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의 세포들' 김고은의 남자들, 안보현vs박진영vs김재원 [한수진의 VS]

'유미의 세포들' 김고은의 남자들, 안보현vs박진영vs김재원 [한수진의 VS]

한수진 ize 기자
2026.04.15 12:00

투명하지만 눈치 없는 안보현의 구웅
완벽하지만 흔들린 박진영의 바비
잘생겼지만 까칠한 철벽남 김재원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은 주인공 유미의 연애사를 통해 그의 세계가 어떻게 부서지고 다시 세워지는지를 보여주었다. 유미의 연애사에는 구웅(안보현), 유바비(박진영), 신순록(김재원) 세 남자가 등장하며 각기 다른 연애의 온도와 성향을 지녔다. 안보현, 박진영, 김재원 세 배우는 자신만의 장점으로 이 캐릭터들에 완벽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왼쪽부터) '유미의 세포들' 안보현, 박진영, 김재원 / 사진=티빙
(왼쪽부터) '유미의 세포들' 안보현, 박진영, 김재원 / 사진=티빙

대중문화에는 늘 비교가 따라붙는다. 같은 시간대에 공개되는 작품, 비슷한 위치에 놓인 배우와 가수, 한 장르 안에서 보여주는 다른 선택, 한 인물이 만들어낸 색다른 얼굴까지.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VS'를 떠올리며 보고 듣고 말한다. 이 코너는 이런 비교를 출발점 삼아 '차이'가 어떤 재미와 의미를 낳는지를 살핀다. 같은 판에 놓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각각의 방식과 매력을 면밀히 짚는다. <편집자 주>

누군가의 연애사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 사람의 세계가 어떻게 부서지고 다시 세워지는지를 목격하는 과정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속 주인공 유미(김고은)의 연애가 그렇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여성 유미는 머릿속 세포들의 시끌벅적한 응원과 헌신 속에서 사랑하고 이별하고 성장한다.

유미의 연애사에는 그의 세계를 뒤흔든 세 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유미의 세포들을 웃게 하고, 울게 하고, 때로는 무덤에 묻히게 만들었던 구웅(안보현), 유바비(박진영), 신순록(김재원). 이 세 남자는 각기 다른 연애의 온도와 성향을 지녔다. 그리고 안보현, 박진영, 김재원이라는 세 배우는 자신만의 장점으로 이 캐릭터들에 완벽한 숨결을 불어 넣었다. 성향도, 이를 연기한 배우의 매력도 판이한 세 가지 사랑의 형태를 들여다본다.

'유미의 세포들1' 안보현 / 사진=티빙
'유미의 세포들1' 안보현 / 사진=티빙

구웅, 밀당을 모르는 투명한 남자

구웅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투명한 남자다. 복잡한 밀당이나 그럴듯한 포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머릿속은 철저히 논리와 알고리즘으로 돌아간다. 갈등 상황에 놓이면 구구절절 변명하는 대신 핵심 단어만 툭 던지거나, 앞뒤 재지 않고 유미의 집 앞으로 달려가는 우직함을 보인다. 때로는 굽힐 줄 모르는 꼿꼿한 자존심 탓에 관계를 꽉 막힌 벽으로 몰고 가기도 하지만, 그 서투른 행동 이면에는 어떠한 계산도 없는 날것의 진심이 있다.

하지만 이 투명함은 눈치 없음이라는 치명적인 단점과 맞물려 파국을 부른다. 유미의 심기를 끊임없이 건드리는 여사친 새이(박지현)와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고단수 여우인 새이는 교묘하게 선을 넘나들며 유미를 도발하지만, 구웅은 그 숨은 의도를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 그저 오랜 동료이자 친구라는 생각 아래 새이를 감싸며 유미의 속을 까맣게 태운다. 연인과 친구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그의 답답함은, 현실 연애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갈등을 뼈아프게 끄집어낸다.

이후 구웅의 서사는 연애의 씁쓸한 현실을 다시 한번 짚어낸다. 얄팍한 자존심과 경제적 자격지심 때문에 유미에게 상처를 주고 이별을 택했던 그는, 훗날 보란 듯이 성공한 게임 회사 CEO로 거듭난다. 자신의 상황적 콤플렉스만 해결되면 예전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그는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유미에게 다시 다가간다. 하지만 유미는 그 마음을 반송한다. 구웅의 단편적인 알고리즘은 연애에 있어 타이밍과 감정의 유효기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인기 웹툰 원작인 '유미의 세포들'의 실사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원작 팬들은 캐스팅 싱크로율을 두고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길거리 촬영장에서 우연히 포착된 안보현의 사진 한 장은 모든 의심을 단숨에 잠재웠다. 구웅의 트레이드마크인 우주 토끼 티셔츠와 빨간 반바지, 덥수룩한 수염과 긴 머리까지 완벽하게 재현해 내며 100% 싱크로율을 보여줘서다. 비주얼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안보현은 자신이 지닌 듬직한 체격과 우직한 눈빛을 영리하게 활용해 구웅 특유의 지질함과 투박한 애정을 땅에 발붙이게 했다.

'유미의 세포들'이 시즌3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중심을 단단히 잡은 김고은의 공로가 절대적이지만, 이 웰메이드 로맨스의 여정을 가장 먼저 그리고 완벽하게 꿰어낸 첫 단추는 안보현의 구웅이다.

'유미의 세포들2' 박진영 / 사진=티빙
'유미의 세포들2' 박진영 / 사진=티빙

유바비, 모든 게 완벽한 육각형의 남자

바비는 머뭇거림이나 복잡한 계산과는 거리가 먼 직진남이다. 자신의 감정을 에두르거나 돌려 말하는 법 없이, 짝사랑 상대인 유미를 향해 연신 다정한 돌직구를 던진다. 직장 동료 유미에게 "유미 대리님!"하고 다가가는 그의 거침없는 애정 공세는 영영 깨어나지 않을 것 같던 유미의 사랑 세포를 단숨에 병석에서 일으켜 세운다. 수려한 외모와 자상한 매너, 상대를 배려하는 세심함까지 곁들인 바비는 모두가 꿈꾸는 완벽한 연애 판타지를 실현해 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무결점의 다정함 뒤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면이 숨겨져 있다. 자로 잰 듯 반듯하고 철저한 관리 아래 움직일 것 같았던 바비의 내면, 즉 세포 마을은 놀랍게도 어떠한 얽매임도 없는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다. 자신이 세운 선 안에서 과하지 않은 매너를 지키지만, 진짜 속마음만큼은 함부로 내보이지 않는 묘한 의뭉스러움. 마냥 착실해 보였던 청년의 뼛속 깊은 곳이 통제 불능의 자유로움으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바비의 경계 없는 자유로움과 모두에게 향하는 보편적인 다정함은 결국 유미와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앞서 구웅과의 이별이 웅이의 자격지심이라는 현실의 벽 때문이었다면, 바비와의 이별은 오롯이 그의 흔들린 마음에서 비롯한다. 바비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인턴 다은(신예은)의 풋풋한 고백에 단호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찰나의 순간 마음속 세포 마을에 미세한 지진(흔들림)을 겪고 만다. 물리적인 외도는 없었을지언정, 오직 유미만을 향할 것 같았던 절대적인 애정에 균열이 발생한다.

구웅이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기 위해 스스로 장벽을 치며 유미를 튕겨냈다면, 바비는 감정의 문을 무방비하게 열어둬 유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유미는 흔들린 바비를 용서하는 대신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는 이별을 택한다. 티 없이 맑고 완벽했던 판타지였기에, 그 다정함의 방향이 찰나라도 타인을 향해 틀어졌다는 사실은 유미와 시청자 모두에게 더 치명적인 배신으로 다가갔다.

이토록 완벽하면서도 잔인한 결말로 끝이 난 바비는 박진영을 만나 입체적인 생명력을 얻었다. 이제는 안방극장을 사로잡는 로맨스 드라마의 대표 얼굴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그는 특유의 부드러운 눈빛과 섬세한 완급 조절로 이 까다로운 캐릭터를 설득해 냈다. 흠잡을 데 없는 다정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속수무책으로 열어젖히다가도, 예상치 못한 틈새로 비집고 나온 흔들림 앞에서 처연한 혼란까지 유려하게 오간 연기는 시청자들을 맹렬히 몰입시켰다.

'유미의 세포들3' 김재원 / 사진=티빙
'유미의 세포들3' 김재원 / 사진=티빙

신순록, 철벽과 무해함 오가는 반전남

순록은 앞선 두 남자와는 등장부터 결이 다르다. 구웅의 친근함이나 바비의 다정함 대신, 그는 서늘한 이성과 단호한 철벽으로 무장했다. 순록은 작가로 성공해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유미에게 새로 배정된 담당 피디다. 순록은 달콤한 얼굴로 뼈 때리는 '팩트 폭력'을 날리며 유미의 분노 세포(빡돔)를 솟구치게 만든다. 어색함을 풀려는 유미의 노력에도 단답형으로 일관하고, 급기야 이어폰을 꽂으며 대화를 단절시켜 버리는 이 남자는 완벽한 직장 내 '혐관'(혐오 관계)의 정석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빈틈없는 깐깐함 뒤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이 숨어 있다. 회사에서는 칼같은 슈트핏에 완벽주의자 편집자지만, 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 모든 에너지를 차단해 버리는 확고한 저전력 집돌이로 변신한다. 이 까칠함과 헐렁함 사이의 온도 차가 앞으로 유미와 로맨스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 기대하게 만든다.

아직 시즌3가 이제 막 2회까지 베일을 벗은 시점이라 두 사람의 로맨스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진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유미의 연애는 설렘과 재미로 가득했기에 순록과 로맨스도 기대감이 높다. 구웅과의 연애가 치열한 성장통이었고, 바비와의 연애가 눈부시고도 잔혹한 환상이었다면, 순록과는 날카롭게 부딪히다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예측 불허'의 텐션을 예고한다. 순록이 담당 작가 교체를 요구했다는 오해로 유미의 본심 세포가 냉동기지를 깨고 나온 상황은, 이 뾰족한 엇갈림이 앞으로 어떻게 아찔한 설렘으로 뒤바뀔지 시청자들의 심박수를 한껏 끌어 올리고 있다.

안보현과 박진영이라는 막강한 전임자들의 배턴을 이어받아 시즌3의 남자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부담감이다. 원작에서 가장 완벽한 짝으로 평가받는 순록을 과연 누가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도 공존했다. 그러나 대세 청춘 배우로 떠오른 김재원은 첫 등장과 함께 이지적인 안경, 깔끔하게 정돈된 헤어스타일로 원작 속 순록의 외형을 훌륭하게 실사화하며 시청자들의 합격점을 끌어냈다.

다사다난했던 유미의 연애 대서사시, 그 찬란한 마지막 챕터를 장식할 김재원의 활약과 순록이 열어젖힐 새로운 사랑에 많은 이들의 연애 세포가 들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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