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저자 노한동 작가

"'호날두 노쇼' 사건이 발생했을 때, 공무원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
최근 정부와 관료조직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의 저자 노한동(38) 작가의 탄식이다. 노 작가는 201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5급 사무관으로 입직했다. 책을 좋아해 출판산업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부푼 꿈을 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하지만 2023년 12월 서기관 승진과 동시에 10년 간의 공직에서의 경력을 마무리했다. 가족들이 만류했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뒤였다.
공직사회 안팎에선 젊은 전직 엘리트 공무원이 관료조직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 '가짜노동'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노 작가는 지난 1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공직에 있는 동안 '가랑비에 옷이 젖는 듯'한 무력감에 시달리게 하는 불필요한 가짜 노동이, 시간이 지나고 직급이 올라도 변하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호날두 노쇼' 사건이다. 2019년 7월 축구스타 크리스티노 호날두는 당시 소속팀 유벤투스와 팀 K리그 간 친선경기를 위해 방한했지만 경기엔 출전하지 않았다. 당시 호날두의 경기를 보기 위해 비싼 입장권을 구매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누구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비난의 화살이 정부로 향했다.
노 작가는 "호날두 노쇼 사건은 정부와 전혀 무관한 일인데 'K리그를 감사해야 하는거 아니냐'는 의원들의 어이없는 질의에도 밤을 새가며 답변 준비를 해야만 했다"며 "이로 인해 당시 진행하던 모든 업무가 마비됐고, 우리는 이 사건이 가라앉을 때까지 하나 하나 답변을 하면서 버틸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공무원들이 가진 권한은 없는데 책임만 무한해지는 일들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사회를 등지는 추세에 대해 노 작가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젊은 공무원들은 조금만 더 효율적으로 돌아가면 좋아진다는 게 보이는데 그게 관행에 쉽게 막혀버리는 걸 보면 무력해진다"면서 "오래 일하고 승진을 해도 바뀌는게 없다는 걸 알게 되니 결국 젊은 공무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 제도에선 순환보직제도의 문제점을 꼽았다. 노 작가는 "특정 직무를 잘 설정해 전문가가 되고 싶은 공무원은 그 직무에 머무르고, 또 순환보직을 선택한 공무원은 순환보직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인사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전문직 제도는 강제로 지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전문직에 앉히더라도 각종 예외규정을 통해 쉽게 빠져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공직사회가 달라지기 위해선 제도 개선보다는 저와 젊은 공무원들이 지적한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면서 "실무 공무원들은 이런 문제를 체감하고 있지만 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상황을 정확하게 인정하면 다음엔 원인이 분석되고 자연스럽게 제도적인 개선이나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공직사회를 떠난 지 1년이 지난 그는 "처음엔 부모님이 저의 결정에 아쉬워하셨지만 지금은 지지해주고 계시고, 다른 가족들과 친구들은 저의 문제의식과 결정에 대해 동감해주고 있다'며 "앞으론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