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부문에서 착취적 하도급은 문제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채용과 도급계약 관행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지시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최저임금만 지급하거나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2년 미만으로 고용하는 등의 관행은 "부도덕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와 근로자 처우개선을 위해 공공이 우선 모범적 사용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이번 '공공부문 도급 운영 개선방안' 대책을 통해 공공의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적정 낙찰률 보장 등의 조치를 취한 이유다.
16일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다수 공공기관에서 도급을 적정하게 활용하고 있었으나 일부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확인됐다. 노동부는 이번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해 8~9월 발전·에너지·공항·철도·도로·항만 등 6개 공공분야에서 총 584건의 도급계약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도급계약 평균 낙찰률은 93.2%로 대부분 90%를 초과했다. 인건비 비중이 55.7%로 가장 높고 운영비 38.3%, 이윤 8.1%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낙찰률이 80% 미만인 계약도 전체의 6.4%를 차지했으며 일부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에서는 60~70%대의 낮은 낙찰률이 적용되는 사례도 있었다.
공공부문의 최저낙찰률은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청소·경비 등 일반용역의 경우 최저낙찰하한율 87.995%가 적용되는데 단순노무종사원의 시중노임단가(1만1337원)에 최저낙찰률을 적용하면 시간당 임금은 9976원으로 최저임금(1만320원)보다 낮아진다. 공공부문에서 최저임금 미만으로 지급할 수 없기에 최저낙찰률에 따라 최저임금을 지급해 왔던 것이다.
같은 업무임에도 도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직원과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사례도 있었다. A공공기관의 경우 소속 직원은 업무에 따라 342만~358만원의 월급을 받았지만 A기관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회사 소속 직원은 같은 업무임에도 293만~310만원의 월급을 받았다.
도급계약 기간이 1년 이하인 경우도 절반 이상이었다. 원도급의 경우 1년 계약이 51.3%, 1~2년은 25.6%로 나타났다. 하도급(2차 도급)은 1년 미만 35.3%, 1년 29.4%, 1~2년 35.3%였다. 통상 매년 도급계약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다보니 도급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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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한 도급금액 감소로 하도급 노동자의 임금 등 노동조건 저하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조사에서 584건의 도급계약 중 원도급은 460건, 하도급은 124건이었다. 2차, 3차 도급으로 내려갈수록 도급금액은 감소하고 그만큼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임금은 적어진다.
이에 정부는 적정 낙찰률 보장과 하도급 원칙적 금지로 도급 노동자들의 근로여건을 개선키로 했다. 일반용역 등의 최저 낙찰하한율은 2%포인트(p)씩 상향한다. 이미 지방자치단체 적격심사 대상 공사의 경우 행정안전부 예규 개정을 통해 하한율을 2%p씩 올린 81.995%~89.745%로 조정했다. 청소·경비 등에 해당하는 일반용역의 낙찰하한율도 현재 87.995%에서 89.995%로 상향될 전망이다.
하도급은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신기술·전문성 활용, 일시·간헐 업무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예외적인 경우에는 '하도급 적정성 사전심사'를 거쳐야 한다.
불합리한 임금격차도 완화한다. 총인건비 인상률 산정시 복지 3종은 제외한다. 임금인상률 착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복지 3종은 △급식비 월 14만원 △복지포인트 연 50만원 △명절상여금 기본급 120%다.
고용안정성 강화를 위해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급계약 기간은 2년 이상 보장할 계획이다. 도급 회사는 소속 근로자에 대해 도급계약과 동일한 기간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회피, 퇴직금 미지급 꼼수를 위한 '쪼개기 계약'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만 일시적인 프로젝트이거나 2년 이내 완료되는 사업의 경우 2년 미만 도급계약이 가능하다. 이때는 사업 완료에 필요한 기간 전체에 대해 근로계약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 도급업체 변경이 고용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고용승계 여부도 명확히 하도록 했다.
노동부는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 중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며 "공공이 모범적인 사용자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