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6년 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로 선임된 그에게 예산과 관련한 질문을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추가경정 예산안이 화두였다. 설명은 명료했고, 구체적이었다.
인터뷰 내내 눈길을 끈 건 의원실 벽에 걸려 있던 사진 한 장이었다. 파인텍 고공농성을 다룬 사진으로, 굴뚝 위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박 의원은 파인텍 노사를 중재하는 역할을 맡았고, 중재는 성공했다. 노동자들은 426일 만에 굴뚝에서 내려왔다. 그걸 잊지 않기 위해 걸어둔 사진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후 예결위 간사와 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지냈다. 이런 이력이 쌓여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됐다. 박 후보자는 지난 3일 첫 출근길에서 "지방 골목골목까지 재정이 따뜻한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발언에서 예결위 간사의 모습과 굴뚝 사진이 겹쳐 보였다.
박 후보자는 오는 23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통상 인사청문회를 앞둔 부처는 예민해진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각종 의혹 탓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팀까지 꾸려진다. 기자들도 덩달아 바빠진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인사청문회가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제기되는 의혹이 거의 없다. 이례적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낯설다.
이 같은 상황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기획처 장관 후보자 대한 관심이 덜하거나, 의혹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자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획처 재출범은 이재명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이다. 누가 수장이 될지 오래전부터 관심사였다. 이혜훈 전 후보자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 후자일 가능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박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약 6억원이다. 서울 강북의 작은 아파트 등이 재산신고서에 담겼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청빈한 정치인이 나라 살림을 짜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간의 상황을 보면,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의혹 해소보다 정책 질의 중심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경 논의가 한창인 상황이기에 재정 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예상된다. 확장재정, 재정의 지속가능성, 국가부채 등 익숙한 쟁점들이 다시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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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번 인사청문회는 기획처의 존재 이유를 묻는 자리가 돼야 한다. 기획처는 예산 편성뿐 아니라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즉 미래전략을 수립하는 부처다. 미래전략 수립은 1960년대 경제기획원부터 정부조직법의 가장 앞자리에 놓였던 핵심 역할이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시절 미래전략은 늘 뒷전이었다. 관련 부서로 발령 나면 '물 먹었다'는 말이 돌았고,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 이후 국가 차원의 청사진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대한민국의 비전을 묻는 자리여야 한다. 후보자 의혹이 많지 않기에 조용한 청문회가 될 순 있다. 하지만 미래를 고민하는 비전까지 조용해선 안 된다. 선진국 자리에 올라선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마땅히 내세울 미래비전이 없었다는 건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