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방문한 한국가스공사(34,600원 ▲150 +0.44%) 인천기지본부에서는 캐나다산 액화천연가스(LNG) 하역이 한창이었다. 청명한 날씨에도 다소 매서운 바닷바람이 불었지만 연간 70만톤이라는 '작은 수치'가 에너지 안보의 '굳건한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5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한해 국내로 들여오는 LNG 도입량은 3500만톤 규모다. 이번 'LNG캐나다'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70만톤은 수치만 놓고 보면 2%에 불과하다. 관련 사업 참여에 따른 안정적 공급이지만 연간 소비량에 비하면 티끌에 가깝다.
'2%의 마법'은 현물(스팟)거래 가격 협상 테이블에서 벌어진다. 가스공사는 안정적이며 합리적 가격으로 LNG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 물량의 최대 80%까지 장기계약을 체결한다.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에너지 시장 충격도 버틸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단기성 스팟 거래다. 그날의 가격, 그 달의 가격에 사올 수밖에 없다. 쌀 때는 전혀 문제가 안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의 변화는 시장 가격을 폭등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어쩔 수 없이' 사야만 할 때 '단기간 내 언제든 공급받을 수 있는' 70만톤의 물량은 가스공사와 LNG 판매처간의 가격 협상에서 구매자에게 유리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울며 겨자먹기로 사지 않아도 되며 굳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2%' 수치는 스팟 거래에서 주효하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4일 인천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캐나다산 70만톤이 기저물량 담당한다고 하면 엄청나게 택도 없는 '바위에 물 한방울'인 격이겠지만 우린 장기 수급 계획을 통해 안정적 기저물량을 다 확보하고 있다"며 "캐나다산은 현물거래 등에서 우리의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70만톤 확보라는 결과는 15년이라는 대장정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로키산맥을 관통해 북미 서부 태평양 연안 액화기지까지 연결하는 670㎞ 길이의 배관망 건설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공사 인원, 관계자 5만여명이 투입됐다.
가스공사는 당초 20% 지분으로 시작했으나 과거 자원외교 부실 논란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압박 등으로 지분을 5%까지 낮춰야 했다. 다만 지정학적 가치를 고려한 전략적 판단 아래 끝내 사업을 철수하지는 않았다. 투자규모는 2조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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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성공한다면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성 차원에서 유일무이한 북미 서부 태평양 연안 액화기지를 보유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사업은 성공했으며 LNG 물량의 수송기간도 캐나다 항로는 12~14일로 중동항로 15~18일, 미국 파나마 항로 24~32일, 미국 희망봉 항로 37~41일 대비 월등히 적다.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거의 없다.
가스공사는 캐나다 LNG 2차 사업에도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연간 140만톤까지 확보할 수 있다. 해당 물량은 다른 장기계약과 달리 자유롭게 시장에서 팔 수도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자주개발 물량에 해당된다.
가스공사는 전략적 차원에서 자주개발률을 높이고자 한다. 시장에서 LNG를 사오는 게 아니라 국제 LNG 개발 사업 등에 참여해 공급받는 구조다. 캐나다 LNG 또한 가스공사가 관련 사업에 투자해 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연간 70만톤을 공급받는 구조다. 최소 2032년까지 연간 도입 물량의 10~15%까지 자주개발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언뜻 자주개발률이 높을수록 좋아보이지만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국제 에너지 시장 변화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LNG는 필수 에너지원이지만 탄소 감축과 지속가능 에너지 자원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어서다.
최 사장은 "전세계적으로 탄소 제로에 대한 NDC 목표도 있고 저희가 무한정 지분투자를 많이 해서 물량을 확보하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라며 "전세계 천연가스 수요 동향 등을 고려하면서 목표치 수립해 정부와 협의하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