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역할을 벗어난 '레미제라블' 속 백종원

자신의 역할을 벗어난 '레미제라블' 속 백종원

이덕행 ize 기자
2024.12.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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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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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대표는 여러 차례 본인을 셰프가 아닌 외식 사업가 혹은 외식 경연인으로 정의했다. 물론 유튜브를 통해 요리를 알려주고 있지만,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에서 4명이 담임 셰프와 함께 등장한 것도 전문 요리사로서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범죄 이력이 있는 참가자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백종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위화감이 든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ENA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은 짧지만 강렬한 서사를 담은 ‘20명의 도전자'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아온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혹독한 스파르타식 미션과 백종원이 사람에게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진정성이 담긴 성장 예능이다. 백종원 대표를 중심으로 김민성, 데이비드 리, 임태훈, 윤남노 네 명의 셰프가 멘토로 나선다.

20인의 참가자는 각기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중 논란이 된 건 '9호 처분 소년 절도범'이라는 키워드로 등장한 김동준이다. 소년범은 범죄의 경중에 따라 1호에서 10호까지 처분이 내려진다. 소년원에 최장 6개월 송치되는 9호 처분은 두 번째로 강한 처벌이다. 6호 처분(소년보호시설 감호위탁)이나 8호 처분(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을 받았는데도 재범을 저지르거나 가정의 보호 여부와 상관없이 중한 죄질의 비행을 저지른 경우 곧바로 9호 처분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작은아버지 집에서 살게 됐다. 3개월 뒤부터 교육이 제대로 안 됐다는 이유로 맞았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갈색 피가 섞여 나왔다. 학교에서도 더럽고 냄새난다는 이유로 애들한테 왕따당하고 맞기도 했다. 살고 싶지 않았다"라고 불우한 가정사를 털어놨다. 결국 고등학교 진학 뒤 가출한 김 씨는 배고픔에 절도를 시작했다.

새 삶을 살아보기로 한 계기에 대해서는 "(재범으로) 소년원을 갔을 때 선생님이 할 수 있는데 왜 포기하려고만 하냐고 하시더라. 그때부터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보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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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의 논란에 대해 백종원 대표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의 인생을 바꾼 것은 미리엘 주교의 은촛대, 믿음과 기회였다. 저도 실패를 많이 했다. 처음부터 멋있게 사는 인생도 있지만 실패와 실수를 반복하며 멋있어지는 인생도 있다. 기회조차 없었던 그들에게 절실하게 부딪혀 볼 수 있는 그런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백종원 대표는 이미 '골목식당' 등을 통해 제대로 된 방법을 알지 못해 힘들어하던 사람들에게 많은 반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번 '레미제라블' 역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가 '레미제라블'과 백종원 대표의 역할이다. 그런데 범죄를 저지른 김 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레미제라블'과 백종원 대표를 보고 있노라면 하지 말아야 할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백종원 대표는 진심으로 김 씨를 믿고 기회를 주고 싶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보는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기회가 필요한 다른 절실한 사람을 제쳐두고 김 씨에게 기회를 주어야 할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더 많다. 그러나 백종원 대표와 '레미제라블'은 일방적으로 믿음을 강요하고 있다. 마치 출연자가 아닌 시청자를 교화시키려는 듯한 모습이다. '레미제라블'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위화감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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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20인의 참가자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제작진 역시 개입했기 때문이다. 본 방송 전 티저 영상에서 부터 '9호 처분 소년 절도범'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자 출연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일차적인 검증은 모든 프로그램들 기준 이상으로 했다. 사회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분들은 다 걸러냈다. 촬영 현장까지 왔다가 그대로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라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김 씨가 자신의 사연을 말하는 장면에서는 '도전자의 입장에서만 확인된 이야기입니다'라는 자막을 달았다. 자신만만했던 태도와 달리 추후 논란이 발생했을 때 빠져나가기 위한 면피성 행동으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 적어도 꾸준한 신뢰를 보여준 백종원 대표와 달리 갈팡질팡하는 제작진의 모습은 더 큰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미 법적인 처분을 받은 김 씨가 재기를 위한 그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 과정을 굳이 방송을 통해 보여주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방송이 아니더라도 새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다. 많은 시청자들 역시 이 같은 지점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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