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금산분리 완화 논란과 관련 "금산분리 완화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다른 대안이 있다면 그 대안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산분리 완화를 전면적인 투자 활성화 수단으로 단정하는 시각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 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바꾸기 위해선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체제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방지 방안과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산분리는 기업이 금융사를 사금고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를 제한하는 제도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독점의 폐해가 나타나지 않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현행 금산분리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주문한 바 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기업 투자 자금 조달을 도와주는 방안은 금산분리 완화 외에도 다양하다"며 "중요한 것은 경제력 집중 폐해를 최소화하면서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논의가 다양한 시각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한쪽에서 일종의 민원성 논의가 주를 이루는 거 같아서 상당히 불만"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기업들의 자본 조달 능력이 이미 검증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전략 산업 부문의 잘 나가는 기업들은 지금까지 자본 조달, 연구개발(R&D) 투자, 시설투자를 시장 안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해왔다"며 "전략산업 투자를 위해 당장 규제를 허무는 방식은 성급한 판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을 자기 책임 하에서 투자할 때 위험이 최소화될 수 있다"며 "50년 된 규제, 서구에선 100년 된 규제를 특정 기업의 민원이나 개별 현안 때문에 손보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백조원 규모로 10년 단위 계획을 세우기보다 기업들이 매년 시장 상황을 보며 스스로 조달·투자를 결정하는 방식이 현명하단 것이다.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 시 금융기관을 통한 산업 부문 지배력 확장을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특히 "한국 경제에서 경제력 집중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라며 "금융회사를 통한 산업 지배력 확대는 여전히 발생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규제 완화는 사회적·정책적 안전장치가 마련된 상태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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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완화를 두고 정부내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부처별 미션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도 다를 수 있다"면서도 "각자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제시하고 논의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주력 기업들이 자기 본업에 충실한 것"이라며 "괜히 투자회사를 만들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처럼 여기저기 투자를 확대하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들은 본업에 충실해서 R&D하고 혁신하고 시설투자하고, 기업형벤처캐피탈(CVC), 사내 벤처투자 같은 작은 씨앗들을 많이 만들어놓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CVC와 관련 지주회사 체제 아래 투자회사를 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주 위원장은 "GP(운용사)를 필요로 한다는 기업들의 요구가 어떤 목적에서 비롯된 것인지 더 살펴봐야 한다"며 "그런 구조가 없어도 기업들은 지금까지 필요한 시설투자를 충분히 해왔고, 이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