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이미 시행중인데" 늦어지는 '한국판 IRA' 도입

"다른 나라 이미 시행중인데" 늦어지는 '한국판 IRA' 도입

세종=박광범 기자
2026.01.11 06:10

[경제성장전략]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이 추진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 산업 공약으로,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에 비례해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제도의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국내생산촉진세제 방안을 담을 예정인데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더라도 내년에야 시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재경부는 오는 7월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방안을 발표한다.

국내생산촉진세제는 기업이 국내에서 생산한 물량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생산량에 연동되는 일종의 보조금 성격이다.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산업분야에 주로 적용돼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제도라는 점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안팎의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국내생산촉진세제는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발표된 지난해 세제개편안에 빠졌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세수 감소 우려가 막판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및 국회에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세계 각국이 자국 기업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됐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신설하는 제도인 만큼 정교한 설계를 위해 늦어졌다는 입장이다. 제도 도입으로 인한 기업의 생산량 증가 효과와 해외에 나가있던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효과에 대한 계측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분야를 전반적으로 따져봐야 하고 지원방식과 대상 등 검토를 위한 연구용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연구용역 수행 업체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해 상반기 중 나올 용역 결과를 포함해 구체적인 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국내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을 주지 않고 혜택만 받아 챙기는 '체리피킹'(과실만 따먹는 행위)을 방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단순 조립 수준의 투자를 배제하고 실질적으로 국내 생산 효과를 끌어올려 부차적인 고용 증대 효과까지 노리기 위해서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주요 부품이나 원자재 등을 다 수입한 다음 국내에서 조립만 했는데 생산촉진세제를 적용해야 될 것이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체리피킹을 막으면서도 요건이 까다로워 기업들의 '납세협력 비용'(세금을 내는데 필요한 시간적 ·경제적 부대비용)이 너무 복잡해지지 않도록 종합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들이 자국 내 생산량에 비례한 세제지원책을 이미 시행하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 확산에 따라 다른 나라들은 자국 내 생산량에 비례한 세제지원책을 시행 중이다.

예컨대 미국은 첨단 제조 생산세액공제(AMPC)를 통해 배터리와 핵심광물, 태양광·풍력 부품 등을 중심으로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도 '전략물자 국내생산 촉진세제'를 운영 중이다. 전기차와 반도체, 그린스틸, 그린케미컬 등이 지원 대상이다.

정부 계획대로 올해 세법개정안에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방안이 발표되더라도 정기국회 통과를 거쳐 내년에야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정기국회 통과 등을 거쳐 내년에 시행되겠지만 시행 시기를 특정할 순 없다"며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구체적인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통상 마찰 우려를 풀어야하는 것은 숙제다. 국내 특정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확대할 경우 수출 경쟁국들의 반발이 예상돼서다.

실제 현대자동차 측은 지난해 2월 이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과 비공개 간담회에서 국내생산촉진세제 제도 취지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미국이 이를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해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통상 규범과의 충돌 가능성 및 대응 사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등 해외의 대응 예측 등을 연구용역 검토 과제에 포함했다. 단순 제도 도입 여부를 넘어 통상 마찰 우려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방안을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광범 기자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