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난 25일 SBS '현장21'이 보도한 연예병사의 실태는 실로 충격적이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강원도 춘천 현지 홍보활동을 마친 연예병사 중 일부가 새벽 시간 안마시술소를 출입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사복 차림에, 휴대전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연예병사'. 정확한 명칭은 '홍보지원대원'이다. 국방부 국방홍보지원대 운영훈령 제1조 2항은 '홍보지원대원'에 대해 '사회에서 영화배우, 탤런트, 개그맨, 가수, MC, 음악 작·편곡자 등 해당분야별로 전문적인 활동을 하다 입대한 자로 국방홍보지원대에 선발된 병사를 말하며 약칭으로 '홍보병사'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한마디로 연예인으로 활동하다 현역으로 입대한 병사를 말한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소속으로 국방홍보원으로 출근, 국군TV, 국방FM, 위문열차 등 홍보지원대 업무를 수행한다. 초병 근무도 하고 사격훈련, 유격훈련, 혹한기훈련 등 군인 기본훈련도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역 군인의 신분으로, 군 관련 홍보를 하는 것이 이들의 주된 임무인 셈이다.
그러나 '현장21'속 이들의 모습은 '군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이들은 새벽 시간 정해진 숙소에서 벗어나 통제 받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안마시술소를 배회했다. 이들은 "안마시술소에 갔지만 안마를 받지는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중요한 건 안마를 받았냐, 안받았냐가 아니다. 휴대전화 사용(보안규정 위반), 숙소 이탈(근무지 이탈), 안마시술소 출입(군인품위손상) 등은 군인 신분을 망각한 행위로, 국방부 홍보지원대 특별관리지침, 군인복무규율, 군형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방송 직후 주요 온라인 게시판에는 "연예병사를 폐지하라"며 비난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연예병사들의 일탈 행위가 계속해 알려지면서 '연예병사들은 특별한 신분인가'라는 생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은 직업일 뿐 결코 '신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입대 전 연예인이었든 대학생이었든 회사원이었든 군입대 후에는 모두가 '군인' 신분일 뿐이다. 하지만 연예병사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은 연예병사들을 군내의 특별 신분처럼 비치게 하고 있다. 연예병사의 계급장은 금으로 만든 것이 아님에도 그들을 뭔가 '특별한 병사'로 보이게 하고 있다.
이를 초래한 것은 군(軍)이다. 군은 연예병사를 선발, 활용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 관리·감독에는 소홀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이를 말해준다. 군은 오로지 이들을 활용한 군 홍보에만 신경 쓸 뿐,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감독할지는 고민하지 않는 듯하다. 군은 고생하는 연예병사들을 위해 배려해준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이는 오히려 그들에게 독으로 작용할 뿐이다. 군인답지 않은 군생활이 연예병사들을 오히려 힘들게 하고 것이다.
독자들의 PICK!
최근 입대하는 연예인들은 연예병사를 특별히 선호하지 않는다. 연예인 입장에서는 군복무는 임무가 연예병사든 비연예병사든 직업적으로는, 어차피 연예활동을 쉬는 기간일 뿐이다. 각종 빡빡한 스케줄이 이어지는 연예병사 활동이 녹록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근래 들어 연예병사를 기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군인인 이상 연예병사로 차출을 거부하기는 힘들다.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경우 원하지도 않은 연예병사가 됐다 군 제대 후 연예활동에도 지장을 받게 되는 셈이다. 이쯤 되면 누구를 위한 연예병사인지 아리송해진다.
군은 이쯤에서 연예병사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과연 연예병사제도가 군 전체의 사기 진작에 진정한 도움이 되고 있는지 말이다. 지금의 연예병사제도는 군의 사기 진작보다는 군 조직 자체의 홍보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인상이다.
군은 사기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이번 일이 발생한 춘천에서 휴전선까지는 직선으로 40km정도 떨어져 있다. 같은 군인 신분이지만 누구는 사복을 입고 유흥가를 활보하고, 누구는 밤새 적(敵)전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현실에서, 어찌 군의 사기가 오를 수 있을까.
군이 군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가장 신경을 쓰는 홍보 활동인 군대 위문공연은 굳이 연예병사가 하지 않아도 일반 연예인들로 충분히 무대를 꾸미는 게 가능하다. 국군TV나 국군FM도 마찬가지다. 영화 '레미제라블'을 패러디, 유튜브상에서 화제를 모았던 공군의 '레밀리터리블'은 연예병사의 출연 없이도 수준급 영상을 제작, 제대로 군을 홍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어제의 스타가 오늘 전방을 함께 지키는 내 전우가 되는 것. 이것만큼 군을 알리고,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빛내고, 군의 사기를 제대로 올릴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연예병사가 과연 필요한지, 군이 고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