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조의 출발 '판사 이한영'이 초반 관심 잡아두기 위해 필요한 것은? [드라마 쪼개보기]

쾌조의 출발 '판사 이한영'이 초반 관심 잡아두기 위해 필요한 것은? [드라마 쪼개보기]

조성경(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1.08 09:46
지성 주연의 판사 이한영은 회귀물 장르의 드라마로,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바꾸려는 판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2035년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지성의 흡입력 있는 연기와 함께 1회와 2회 사이의 연출 변화를 통해 범죄 누아르와 성장물이라는 각기 다른 장르적 특성을 보여준다.
'판사 이한영' 지성, 사진제공=MBC
'판사 이한영' 지성, 사진제공=MBC

요즘처럼 법정을 자주 본 적이 있을까. 뉴스든 드라마든 틀기만 하면 법의 심판이 벌어진다. 등장인물들은 법조인 일색이다. 그런 가운데 또 판사 소재 드라마가 나왔다. 지성 주연의 ‘판사 이한영’(극본 김광민, 연출 이재진)이다. 게다가 이미 ‘악마 판사’(2021)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지성이 또 판사 캐릭터라니, 너무 비슷비슷한 드라마 아닐까 하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판사 이한영’은 차별점을 즉각적으로 보이며 시청자들을 단숨에 화면 앞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다면 더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대중의 보편적인 마음을 건드리는 회귀물이기 때문이다.

‘판사 이한영’은 거대 로펌의 사위로 살며 적폐 판사가 되어버린 주인공 이한영(지성)이 깊은 회한으로 모든 걸 내려놓자마자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음을 맞는데, 그 순간 딱 1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제 막 단독 재판을 맡게 된 신참 판사 이한영으로서 인생 2회차를 살게 된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바꾸려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더욱이 믿고 보는 배우 지성이 흡입력 있는 연기로 몰입도를 한껏 높이니 드라마에 빠져들지 않을 재간이 없다. 특히 1회에 보여준 지성의 연기 스펙트럼이 인상적이다. 극 초반 권력의 하수인으로 사는 이한영의 모멸감과 열패감을 표현하는 지성은 절제된 연기로 단단한 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서글픈 여운을 주며 시청자들을 초집중하게 했다. 또, 피고인의 신분으로 법정에 서서 넋이 나간 듯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과장된 연기를 호소력 있게 전달하며 그의 연기력에 새삼 감탄하게 했다.

'판사 이한영' 지성, 사진제공=MBC
'판사 이한영' 지성, 사진제공=MBC

그런 지성이 2회부터는 또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깐깐한 부장판사 이한영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해리포터가 연상되는 동그란 안경테로 소년미를 발산하는 이한영이 되어 한결 경쾌한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했다. 일단은 10년 전으로 회귀한 만큼 젊은 시절을 연출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뿐이 아니다. 지성은 드라마가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만화 속 주인공 같은 명랑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극 전체를 환기하고 있다.

또한, 드라마는 1~2회 사이에 변모한 지성의 캐릭터 연기와 더불어 연출의 결까지 변화를 주면서 재미를 주고 있다. 마치 1회와 2회가 각기 다른 장르로 느껴질 정도다. 1회가 밀도 높은 범죄 누아르 장르였다면, 2회는 발랄한 성장물 같다. 같은 인물이어도 과거와 현재가 다르고, 살아온 세월과 경험에 따라 캐릭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드라마는 각기 다른 분위기의 연출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가 회귀물인 만큼 과거와 현재, 혹은 현재와 미래를 구분하는 디테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회귀 전은 2035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나 법원의 모습 등 화면 속에 미묘하게 변화된 미래의 장면들을 곳곳에 심어뒀다.

'판사 이한영' 박희순, 사진제공=MBC
'판사 이한영' 박희순, 사진제공=MBC

여기에 대법원장 강신진 역으로 나서는 배우 박희순의 매력이 드라마를 향한 더 큰 관심으로 이어지게 한다. 어느 드라마든 악역에 따라 갈등의 진폭과 파동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희순은 이미 악역 전문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보적인 악역 행보를 보이는 만큼 이번 드라마에 강한 출렁임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물론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박희순이다. 그는 첫 등장부터 마치 저승사자 같은 음침한 어둠의 기운을 뿜어내며 화면을 압도했다. 또 매번 아주 짧은 등장에도 누구보다 강력한 임팩트로 거대악의 존재감을 내비친다.

이처럼 다채로운 재미로 시청자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심은 ‘판사 이한영’은 사실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의 시작이다. 회귀물이라는 차별점을 앞세우고 배우들의 매력으로 비슷비슷한 법조물이 아니라는 편견을 불식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총 14부작 중 겨우 2회를 방영했으니 말이다.

다만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가 ‘판사 이한영’을 힘있게 끌고 나갈 엔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한영이 앞으로 펼칠 ‘양심의 재심’이다. 이미 2회에서 이한영은 도주하는 연쇄살인범 김상진(배인혁)을 차로 막아세우며 “집행!”이라고 외쳤다. 조수석에 탄 피해자에게는 “살인범 김상진에게 사형을 선고한다”고 소리치게 하고는 자신이 그 집행을 한다는 듯 차로 김상진에게 돌진했다. 이 같은 장면은 판사로서는 결단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지만, 드라마적 판타지라는 점에서는 흥미롭게 지켜보게 한다.

사진제공=MBC
사진제공=MBC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한영이 과거의 판결을 바로잡으려 할 때마다 양심에 따른 재심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할 수 있다. 동시에 그가 어디까지 책임지려 할 것인지, 나아가 그 선택이 요구할 대가는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과거로 돌아가면 더 잘 살 수 있을까’라는 회귀물의 익숙한 질문은, 이 드라마에서 ‘새로운 선택의 대가는 무엇인가’, ‘과거에 외면했던 선택을 마주하면서 짊어지게 될 책임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으로 변주된다.

이러한 관전포인트로 ‘판사 이한영’을 바라본다면, 이한영은 단순한 회귀물의 주인공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존재가 된다. 다시 말해 ‘판사 이한영’은 드라마의 설정을 설명하는 단계를 지나 이한영의 선택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췄는지 검증받아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그 선택 위에서 ‘판사 이한영’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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