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무상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이 23%가량 줄어든 가운데 농림수산 분야 비중은 오히려 확대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계기로 수출과 연계한 전략형 농업 ODA로 체질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서울비즈센터에서 정용호 농식품부 국제협력관 주재로 '농업 ODA 관계기관 및 전문가 1차 포럼'을 개최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3일 제12차 무상개발협력전략회의를 열고 '제4차 무상분야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소규모·저성과 ODA 사업을 줄이고 성과 중심으로 구조를 손볼 계획이다. 이에 따라 무상 ODA 사업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무상 ODA 규모는 2조8435억원으로 의결돼 작년(3조6905억원)보다 약 22.9% 감소했다. 농림수산분야 ODA 예산은 2379억원으로 편성됐다. 지난해 3063억원과 비교하면 약 22.3% 줄어든 규모다. 다만 전체 예산 대비 비중은 지난해 8.3%에서 올해 9.5%로 늘었다.

우선 농식품부는 ODA를 통해 우리 농식품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ODA가 단순 원조에 그치지 않도록 국내 기업과 연계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에도 쌀 식량원조 사업을 통해 국산 영양강화쌀(FRK·인조미) 201톤(t)이 UN 식품조달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 바 있다. 국내기업 ㈜젤텍은 지난해 9월 WFP 납품업체로 공식 선정돼 한국 기업 최초로 UN 식품조달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농식품부는 연내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ODA 사업모델 2개를 발굴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베트남에서 감자·당근 재배 기반을 ODA로 지원하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이를 수매·가공해 상품화하는 식이다.
'K-라이스벨트' 등 기존 사업은 정교하게 다듬는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벼 종자 생산단지를 조성한 뒤 수확량이 높은 벼 종자를 생산, 농가에 보급해 기아 종식에 기여하는 정부의 대표적인 국제농업협력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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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는 생산된 벼 종자가 현지 농가에 원활히 보급될 수 있도록 후속사업을 발굴하기로 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세계식량계획(WFP) 등과의 연계도 확대한다.
식량원조는 품목을 다변화한다. 지원 규모는 15만t에서 5만t으로 축소됐지만 단순 물량 지원을 넘어 영양강화쌀·영양강화 비스킷 등으로 품목을 확대한다. 급식 지원을 통한 수혜자 영양 개선 등 성과관리도 강화한다.
스마트팜·농기자재 분야에선 기술 실증과 현지 적응을 거쳐 수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필리핀 농기계 조립단지, 라오스 스마트 양계, 방글라데시 가축질병 대응체계 구축 등이 주요 과제다.

다만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확보하지 못하면 또 다른 '분산형 지원'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ODA의 방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택윤 아프리카 벼 연구소(Africa Rice) 이사는 "기회를 만들지 못하는 ODA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실효성 있는 사업을 통해 상대국이 공식적으로 감사를 전할 수준이어야 진정한 외교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권 이사는 "대한민국은 한때 국제사회로부터 쌀을 지원받던 수원국이었다"며 "몇 만 톤(t)을 생산했다는 수치보다 대한민국이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됐다는 서사를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나서서 '쌀을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가 됐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ODA의 파급효과를 국내 상황과 연계해 알릴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송양훈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쌀 식량원조가 국내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숫자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5만t을 국내 시장에서 격리한다고 가정하면 40㎏ 기준 약 8만원 수준의 수매가격을 적용할 경우 1t당 약 200만원, 총 3000억원 규모의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ODA 방식으로 지원할 경우 단순 비교만으로도 상당한 재정 절감 효과가 있다"며 "재고 관리 비용 절감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비용 효율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정용호 농식품부 국제협력관은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경늘 향후 신규사업 기획 및 농업 ODA 체계 개선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 라이스벨트, 식량원조 등 핵심 농업 ODA 사업에 대해 논의하고 하반기엔 2차 포럼을 개최해 발전 방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