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 심사 우회하는 '핵심인재 빼가기'도 차단…"기업결합 신고·심사대상 포함"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수 사업자의 독과점 고착화에 대응해 '구조적 조치' 도입을 추진한다. 기존 행태적 시정조치와 과징금 제재만으로는 독과점 폐해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분할이나 지분매각 등과 같은 구조적 조치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또 핵심 인재를 흡수하는 등 사실상 기업인수 효과를 내는 신유형 기업결합도 기업결합 신고 및 심사를 의무화한다.
'제25차 국제경쟁네트워크(ICN·International Competition Network)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주 위원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으로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 시장 독과점화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익편취, 부당지원 행위 등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억제하는데 구조적 조치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에 '구조적 조치' 부과 근거를 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조적 조치란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경쟁을 제한할 때 그 기업의 소유 구조나 사업 행태를 바꾸도록 강제하는 강력한 시정조치를 의미한다. 단순히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명령하거나 과징금을 매기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몸집이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독과점 폐해가 나타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세부적으로 기업분할명령, 지분매각명령, 영업양도명령 등과 같은 방식이 사용된다.
주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급격하고 압축적인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소수의 대기업에 자원과 지원이 집중되면서 이들이 주요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는 구조적 문제가 해외에 비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며 "설탕, 밀가루 등 과점 구조가 고착화된 시장에서는 수십년 간 담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신생산업이라 볼 수 있는 플랫폼 분야에서도 네트워크 효과와 쏠림현상으로 2~3개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기업들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주로 행태적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를 통해 대응해 왔다.
주 위원장은 "위법행위를 미래에 중지시키는 행태적 시정조치와 사후적인 과징금 부과로는 독과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진국 경쟁당국의 법 집행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공정위도 우리 경제의 독과점 고착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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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만 "구조적 조치는 최후의 수단으로 예외적이고 중대한 상황에 한정해 보충적으로 발동되도록 최대한 신중하게 설계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하고 신속히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주 위원장은 '애크하이어'(Acqui-hire·인재확보형 결합)와 같이 기존 기업결합 심사를 우회하는 형태의 신유형 기업결합을 기업결합 신고 및 심사대상에 명확히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크하이어란 회사·사업부를 인수하는 전통적 M&A(인수합병)와 달리 창업자 등 핵심인재와 주요 기술·라이선스를 확보해 결합하는 방식의 M&A를 의미한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의 핵심인력을 흡수하는 형태로 기업결합 심사를 회피하며 논란이 됐다. 2024년 MS(마이크로소프트)가 스타트업 '인플렉션 AI'의 핵심 인력 대부분을 채용하고 AI 모델 라이선스를 구매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 공정거래 법령 역시 기업결합 유형을 △주식취득 △임원겸임 △합병 △영업양수 △회사설립 참여 등 5개로만 구분하고 있어 애크하이어와 같은 경우 기업결합 신고 및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주 위원장은 "'기업결합의 신고요령'(공정위 고시) 개정을 통해 핵심 인력의 조직적 이전 등이 영업양수의 효과를 가지는 경우 기업결합 신고, 심사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할 것"이라며 "상반기 중 개정안을 마련해 의견을 수렴한 후 연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