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임기를 마치며 "금리를 변동하지 않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라며 최근 통화정책을 둘러싼 '딜레마' 평가에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이날 이임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이 딜레마에 빠졌다는 표현은 마치 뭘 해야 되는데 못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며 "금리를 안 올리는 것도 굉장히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상황은 매일 바뀌고 있어 어느 방향으로 갈지를 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중동 정세와 인플레이션, 성장 흐름을 함께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리 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한동안은 왜 금리를 안 낮추냐고 비판받았고, 지금은 반대로 금리 때문에 환율이 올랐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양쪽으로 비난받는 걸 보니 중간에서 잘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두고 "물가는 2% 수준이었지만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문제가 있어 금리를 유지했다"며 "통화정책은 물가만 보는 게 아니라 금융안정과 환율을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환시장 대응과 관련해서는 "한은에서 외환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있다는 취지로 굉장히 많이 페이퍼를 썼고 그런 면에서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외환시장 문제가 생겨도 한국은행 역할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한은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부동산 문제는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고 정책을 오래 지속해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집을 못 구하는 문제는 저출산과 사회 갈등, 미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관련해선 △중동전쟁 불확실성 △인공지능(AI)·사이버 보안문제 등을 주요 화두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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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의 글로벌 경제 파급 효과와 관련해선 "다들 지금 미국, 이란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 하나도 모르는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이번 사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달리 유럽보다 아시아가 제일 어렵고 다음은 아프리카가 어렵다"며 "원유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제조업 공급망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생산 차질까지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엔트로픽의 차세대 AI 모델 '클로드 미토스'의 보안문제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이 모델은 비전문가도 해킹을 시도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면서 전세계 금융권에서 논란이 됐다.
이 총재는 "이번에는 사이버 보안과 AI 규제가 국제적으로 협력과 규제가 필요한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며 "다른 나라에선 해킹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보를 교환하고 국제적으로 어떻게 규제할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