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소식에 '콘크리트 유토피아' 흥행예감까지 '겹경사'

배우 이병헌(53)이 2023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 태세다. 아내 이민정(41)과 첫째 아들을 낳은 지 8년 만에 늦둥이 둘째 임신 소식을 알린 데 이어, 신작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또다시 '인생 연기'를 선보이며 흥행이 예감되고 있다.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제대로 잡으며 겹경사를 맞이한 것.
이병헌의 연기력이야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이지만,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는 그야말로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들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할 전망이다.
단언컨대 '연기의 신(神)'이 강림했다. 이병헌은 극 중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를 이끄는 임시 주민대표 영탁 역할로 변신, 폭발적인 열연을 펼쳤다. 재난 상황 속 단호한 결단력과 행동력으로 민성(박서준)과 명화(박보영) 부부 등 주민들을 위해 앞장서면서도 점차 권력에 취해 광기 어린 리더로 폭주하는 인물의 변화를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듯 흡입력 있게 표현했다. 눈빛 하나로 보는 이들을 압도, 양극단을 오가는 반전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리며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담은 심도 깊은 메시지에 공감을 끌어올렸다.
오죽하면 이병헌의 '미친 열연'에 후배 박보영은 "선배님과 대립 신을 찍고 일기장에 '저런 사람이 배우지, 어떻게 안구를 갈아 끼우나' 적었다"라며 슬럼프를 겪었다고 경외심을 표하기도.
이에 대해 언급하자 이병헌은 "요즘 배우들이 눈알 몇 개를 갖고 다닌다"라며 연륜에서 오는 여유와 재치로 화답했다. 이내 그는 스스로도 "저도 제 장면을 보고 순간 'CG인가?' 이런 생각을 했을 정도로 놀랐다. 내게도 이런 눈빛과 얼굴이 있었구나, 그런 경험을 했다"라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특별하게 이야기하며 기대감을 치솟게 했다.

이병헌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출연에 대해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그걸 믿고 뛰어들었다. 이 영화를 촬영한 지 꽤 됐는데 그 시간 동안 엄태화 감독님이 정말 열심히 하셨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 잘 만들었고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라며 "우리 영화는 단순히 재난 영화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스릴러가 강한 휴먼 블랙 코미디, 복합적인 장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재난물 차원을 넘어선 복합적인 장르가 가능했던 건 이병헌이 영탁 그 자체로서 극과 극을 오가는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병헌은 "기본적으로 시나리오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애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인물이 가진 복잡 미묘한 감정의 상태를 나름대로 추측하게 된다. 또 장르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서 연기하는 배우는 없을 거다. 배우들은 그저 자기 역할의 상황에 몰입해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 그래서 저는 영탁이 단순히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상황과 신분의 변화에 따라 정도의 차이라도 변화가 있다고 보는데, 영탁의 경우 그 변화가 굉장히 큰 사람이었던 거다. 단 한 번도 누군가를 대표한 적 없던 정말 평범한 소시민인데, 환경 변화를 적응해 내는 과정이 매끄럽게 되지 못하며 거친 심리가 된 거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우울한 가장이 커지는 권력을 자기가 주체하지 못 해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니까 광기가 점점 생겼다. 이런 보편적인 감정을 기본적으로 가져가며, 과하지 않게 표현하려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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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한 올의 변화까지 놓치지 않고 연기하는 '디테일의 갑(甲)' 이병헌이다. 이병헌은 "제가 감독님에게 '엠(M)자' 헤어스타일을 제안 드렸다. M자인데 과하게 티 나지 않는 정도를 맞추는 게 중요했다. 처음 (머리카락을) 밀었을 때 다들 좋아하더라. 저는 거울을 보며 '내 팬들도 다 날아갈 거 같은데 어떡하지' 그랬다(웃음). 영탁은 극 초반과 후반 머리카락 각도도 다르다. 권력이 생기면서 점차 머리카락을 뻗쳐나가게 했다. 나중엔 성게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과하면 이상하니까 변화를 세밀하게 모르게 줬다"라고 못 말리는 연기 장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병헌은 배우로서 경이로운 경지에 도달했지만 "내가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나, 아니면 어떡하지 싶은 불안감이 있다"라는 겸손한 태도를 보여 놀라움을 더했다. 그는 "상상에 의존해서 '그래, 이런 감정일 거야' 짐작하며 연기를 하기에 고스란히 전달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확신이 없는 경우가 있다. 그저 내가 느낀 감정이 맞다고 믿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다행히 그게 맞는 경우가 많더라. 좋게 봐주시니까 거기에서 불안했던 감정들이 자신감을 얻게 되고, 연기는 그런 과정의 되풀이인 것 같다"고 여전한 초심을 엿보게 했다.
계속해서 명연기를 펼치는 원동력을 묻는 말에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떤 장르, 역할이라도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있다. 여전히 내가 표현하는 게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선이라는 것. 관객들이 함께 느낄 수 있는 감성, 보편성을 계속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안도할 수 있는 지점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순수 미술, 순수 아트물을 하시는 경우엔 진짜 천재성을 갖고 평범을 뛰어넘는 자기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보지만 대중예술, 특히나 배우는 삶을 보여줘야 하기에 보편적인 감정을 읽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늘 사람을 관찰하는 게 이젠 의도가 아닌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이 사람의 기분이 어떻구나, 버릇이 저렇구나 관찰하며 내 판단이 틀릴지라도 나름대로 끝없이 질문하고 답을 던지는 거다. 이게 보편성을 만드는 경험이 되어 시나리오를 읽을 때 이해도가 넓어지는 측면이 있다"라고 뛰어난 연기 비결을 공개했다.
이병헌은 "제가 순수하다는 게 아니라,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는 발버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부러운 게 마이클 만 등 나이 많은 감독님들을 보면 그 연세에도 점점 더 멋있고 세련된 작품들을 탄생시킨다는 거다. 어떻게 저렇게 연세가 많으신데 점점 더 작품에 힘이 생기고 창의적인지, 정말 감탄하게 된다. 그런 건 아이 같은 순수함이 안에 있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뭔가를 이 안에서 계속 만든다는 건데, 순수함이 없어지는 순간 빛도 사그라드는 게 아닐까 싶다.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도 잘 모르지만 마음속으로 계속 상기시키려 한다"라고 고백했다.

끝으로 이병헌은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시즌2에 대해 귀띔했다. 그는 "황동혁 감독님이 '오징어 게임'을 처음 만드실 때 시즌2 생각을 전혀 안 하셨기에,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셨다. 치아가 다 빠질 정도로 고생하셨기에 절대로, 다시는 안 한다고 제게 그러셨는데 이렇게 커지니까 결국 하기로 결정하신 거다(웃음). 정말 놀라웠던 건 시즌2 대본을 읽어 보니 '진짜 이야기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재밌다는 거다. 시즌2 생각을 전혀 안 하셨기에 더 놀랐고, 어떻게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나 싶더라"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