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 '콘트롤타워' 실종…책임지는 부처가 없다

산업정책 '콘트롤타워' 실종…책임지는 부처가 없다

세종=박광범 기자
2025.06.19 03:40

[창간기획-新산업책략]<1>③

[편집자주] 산업정책의 시대가 돌아왔다. 기술패권 시대의 새로운 현상이다. 산업정책의 부활은 선진국이 주도한다. 한국의 설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산업 혁신은 사라졌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만 늘었다. 정부 주도 산업정책으로의 전환, 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세종청사' 전경./사진제공=LH세종본부
'정부세종청사' 전경./사진제공=LH세종본부

"일각에서는 산업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산업 생태계가 이대로 가다가는 무너지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부가 뼈아픈 자성을 해야할 대목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했던 말이다. 7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 산업정책의 방향타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4차 산업혁명, 반도체, 배터리, 우주항공,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등 주요 국가 미래산업 전략 과제가 쏟아지지만 이를 조율할 '산업 콘트롤타워' 부재는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다. 하지만 최근 몇년 간 눈에 띄는 우리만의 산업정책은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부처 간 칸막이'에서 찾는다.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고 규제 권한은 다른 부처에 나뉘어 있어 산업부가 실질적인 정책 추진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업부가 전기차나 배터리 산업을 고도화하려 해도 예산을 쥔 기재부 협조 없이는 힘을 쓰기 어렵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기재부로선 '정부 가계부' 사정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다.

예산권이 산업정책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기재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EPB)은 예산을 무기로 산업정책을 주도했다. 대한민국 산업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경제기획원이 중심이 돼 추진했다.

예산 편성권을 쥔 경제기획원은 성장률 등 단기 지표 개선 위주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비전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경제기획원이 거시 정책을 마련하고 재원을 배분하며 기재부의 또다른 전신인 재무부가 미시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은 기재부로 한몸이 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는 끊임없이 갈등했다. 1990년대 중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과 자본시장 개방을 놓고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결국 두 부처는 재정경제원이라는 '매머드 부처'로 통합됐고, 현재의 기재부로 이어졌다.

하지만 통합 이후에도 내부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산업정책 기획 같은 장기 전략 기능은 점차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기획원이 산업의 큰 그림을 그리고, 상공부(현 산업부)가 세부 전략을 마련하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산권을 쥔 기재부와 산업부가 정책 주도권을 놓고 충돌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갈등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에는 데이터, AI, 양자기술 등 신기술이 산업정책 핵심으로 부상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부간 정책 기능, 관점 등을 두고 충돌이 벌어진다.

문제는 이 같은 갈등이 단순한 관점 차이를 넘어서 '책임 회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부처가 산업정책의 최종 책임자인지 명확하지 않아 사업 계획 수립이 늦어지거나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이처럼 부처 간 '칸막이 행정'과 조정 기능의 부재 속에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 차원의 정책조정 기능이 과거보다 약화하며 각 부처는 자신들의 업무 범위를 고수할뿐 국가 전체 관점에서 산업정책을 설계하려는 시도가 드물어졌다.

이에 따라 산업 전략은 부처 간 협의가 가능한 '최소공배수' 정책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정책 추진 속도와 강도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조정 권한을 가진 산업정책 콘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처럼 예산·산업·기술 부처를 아우르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산업정책 전문가는 "산업정책 거버넌스를 새롭게 짜야 할 시점"이라며 "미국은 CSIS 같은 싱크탱크가 산업·안보·기술을 통합적으로 분석해 국가 전략을 세우는데 우리도 경제, 기술, 안보를 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거버넌스 개편과 싱크탱크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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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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