망 안정성 확보와 기술 동맹,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보건 협력 등이 핵심 이슈로 부상하면서 제조업 중심 국가들 내에서 산업과 통상의 연계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독립형 통상조직인 USTR(무역대표부)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도 최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산업 공급망과 첨단기술 중요성이 커지며 상무부와의 공조를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 상무부는 국제 무역과 경제 성장, 기술 발전 증진을 목표로 하는 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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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등 자원 부국이나 공산품을 수입하는 국가, 내수 위주로 경제를 운영하는 국가들은 통상정책을 외교부로 일원화하는 외교통상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외교부는 최근 산업부와는 다른 취지의 조사 결과를 내놨다. 외교통상형을 선택하는 선진국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다.
외교부는 2010년 OECD 10대 교역국 가운데 5개국(독일·프랑스· 네덜란드·이탈리아·영국)이 산업통상형, 3개국(한국·캐나다· 벨기에)이 외교통상형이었으나 지금은 산업통상형은 2개국(독일·한국)으로 줄고 외교통상형은 5개국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네덜란드(2012) △프랑스(2014)△이탈리아(2020년)가 외교통상형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했는데, 경제·안보가 융합되는 대외환경에 맞춰서 외교통상형이 많아졌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외교부는 "산업통상형인 독일도 최근 경제기후보호부를 출범시키며 기후변화 대응에 보다 역량을 집중하는 형태가 됐다"고 했다. 외교부는 산업통상형 국가들에서도 외교부처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이 사안에 따라 통상협상을 하지만 주요 통상협상의 수석대표는 외무성이 맡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산업통상형에서 외교통상형으로 바뀐 유럽 국가들이 있는 건 EU(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이 통상기능을 EU 집행위원회로 일원화하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회원국들이 통상기능을 EU 집행위로 넘김에 따라 자국 산업보호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EU내 영향력 강화에 집중할 필요성이 커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허윤 교수는 "통상정책을 두고 외교와 안보의 수단적 측면만 강조하면 국부창출의 기반이라는 통상정책의 산업적 측면을 놓치기 쉽다"며 "한국의 주요 경쟁국들은 최근 통상정책을 글로벌 산업경쟁의 중요한 한 축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