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독과점 고착화에 '칼' 뽑는다…기업분할 등 '구조적 조치' 도입 추진

공정위, 독과점 고착화에 '칼' 뽑는다…기업분할 등 '구조적 조치' 도입 추진

마닐라(필리핀)=박광범 기자
2026.05.10 12:00

기업결합 심사 우회하는 '핵심인재 빼가기'도 차단…"기업결합 신고·심사대상 포함"

제25차 ICN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7일(현지시간) 마닐라 힐튼호텔에서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공정위
제25차 ICN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7일(현지시간) 마닐라 힐튼호텔에서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수 사업자의 독과점 고착화에 대응해 '구조적 조치' 도입을 추진한다. 기존 행태적 시정조치와 과징금 제재만으로는 독과점 폐해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기업분할이나 지분매각 등과 같은 구조적 조치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또 핵심 인재를 흡수하는 등 사실상 기업인수 효과를 내는 신유형 기업결합도 기업결합 신고 및 심사를 의무화한다.

'제25차 국제경쟁네트워크(ICN·International Competition Network)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주 위원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대기업집단으로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 시장 독과점화의 구조적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익편취, 부당지원 행위 등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억제하는데 구조적 조치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공정거래법)에 '구조적 조치' 부과 근거를 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구조적 조치란 기업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경쟁을 제한할 때 그 기업의 소유 구조나 사업 행태를 바꾸도록 강제하는 강력한 시정조치를 의미한다. 단순히 나쁜 짓을 하지 말라고 명령하거나 과징금을 매기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몸집이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 독과점 폐해가 나타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원천적으로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세부적으로 기업분할명령, 지분매각명령, 영업양도명령 등과 같은 방식이 사용된다.

주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급격하고 압축적인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소수의 대기업에 자원과 지원이 집중되면서 이들이 주요 시장의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는 구조적 문제가 해외에 비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며 "설탕, 밀가루 등 과점 구조가 고착화된 시장에서는 수십년 간 담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신생산업이라 볼 수 있는 플랫폼 분야에서도 네트워크 효과와 쏠림현상으로 2~3개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정위는 기업들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주로 행태적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를 통해 대응해 왔다.

주 위원장은 "위법행위를 미래에 중지시키는 행태적 시정조치와 사후적인 과징금 부과로는 독과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선진국 경쟁당국의 법 집행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공정위도 우리 경제의 독과점 고착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엄중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구조적 조치는 최후의 수단으로 예외적이고 중대한 상황에 한정해 보충적으로 발동되도록 최대한 신중하게 설계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하고 신속히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제25차 ICN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사진 가운데)이 7일(현지시간) 마닐라 힐튼호텔에서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공정위
제25차 ICN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사진 가운데)이 7일(현지시간) 마닐라 힐튼호텔에서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공정위

또 주 위원장은 '애크하이어'(Acqui-hire·인재확보형 결합)와 같이 기존 기업결합 심사를 우회하는 형태의 신유형 기업결합을 기업결합 신고 및 심사대상에 명확히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크하이어란 회사·사업부를 인수하는 전통적 M&A(인수합병)와 달리 창업자 등 핵심인재와 주요 기술·라이선스를 확보해 결합하는 방식의 M&A를 의미한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스타트업의 핵심인력을 흡수하는 형태로 기업결합 심사를 회피하며 논란이 됐다. 2024년 MS(마이크로소프트)가 스타트업 '인플렉션 AI'의 핵심 인력 대부분을 채용하고 AI 모델 라이선스를 구매한 게 대표적이다.

국내 공정거래 법령 역시 기업결합 유형을 △주식취득 △임원겸임 △합병 △영업양수 △회사설립 참여 등 5개로만 구분하고 있어 애크하이어와 같은 경우 기업결합 신고 및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주 위원장은 "'기업결합의 신고요령'(공정위 고시) 개정을 통해 핵심 인력의 조직적 이전 등이 영업양수의 효과를 가지는 경우 기업결합 신고, 심사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할 것"이라며 "상반기 중 개정안을 마련해 의견을 수렴한 후 연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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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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