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전략' 구사하지만…경제 체질 개선의 기회"

"'미치광이전략' 구사하지만…경제 체질 개선의 기회"

세종=조규희 기자
2025.01.14 14:45

[MT리포트]아름다운(?) 단어 '관세'가 온다 ⑥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편집자주] 2025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다. 트럼프 효과는 이미 태풍이다. 그가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하는 부르는 '관세'가 무기다. 실제 관세 부과가 아니라 관세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세계 각국이 휘청댄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9년만에 물러난 것도, 멕시코가 국경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관세 압박' 때문이다. 트럼프의 관세는 동맹이라고 피해가지 않는다. 유럽, 브릭스는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협상이 아니라 자비를 구할 판이다. '트럼프 관세'의 배경, 영향, 세계 각국의 고민,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응 상황 등을 점검해본다.
여한구 미국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여한구 미국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트럼프 행정부 2기는 1기와 전혀 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통상 환경 미래는 암울하다. 보편관세를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해진 트럼프 2기지만 상황과 여건도 8년 전과 사뭇 다르다. 현지 투자를 비롯 미국과 우리 경제는 더 복잡하게 얽히고 설켰다. 무작정 때린다고 한쪽에 이득이 되는 구조가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공격은 스스로의 고통을 적잖게 수반할 수밖에 없다.

달라졌다지만 트럼프 1기의 경험에서 얻는 학습 효과도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협상에 나섰던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두려움보다 예측 가능한 상황에 대한 현명한 대처"를 주문한다. 아울러 미국을 중심으로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우리 경제의 체질 전환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여 전 본부장은 미국의 통상 정책을 책임지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통해 마주한 경험이 있다. 여 전 본부장과는 지난달 대면 인터뷰와 지난 10일 서면,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8년 만에 트럼프 행정부가 돌아왔다. 트럼프 1기는 어땠나.

▶돌이켜보면 그 때는 우리가 운이 좋았다. 우리도 탄핵의 혼란을 겪고 있었지만 미국도 당시 청문회 과정이 늦어지며 USTR 대표 임명에 4개월이 걸렸다. 그때까지는 우리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미국의 강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었다. 또 먼저 중국을 때리고 그 이후에 우방국에 관세 등을 부과하는 순서로 통상 전략을 펼치려고 했으나 윌버 로스 당시 상무장관이 모든 우방국을 대상으로 철강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힘을 결집해 중국에 대응해야 할 때 모든 우방국을 상대로 관세를 적용하니 유럽연합(EU)등을 포함해 여러나라에서 혼란이 있었다. 당시 라이트 하이저 USTR 대표가 후회한 부분이다.

-그때와 다를까.

▶지금 게임의 양상은 완전히 다르고 훨씬 심각하다. 그린랜드, 파나마운하, 브릭스 환율, 이민자, 마약 등 협상에 있어서 영토, 지정학 등 비경제적 목적으로 '미치광이전략(madman strategy)"을 구사하는 듯 하다. 정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주니 상대국 입장에서는 어떻게 양보를 해서라도 데미지(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트럼프 1기 때는 주로 경제적 목적의, 한정된 범위에서 관세를 부과했다면 이번에는 안보와 경제를 엮어서 관세를 휘두를 가능성이 있다.

- 10~20%의 보편관세 압박은 어떻게 봐야하나.

▶10~20% 보편관세 두려움에 대해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만 10% 맞게 되면 문제가 되지만 일본도, 독일도, 대만도 똑같이 맞게 되면 제품들 간 경쟁 구도의 차이가 없다. 또 지난해 대비 원화가치가 10% 이상으로 올라가 있는 상태인데 이렇게 되면 관세인상과 상쇄 효과가 생긴다. 결국 보편관세의 영향은 우리를 포함, 상대국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예외 국가로 인정받느냐의 중요한 문제가 생긴다.

▶보편관세도 상대적 게임이라 많은 주요 국가들이 신속한 '딜메이킹'을 통해 예외로 빠져나가려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탄핵으로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게 되면 타국에 비해 늦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트럼프 1기 때 철강 232조 협상을 했던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갑자기 모든 국가에 일반관세 25%를 부과한다고 했다. 그리고 '3개월여 후 발효하는데 그 전에 협상에는 오픈돼 있다'는 입장을 보이자 그 사이에 많은 국가들이 예외로 인정받으려 여러 가지를 제시하면서 협상을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개정을 진행하다보니 이 사안과 같이 패키지로 엮어서 예외를 인정받았다.

-가장 어려움이 예상되는 우리나라 산업은 무엇인가.

▶자동차 산업이라고 본다. 미국 무역적자의 70% 이상이 자동차에서 나온다. 1기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도 자동차가 큰 타깃이었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관세는 2.5%이고 트럭(상용차)은 25%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과정에서도 트럭은 25% 관세이기 때문에 미국의 자동차가 경쟁력이 있고 다른 부분은 2.5%로 해놓으니 외국차가 범람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우리는 한미 FTA에 따라 상호 관세가 0%다.

-예상되는 미국의 방식은.

▶트럼프 1기 때 국가안보를 근거로 232조를 자동차에 적용을 하려고 했다. 한미 FTA협상에서 미측 수석대표였던 마이클 비만 차관보의 저서를 보면 무역법 301조(슈퍼301조)를 통해 한국, 일본, 유럽산 자동차의 불공정을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나온다. 이런 여러 수단을 활용해 자동차 관세를 올리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지정학적이면서 패권 경쟁을 하는 미중 관계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 미국은 제조업을 재건해야 하는데 가장 필요한 게 파트너다. 패권 구도에서 한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자칫 잘못하고 최우방국인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하면 모멘텀이 상실될 수 있다는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야 한다.

-탄핵정국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정치상황이 안정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결국 협상력은 국내에서 나온다. 협상이 좀 늦어지더라도 정치적 불확실성만 거둬지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정부와 조율하면서 '실탄'을 만들 때다. 이제 관리무역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투자 결정, 발표 시점 및 방식 등 우리의 한정된 자원을 트럼프 정부 하에서 최대화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민관이 함께 찾아야 한다.

-미국의 영향으로 통상 환경도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는 (해외)현지 생산을 유연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통상 환경이 안정되면 기존대로 수출에 주력하면 되지만 이런 환경이 악화된다면 현지생산을 대체할 필요가 있다. 현지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수출과 투자' 병행 체재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벤치마킹할 사례가 있는가.

▶일본 기업이 이 부분에서 앞서있다. 1980년대 대미 통상 마찰을 거치면서 자동차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등 현지 생산 체제가 구축됐다. 현지화가 더 많이 진전돼 있다보니 환율 상황이 불리해져도 영향을 적게 받는다. 해외로 나간 일본 기업이 이익을 창출해 일본으로 배당금 등을 보내는데 이 부분의 경상수지가 한국보다 수배 이상 차이난다. 우리 경제도 외부환경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의 진화가 필요하다. 워런 버핏이 투자한 일본의 종합상사들도 과거 무역위주의 비즈니스모델을 투자 위주로 완전히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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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희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조규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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