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트럼프 상호관세 발표와 그 이후

[기고] 트럼프 상호관세 발표와 그 이후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
2025.04.03 14:10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
권남훈 산업연구원 원장

많은 이들이 우려한 트럼프 상호관세의 내용이 공개됐다.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에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기본 관세율은 10%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 대부분에 20% 또는 그 이상의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이 받은 고지서는 25%다. 사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상품 관세율이 0%에 가까운 우리로서는 상호관세율이 타 국가보다 낮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소용없었다. 트럼프는 환율 조작이나 각종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하면 우리 관세율이 50%에 달한다는 표를 제시했지만 어떤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우선 결국에는 트럼프가 대선 때 공약한 구도가 큰 틀에서 유지됐다. 당시 트럼프는 10~20%의 보편관세와 '불공정' 무역국에 대한 추가 관세, 중국에 대한 60% 관세를 공약했다.

이번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는 34%지만 약 20%인 기존 관세에 추가된다고 밝히고 있어 관세율은 54%가 된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약을 충실히 실천한 셈이다. 다만 자동차와 멕시코 제품에 대한 100% 관세 공약도 있었는데 일단 25% 수준으로 맞춰진 상태다.

둘째 트럼프의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역적자 해소라는 점이 더 확실해졌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일부 예외를 적용했지만 한국을 포함해서 미국과 FTA를 맺은 여러 나라들에 대한 대우도 비체결국과 큰 차이가 없었다. 모두 같은 기본관세에다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국가에는 예외 없이 고율 관세가 부과됐다. 제도적 환경과 무관하게 무역적자를 그 자체로 불공정 무역의 증거로 간주한다는 의구심이 있다.

셋째 개발도상국에 더 가혹한 상호관세를 매겼다는 점이다. 베트남, 캄보디아, 스리랑카, 라오스, 미얀마, 모리셔스 등이 40%가 훌쩍 넘는 관세를 부과받았다. 이 나라들은 중국의 우회 수출 경로로 의심받기도 하지만 미국의 여러 기업이 낮은 비용을 좇아 생산설비를 이전한 국가들이다. 한국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접근이 유지된다면 앞으로 글로벌 생산 분업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무튼 결과는 나왔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가장 큰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다. 지난 수개월간 전 세계를 괴롭힌 것은 트럼프가 휘두를 관세 망치의 크기와 모양을 알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트럼프 자신도 모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메시지의 혼란이 계속됐다. 앞으로 또 다른 관세를 들고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이번 발표로 트럼프 관세정책의 큰 틀은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제부터가 국가별 협상의 시작이라는 점은 트럼프 스스로 인정하는 바다. 통상은 경제 논리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앞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최종 청구서의 내용과 협상 여지가 달라질 것이다.

한미FTA의 구속력이나 실무단계에서 쌓아 온 신뢰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분노나 패닉, 일방적인 입장의 호소 등은 도움을 주지 않음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반응이다. 관세로 인해 물가가 급등하고 경제가 얼어붙을지, 아니면 감내할 변화에 그칠지에 따라 트럼프의 접근도 달라질 것이다. 다만 이는 1년 혹은 수년을 기다려야 알 수 있다. 우리로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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