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대재해법은 '왜' 만들어졌나

[기자수첩]중대재해법은 '왜' 만들어졌나

김주현 기자
2022.07.10 13:23

"법이 있어도 전국 곳곳에 있는 현장에 다 적용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잖아요.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게 산업재해인 것 같아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6개월여를 놓고 한 고용노동부 관계자와 나눈 대화다. 노동계의 강력한 요구로 지난 1월27일 법 시행이 이뤄졌음에도 꾸준히 발생하는 산재를 보는 안타까움이 읽힌다.

산재를 뿌리 뽑고자 하는 고용부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산재 예방과 사업주의 처벌을 잇는 모호한 규정은 경영 일선에 많은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충분한 조치를 했음에도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선량하고 억울한 피해가 생길 수 있고, 처벌을 받는다 하더라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1호 중대재해법 적용 기업인 삼표산업 역시 여전히 검찰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꾸준히 과잉입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한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는 "외국과 비교해봐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개인에게 징역형 하한형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형벌 체계 균형상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부가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최고경영자(CEO)를 입건한 사건은 지난 5월까지 총 27건에 달한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법 시행 반년도 지나지 않아 중대재해법 개정에 나섰다. 하반기에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정비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하고, 내년에는 위반행위별로 합리적인 수준의 과태료 부과기준을 결정토록 한다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법 개정 계획이 현행법의 모호한 책임 기준을 명확하게 재정비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다. 노동계에서는 개정안이 산재 예방의 효과는 줄이고 경영계의 요구사항만 들어주는 식으로 처벌 형량만 낮추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고 있다.

시행 전부터 많은 논쟁을 낳았던 이 법이 벌써 한 해의 절반을 지났다. 어느 기업이 '1호' 꼬리표를 달지에 집중됐던 관심도 무색해졌다. 수술대에 오른 중대재해법의 취지는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을 위해선 현장 의견과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한데 모으는 것이 급선무다. 언제나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기자수첩 /사진=.
기자수첩 /사진=.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주현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사회부 김주현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