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식판' VS '장사천재 백사장'으로 시청자 유혹

해외 로케 예능들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제돼 있던 해외여행 예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tvN ‘텐트 밖은 유럽’, ‘아주 사적인 동남아’, JTBC ‘뭉쳐야 뜬다’ 등이 동시 시작해 시청자들의 여행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여행 예능만이 아니다. 음식 예능도 해외 로케 물결에 합류하고 있다.
해외 촬영 음식 예능은 나영석 PD의 ‘윤식당’ 시리즈 스핀오프 ‘서진이네’가 tvN을 통해 방송이 한창이다. 한국 음식을 현지 외국인들에게 제공하는 음식 예능 유행의 모태가 된 시리즈다. 이번에는 ‘윤식당’에서 윤여정 사장 아래 이사였던 이서진이 대표가 돼 멕시코 휴양지에서 한국 분식을 소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여기에 한국 음식 예능의 끝판왕들이 참전했다. 방송 출연 셰프들의 원조 격인 이연복은 JTBC ‘한국인의 식판’으로 지난달 25일 돌아왔다. 이어 일주일 후인 2일 한국 음식 예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징적 존재인 외식 경영 전문가 백종원이 ‘장사천재 백사장’을 tvN에서 선보였다. 두 프로그램 모두 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구성이다.
‘한국인의 식판’은 전 세계를 돌며 한국의 식판으로 한식 급식을 하는 내용이다. 현재까지 방송된 1, 2회에서는 국가대표 축구 선수 황희찬 소속의 영국 축구팀 울버햄튼 원더러스 구단에서 구단 관계자와 선수, 유소년 등을 위한 100인분 식사를 준비하고 현지인들이 맛보는 과정이 소개됐다.

밥 짓기를 한국에서 쓰는 찜기가 없어 오븐에 해야되는 상황에 당황하는 등 한국과는 다른 해외 조리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이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한국 출연진이 동시에 다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급식이라는 조리 방식을 처음 경험하고 버거워하는 상황도 웃음을 자아냈다.
‘장사천재 백사장’은 요리 자체에 집중하는 ‘한국인의 식판’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한식 불모지 해외에서 창업부터 운영까지 밥장사로 성공에 도전하는 식당 운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첫 회에서는 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의 한 광장 야시장에 노점 식당을 차리고 한식으로 손님을 불러 모으는 과정을 보여줬다.
모로코 빵에 잼과 불고기를 넣은 버거와 갈비탕으로 모로코 사람들에게 낯선 한식에 대한 장벽을 낮추기 위해 애썼다. 이에 앞서 생소한 현지에서 식당 운영을 위해 야시장 식당들의 시장 조사를 하고, 현지 식재료 가격을 파악한 후 객단가를 정하고,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한 식당내 기구 배치를 고려하는 등 성공적인 운영을 위한 고민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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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복은 ‘한국인의 식판’에 앞서 한식의 해외 현지 세계화 예능을 이미 거친 바 있다. ‘현지에서 먹힐까’ 중국과 미국 편을 통해 요리에 서툰 연예인들을 데리고 수많은 손님의 식사 물량을 감당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외국인들이 한식을 즐기는 모습을 이끌어 냈다.
백종원의 해외 현지 한식 보급 도전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 ‘백종원 클라쓰’처럼 국내에서 한식의 장점을 외국인에게 소개하거나 ‘먹고자고먹고’처럼 해외 현지 재료로 한국 출연진의 먹거리를 만든 적은 있지만 한식을 외국인에게 현지에서 제공한 경우는 없었던 듯하다. 백종원은 그간 예능에서 식당 운영이나 음식 설명 그리고 레시피 소개를 주로 해왔다.
이연복과 백종원의 이번 음식 예능들은 소위 ‘국뽕’에 기반하고 있다. ‘국뽕’ 음식 예능은 한국 문화에 외국인들이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상황에 잘 끌리는 한국 시청자들의 성향에 기반한다. 이렇게 보면 현재는 이연복(요리)과 백종원(식당 경영) 그리고 나 PD(국뽕 예능)라는 한국 음식 예능의 3대 계파 수장이 ‘국뽕’이라는 종목으로 경기장에 모두 등판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국뽕’ 음식 예능은 한식이 낯설고, 조리 시설과 재료는 익숙하지 않은 해외 현지에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예능의 기본 뼈대를 이룬다. ‘국뽕’과 ‘스타 괴롭히기’라는 두 예능적 장치를 통해 재미를 끌어내는 포맷이다.
음식 혹은 푸드 예능은 현재 ‘국뽕’과 결합된 경우를 제외하면 방송에서 많이 볼 수가 없어졌다. 동물, 육아와 함께 2010년대를 휩쓸던 방송 트렌드였지만 장기화되면서 현재는 그 열기가 꽤 식었다.
조리 예능만이 아니라 한창때는 음식과 상관없는 예능까지도 패널 자리를 채우던 수많은 셰프들을 지금은 그만큼 볼 수가 없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국뽕’과 손잡은 음식 예능만은 강한 생명력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계속 받으면서 한식을 먹는 외국인의 모습이 음식 예능의 대세를 이루게 됐다.
음식과 관련된 예능의 끝판왕들이 등판해 있는 현재는 ‘국뽕’ 음식 예능의 앞날이 판가름될 중요한 갈림길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국뽕’의 인기에 두 거물의 활약으로 좋은 반응이 예상되지만 혹여라도 두 프로그램 모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음식 예능의 마지막 보루인 ‘국뽕’마저도 쇠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들의 어깨에는 본인이 원하든 아니든 짐이 지워지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