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으로 전 세계 아이들이 흑인 청년을 우상으로 삼게 되었다.” - 퀸시 존스
1980~90년대를 주름잡은 두 고트(GOAT)가 있었다. 퀸시 존스가 말한 것처럼 두 사람은 전 세계 아이들이 우상으로 삼은 흑인 청년들이었다. 심지어 둘은 이니셜까지 같았다. MJ. 바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다. 두 사람이 위대한 건 ‘Thriller’라는 한 앨범으로 휩쓴 그래미 8관왕이나 90년대에만 두 차례 3연패로 일궈낸 NBA 6회 우승 같은 기록 때문이 아니다. 마이클 잭슨의 곡 ‘Jam’ 뮤직비디오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이룬 두 MJ가 여태껏 불멸로 남은 건 한 사람은 대중에게 춤을 추고 싶게 만들었고 또 한 사람은 농구를 하고 싶게 만들어서였다. 우상으로서 숭배를 넘어 그 분야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게 만든 사람은 대중문화 역사에서 그리 흔하지 않다. 저들이 ‘고트’였던 이유다.
이중 전자인 마이클 잭슨의 전기 영화 ‘마이클’이 오는 13일 국내 개봉한다. 지난달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개봉한 이후 평단에선 이 영화에 약속이나 한 듯 뭇매를 놓았다. 비평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마이클’의 결정적인 실책은 마이클 잭슨이라는 사람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인의 가족과 측근들이 제작에 참여했으므로 이는 예상된 한계라는 게 지배 담론이 되면서 분위기는 영화에 좋지 않게 흐르는 듯 보였다. 가령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렇게 평했다. “마이클의 소심, 섬세한 태도를 의심하고 면밀히 들여다보지 못하며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어 초기 그의 열정과 반항심을 찾아내지도, 혹은 훗날 나타난 어두운 면의 잠재적 원인을 밝혀내지도 못했다.” 영화평론가 로버트 다니엘스도 가디언의 논조와 비슷하게 영화가 마이클의 불안, 트라우마, 좌절감을 탐구하는 것을 꺼릴뿐더러 평면적인 캐릭터 묘사 탓에 그를 창작자나 한 인간으로서 깊이 있게 조명하지 못한다고 썼다. 결국 로버트는 “‘마이클’은 영화가 아니다.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영상화된 플레이리스트일 뿐”이라고, 가디언은 “답답할 정도로 얕고 생동감 없는 작품”으로 결론내렸다.
저들과 달리 미국 주간지 버라이어티는 ‘마이클’에 대해 중립적인 의견을 냈다. 버라이어티는 이렇게 썼다. “하지만 ‘마이클’에서 어떤 부분이 전형적인지, 혹은 영화가 무엇을 생략했는지에만 집중한다면 이 영화가 담아낸 가장 강렬한 긴장감, 즉 과거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마이클 잭슨의 여정을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버라이어티는 관객들이 그 여정과 ‘마이클’이라는 영화 자체를 열렬히 환영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실제 관람을 끝낸 사람들은 버라이어티의 말대로 ‘마이클’에 열광하고 있다. 과연 평단과 대중의 미감은 다른 것인지, 현지 사람들은 깊이 면에서 실망한 비평가들의 지적엔 관심도 없는 듯 ‘재미’ 면에서 영화의 압도적인 장점을 얘기하고 있다. 평론가들의 관점을 반영하는 로튼 토마토(미국의 영향력 있는 영화 평점 사이트)의 신선도에선 40퍼센트에도 못 미친 반면, 대중의 시선을 반영한 팝콘 지수에선 음악 전기 영화로서 역대 최고인 97퍼센트를 기록했다. 그렇다. 예술작품은 남의 평가는 참고만 하고 내가 직접 감상한 뒤 판단, 평가하면 되는 법이다. 그럴 생각이 있는 분들을 위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및 곡들에 관해 살펴보았다.
-등장 인물들
독자들의 PICK!

자파 잭슨, 줄리아노 크루 발디 (마이클 잭슨 역)
잘 알려져 있듯 자파 잭슨은 마이클의 친조카, 즉 과거 잭슨 파이브 시절 그룹이 에픽으로 둥지를 옮길 때 홀로 모타운에 남았던 저메인 잭슨의 아들이다. 저메인이 모타운에 남은 건 레이블 창립자인 베리 고디의 딸 헤이즐 고디와 1973년에 결혼했기 때문이다. 저메인과 헤이즐은 1988년에 갈라섰다.
자파 잭슨은 열두 살 때부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실제 마이클과 닮은 미성을 가졌으며, 퍼포먼스 실력도 삼촌 뺨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자파는 마이클의 저택 네버랜드에서 삼촌과 숨바꼭질도 하고 함께 영화도 봤을 만큼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사실 자파는 스스로가 2019년에 데뷔 싱글 ‘Got Me Singing’을 발표한 가수이기도 하다. 재밌는 건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퍼포먼스가 마이클 배역에 뽑히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이미 충분한 실력을 갖춘 것 같은데도 자파는 영화 ‘마이클’을 위해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삼촌의 거의 모든 걸 재현하기 위해 고강도 훈련을 거쳤다. 예컨대 보컬 피치 조절이나 ‘히~히~’ ‘아우!’ 하는 고유의 추임새, 여리여리한 마이클의 말투 같은 디테일을 꼼꼼히 학습한 것이다. 특히 ‘Billie Jean’의 문워크는 사방으로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할리우드 최고의 댄스 코치들과 1년 이상 매일 함께 연습했다고 하니, 그 훈련의 강도를 짐작케 한다. 뿐만이 아니라 자파는 잭슨 가문이 제공한 미공개 홈비디오를 보며 일상에서 마이클의 움직임과 습관까지 치밀하게 연구했다고 하는데, 과연 어느 정도일지 기대해볼 만하다. ‘마이클’은 자파 잭슨의 배우 데뷔작이다. 전 세계 오디션 끝에 안톤 후쿠아 감독과 제작진이 “마이클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하는 유일한 인물”이란 이유로 자파를 선택했다. 역시 피는 물보다 진했다.
잭슨 파이브 리드 싱어로 명성을 떨친 어린 마이클 역은 발탁 당시 아홉 살이었던 줄리아노 크루 발디가 맡았다. 안톤 감독은 마이클 아역 캐스팅이 성인 마이클 캐스팅보다 더 어려웠다고 하는데, 그 어린 나이에 5년째 마이클의 춤을 춰왔다는 줄리아노의 실력도 자파의 것만큼이나 궁금하다.

콜맨 도밍고 (조 잭슨 역)
마이클의 아버지 조 잭슨(본명은 조지프 월터 잭슨이다)은 배우 콜맨 도밍고가 연기한다. 철강 근로자였던 조는 부업으로 팰컨스라는 그룹의 기타리스트 일을 했다. 한날 아들 티토 잭슨의 기타리스트로서 재능을 보고 재키, 저메인을 가세시킨 보컬 트리오를 구상한 조는 이후 말런과 마이클까지 합류시켜 잭슨 파이브를 만든다. 다정하고 사려 깊던 아내 캐서린과 달리 엄하고 폭력적인 성격을 지녔던 조는 자식들에게 체벌까지 가했던 인물로, 특히 마이클이 아버지의 그 성격에 자주 맞섰다. 우린 공개된 2차 예고편 중 마이클이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해볼게요”라고 말했을 때 “네 생각은 내가 정해”라는 조의 대사에서 부자 사이 긴장을 목격한 바 있다. 조는 나중 베리 고디, 다이애나 로스의 마이클에 대한 영향력이 자신보다 커지는 것처럼 느껴져 두 사람을 질투하게 되는데 영화에서 그 상황, 심리까지 다룰지는 지켜봐야겠다.

니아 롱 (캐서린 잭슨 역)
마이클의 엄마 캐서린 잭슨 역은 배우 니아 롱이 맡는다. 컨트리 음악의 광팬이었던 캐서린은 TV가 고장 났을 때 아이들과 함께 노래 부르는 걸 낙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것이 잭슨 파이브의 시초였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앓았던 소아마비로 집안일을 해나가기 힘들었던 캐서린 곁에선 맏딸 레비가 엄마를 도와 동생들을 돌봤다고 한다.
영화 ‘마이클’의 함정은 조 잭슨을 제외한 마이클의 가족들이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마이클을 위해서만 거기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이건 해외 비평가들이 일관되게 지적하는 부분으로, 조연이어도 캐릭터들을 얼마든지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데 영화 ‘마이클’은 평면적이고 소극적으로만 인물들을 소비했다는 게 다수 지적의 요지다. 영화에서 남편의 노골적인 외도(생전 인터뷰에서 마이클은 그런 아버지를 증오한다고 했다)에 화가 나 이혼 선언을 했던 캐서린의 모습을 다룰지가 의문인 건 그래서다.
마일스 텔러 (존 브랑카 역)
재즈 영화 ‘위플래시’로 유명한 마일스 텔러가 연기할 존 브랑카는 1980년대 초반 마이클의 전담 변호사이자 매니저로 고용된다. 앨범 ‘Thriller’의 제작과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며 마이클을 슈퍼스타로 만든 핵심 인물이었던 존은 1985년 마이클이 4,750만 달러를 지불하고 비틀스 판권을 사들일 때 이를 성사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브랑카는 2009년 마이클이 세상을 떠난 뒤 현재까지 마이클 잭슨 재단(Estate of Michael Jackson)의 공동 집행인으로서 그의 유산과 저작권을 관리 중이다. 영화에선 아버지 조 잭슨의 그늘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할 때 마이클을 돕는 전략적 파트너로 활약한다고 한다. 브랑카는 영화 ‘마이클’의 공동 제작자이기도 하다.
케일린 듀렐 존스 (빌 브레이)
전직 경찰관 출신인 빌 브레이는 마이클의 보디가드이자 마이클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안식처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퀸시 존스 만큼 마이클이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처럼 의지했던 인물이 바로 빌이었던 것. 마이클은 자서전 ‘문워커’에서도 빌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신뢰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 언급하고 있다. 잭슨 파이브 때부터 ‘Dangerous’ 시절까지 마이클과 인연을 이어갔으니 빌은 이 영화에 등장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겠다. 마이클은 90년대 중반 건강상 이유로 은퇴한 빌에게 생활비와 의료비를 지원하며 끝까지 예우를 갖췄다고 전한다.
라런즈 테이트 (베리 고디 역)
탐라 모타운의 창립자. 사실 이 사람만으로도 전기 영화 한 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베리 고디다. 마이클의 유년기와 청년기에서 모타운은 빼놓을 수 없으므로 베리가 영화에 나오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예상컨대 ‘마이클’에선 가수 겸 프로듀서 보비 테일러와 수잔 드 파세가 잭슨 파이브 오디션 일정을 잡고, 당시 아이들 그룹에 큰 관심이 없던 고디에게 수잔이 잭슨 파이브 영입을 적극 권하는 장면을 다루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베리가 마이클에게 모타운 25주년 쇼에 출연 요청을 하는 모습을 다룰 수도 있다. 라런즈 테이트의 연기를 기대해본다.
로라 해리어 (수잔 드 파세 역)
수잔 드 파세는 마이클의 역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익숙할 이름으로, 베리 고디의 개인 어시스턴트로 업계 커리어를 시작해 나중 모타운 프로덕션 사장 자리에까지 오르는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수잔은 모타운 사업을 TV와 영화 쪽으로 확장 시켰는데 다이애나 로스가 빌리 홀리데이 역으로 열연한 영화 ‘레이디 싱스 더 블루스’에선 공동 각본까지 써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흑인 여성으로선 관련 부문 첫 노미네이트 기록이다.
수잔은 잭슨 파이브의 매니저이자 안무가, 코디네이터를 넘어 아이들 공부까지 봐준 사실상 형제들의 어머니 역할까지 해냈다. 이것만으로도 수잔이 영화에 나올 이유는 충분하지만, ‘마이클’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아마도 그녀가 제작한 모타운 25주년 기념 특집 프로그램 ‘모타운 25: 어제, 오늘, 그리고 영원히’일 것이다. 마이클 잭슨은 여기서 그 유명한 문워크를 ‘Billie Jean’ 중간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수잔은 저 프로그램으로 에미상을 받았다.
마이클은 2005년 인터뷰에서 수잔을 두고 매니저 이상의 존재, 잭슨 형제 활동 초기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고 했다. 수잔은 그렇게 음악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4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켄드릭 샘슨 (퀸시 존스 역)
퀸시 존스는 마이클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Off the Wall’, ‘Thriller’, ‘Bad’ 시절이 하이라이트가 될 이 영화에서 저 앨범들을 함께 만든 퀸시의 비중은 클 수밖에 없다. 퀸시는 마이클이 솔로로서 우뚝 설 수 있게 해준 정신적 아버지였다.
어린 시절 레이 찰스를 보며 음악 꿈을 키운 퀸시는 50년대 초 트럼페터로 시애틀 지역 재즈 클럽가에서 이름을 날렸다. 라이오넬 햄프턴 재즈 오케스트라에 합류하며 유럽이라는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한 그는 50년대 후반 프랑스 파리에 정착해 나디아 불랑제에게 작곡을 배운다. 그리고 퀸시는 거장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영화 ‘전당포’ 사운드트랙을 맡으며 비로소 날아오르는데, 당시 루멧과의 호흡은 흑인 최초의 OST 작업이었다. 1975년 자신의 프로덕션을 만들어 친구 프랭크 시나트라와도 작업한 퀸시 존스는 모든 출연진을 흑인으로 채우고 ‘전당포’의 감독 시드니 루멧을 섭외한 배리 고디의 야심작 ‘마법사’ 사운드트랙을 의뢰받으면서 마침내 마이클과 만난다. 비록 영화는 3백만 달러 적자라는 처참한 결과를 남겼지만, 역사적인 만남을 성사시킨 프로젝트였던 만큼 마이클의 전기 영화에선 중요한 모티프로 묘사될지도 모르겠다. 마이클의 멘토 퀸시 존스는 배우 켄드릭 샘슨이 연기한다.
제시카 술라 (라토야 잭슨 역)
영화 ‘마이클’에는 마이클의 누나 라토야 잭슨도 나온다. 라토야는 잭슨 가문의 다섯째이자 둘째 딸로,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스튜디오 앨범만 아홉 장을 낸 베테랑 가수이기도 하다. 특히 대표곡 ‘Night Time Lover’는 동생 마이클이 작곡과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라토야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데 1991년에 출간한 자서전 ‘La Toya: Growing Up in the Jackson Family’는 전 세계에 1,500만 부 이상이 판매됐다. 이 외에도 라토야는 리얼리티 쇼 ‘Life with La Toya’로 방송 쪽에서도 활약했고 또 모델로도 활동했다. 라토야는 동생만큼 다재다능한 누나였다.

자말 헨더슨, 제이든 하빌 (저메인 잭슨 역)
잭슨 파이브의 베이시스트였던 저메인 잭슨은 동생 마이클과 메인 보컬도 나눠 맡았는데, 머라이어 캐리의 MTV 언플러그드 커버로 유명한 ‘I’ll Be There’에서 저메인의 실력을 들을 수 있다. 저메인은 2009년 마이클의 장례식에서 동생이 생전 가장 좋아했던 곡 ‘Smile’을 불러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저메인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1975년 잭슨 파이브가 모타운에서 에픽 레코드로 소속사를 옮길 때 모타운에 잔류하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형제들과 다시 만난 건 마이클이 슈퍼스타가 된 이후, 그리고 잭슨 파이브가 잭슨스로 이름을 바꾼 뒤인 1984년에 발매한 앨범 ‘Victory’ 관련 투어 때였다. 빅토리 투어는 꽤 감동적인 순간이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다룰 확률이 높다. 성인 저메인은 자말 헨더슨이, 어린 저메인은 제이든 하빌이 연기한다.
트레 홀튼, 제일런 린든 헌터 (말런 잭슨 역)
마이클의 넷째 형인 말런 잭슨은 배우 트레 홀튼이 연기한다. 말런은 잭슨 파이브에서 서브 보컬과 퍼포먼스를 맡았는데, 특히 안무에서 멤버 중 가장 습득력이 빨라 마이클과 함께 활약하게 된다. 1987년 솔로 앨범 ‘Baby Tonight’을 발표한 말런은 타이틀곡 ‘Don’t Go’를 빌보드 알앤비 차트 2위까지 올리며 음악 기량을 증명하기도 했다. 성격이 가장 원만해 갈등이 생길 때 형제들 간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말런. 어린 말런 역을 맡은 배우 제일런 린든 헌터도 그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라이언 힐, 주다 에드워즈 (티토 잭슨 역)
그룹에서 기타를 맡은 티토 잭슨은 잭슨 파이브 결성의 촉매가 됐던 인물이다. 앞서 얘기했듯 조 잭슨이 티토의 기타리스트로서 재능을 알아본 계기가 바로 아버지 기타 줄을 티토가 끊어먹으면서였기 때문이다. 모타운 시절에는 세션 연주자에 밀려 직접 연주할 기회가 적었던 티토는 이후 에픽 레코드로 옮겨 본인의 기타 실력을 제대로 뽐낸다. 형제 중 가장 늦게 솔로 활동에 나선 그는 무려 2016년에 첫 앨범 ‘Tito Time’을 발표했고, 세상을 등지기 3년 전엔 자신의 블루스 사랑을 반영한 두 번째 앨범 ‘Under Your Spell’을 내놓았다. 영화에선 주다 에드워즈가 어린 티토를, 라이언 힐이 성인 티토를 연기한다.
조셉 데이비드 존스, 너새니얼 로건 맥킨타이어 (재키 잭슨 역)
잭슨가의 장남 재키 잭슨은 그룹에서 가장 높은 음역대를 소화했는데, 덕분에 막내 마이클이 변성기를 겪기 전까지 팀의 고음 파트를 든든하게 받쳐줄 수 있었다. 맏형답게 팀 안무와 노래 연습을 조율하는 실질적인 관리자 역할도 한 재키는 잭슨스 시절 히트곡 ‘Can You Feel It’의 공동 작곡에 참여했던 만큼 1973년 모타운에서 셀프 타이틀 앨범 ‘Jackie Jackson’을 발매하며 비교적 일찍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1989년에는 한국에도 상륙해 가요계를 뒤흔들 뉴 잭 스윙을 앞세운 두 번째 솔로 앨범 ‘Be the One’을 발표하며 일찍 두각을 보였다. 자신의 레이블 제스코 레코드(Jesco Records)를 설립해 운영하기도 한 재키의 젊은 시절은 배우 너새니얼 로건 맥인타이어가, 이후의 재키는 조셉 데이비드 존스가 연기한다.
잭슨 파이브·잭슨스 멤버이자 마이클의 형제들은 영화에서 거의 대사가 없는 조연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이는 ‘영화의 깊이’ 측면에서 평론가들의 쓴소리에 결정적인 빌미가 되고 말았다. 리브 시먼 (글래디스 나이트 역)
글래디스 나이트와 마이클은 어릴 때부터 모타운에서 함께 활동했다. 마이클의 어머니 캐서린과도 친분이 깊었던 글래디스는 스스로를 마이클의 누나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게 그냥 한 말이 아닌 것이, 실제 글래디스는 마이클이 힘든 시기를 겪을 때 친누나처럼 그에게 정서적인 안식처가 되어주었고, 가족을 이루고 싶어 하는 마이클에게 역시 따뜻한 ‘누나의 조언’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2009년 마이클이 세상을 등졌을 때도 글래디스는 크게 슬퍼하며 자신만의 메시지를 노래를 통해 마이클에게 전했다. 글래디스는 배우 리브 시먼이 연기한다.
마이크 마이어스 (월터 예트니코프 역)
배우이자 뮤지션, 코미디언인 팔방미인 마이크 마이어스는 ‘마이클’에 카메오로 출연한다. 그의 역할은 전 CBS 레코드 사장 월터 예트니코프. 이 사람이 잠깐 나온다는 건 영화가 MTV 최초의 흑인 뮤지션 비디오가 될 ‘Billie Jean’을 MTV 측에 틀게끔 압박하는 장면을 다룬다는 얘기다.
디온 콜 (돈 킹 역)
돈 킹은 복싱계의 거물 프로모터였다. 그런 그가 거액의 선급금을 약속하며 1984년 잭슨스의 ‘빅토리 투어’ 마케팅 및 프로모터 계약을 따냈는데, 이를 주도했던 사람은 조 잭슨이다. 이미 스타였던 마이클은 형제들과의 의리 등을 이유로 이 투어에 참여했지만, 돈 킹의 콘서트 프로모터로서 얕은 전문성과 티켓 판매 방식(돈 킹은 티켓 가격을 30달러로 책정해 4장 묶음으로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이는 팬들의 큰 반발을 산다)에서 보인 일 처리의 독단성이 마음에 들지 않아 갈등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마저 돈 킹을 지지하면서 프로모터와의 갈등은 가족 간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영화에선 이 상황을 들여다볼 것 같다.
아시아 후쿠아 (올라 레이 역)
올라 레이는 그 유명한 ‘Thriller’ 뮤직비디오에서 마이클의 여자친구 역할을 맡았던 배우다. 당시 마이클은 올라가 잡지 ‘플레이보이’에서 활동한 걸 탐탁지 않아 했지만, 오디션에서 그녀를 발탁한 감독 존 랜디스의 설득으로 최종 출연까지 갔다. 아시아 후쿠아는 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듯 ‘마이클’의 감독 안톤 후쿠아의 딸로, 저 올라 역을 맡았다. 크레딧에는 ‘Thriller Girlfriend’로 나온다고. 아시아가 ‘아빠 찬스’를 얼마나 잘 소화했을지 궁금하다.
여기까지가 ‘공식’ 출연진이고 다음 세 사람은 마이클 인생에서 너무 중요했음에도 오피셜 명단에선 빠져 있는 사람들이다. 영화 개봉 전 몇몇 매체들에서 저들을 연기한 배우 이름까지 거론되었던 걸 보면 이 역시 의문의 ‘통편집’ 속에 포함된 건 아닌가도 싶다. 짧게라도, 어떤 식으로든 나올 것 같긴 한데 보기 전까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마이클을 이해하기 위해선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인물들이기에 여기 남긴다.
다이애나 로스
제임스 브라운, 재키 윌슨과 함께 마이클의 우상이었던 다이애나 로스는 모타운의 여왕으로 불렸다. 베리 고디는 다이애나를 잭슨 파이브의 대모로도 임명했는데, 이는 1960년 모타운과 계약한 슈프림스의 해체 수순이었다. 고디는 다이애나가 가수, 배우로서 홀로 활동하길 원했던 것이다. 사실 고디가 다이애나에게 부여한 ‘대모’라는 역할은 단순히 명목만은 아니었다. 잭슨 파이브 데뷔작 마무리를 위해 LA에 온 마이클을 다이애나는 매니저로서 또 엄마로서 무려 18개월을 돌보았기 때문이다. 마이클은 퀸시 존스를 만나게 해준 영화 ‘마법사’ 출연 역시 다이애나의 권유로 참여했다. 마이클이 저 영화 출연을 껄끄러워한 건 에픽 레코드로 소속사를 옮긴 잭슨가가 모타운과 계약 파기 건으로 소송 중이어서였다. 다이애나는 라이오넬 리치와 마이클이 앞장선 ‘USA for Africa’에도 자청해 참여했는데 글쎄, 이 모습까지 담아내기엔 영화로서 부담이 컸던지 통편집됐다. 알려진 바로는 89년생 배우 캣 그레이엄이 다이애나 역할을 맡았다.
딕 클락
배우 케빈 쉬닉의 연기로 만나리라 예상했던 딕 클락은 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다. 케이팝 팬들 사이에선 BTS의 ‘DNA’ 퍼포먼스로 유명할 바로 그 시상식인데, 마이클은 1974년 제1회 AMA에 당시 라이벌이었던 도니 오스몬드와 시상자로 참여했다. 잭슨 파이브는 그런 딕이 1959년에서 89년까지 30년 동안 진행한 ‘아메리칸 밴드스탠드’에 데뷔 때부터 정기 출연했고, 딕은 잭슨스를 건너 ‘Thriller’ 시절 마이클에게까지 따로 큰 도움을 주며 의리를 지켜나갔다. 딕 클락은 마이클과 각별한 사이일 수밖에 없었다.
조니 코크란
조니 코크란은 한때 미국을 발칵 뒤집어놨던 O.J. 심슨 재판에서 심슨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변호사다. 투팍 샤커, 스눕 독 같은 유명인의 변호도 맡았던 조니는 공권력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흑인 피고인들을 변호하는 민권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이 사람이 ‘마이클’에 나왔다면 생전에 마이클을 가장 고통스럽게 한 아동 성추행 사건을 영화가 다루었겠지만(조니는 당시 마이클 측 변호사였다) 결국 편집된 듯 보인다. 편집되었으리라 짐작하는 건 한때 데릭 루크라는 조니 역의 배우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토토의 스티브 루카서 같은 유명 세션 음악가들과 ‘Beat It’ 기타 솔로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연주하고 떠난 에디 밴 헤일런, 마이클의 또 다른 멘토 스티비 원더와 폴 매카트니, 마이클의 대표곡들을 작곡한 로드 템퍼튼, 80년대 황금기 이후에도 마이클과 관계를 이어가는 오디오 엔지니어 브루스 스위디언 역시 어떤 식으로든 영화에 얼굴을 비춰야 할 것 같긴 한데 어떨지 모르겠다. 잭슨 파이브가 데뷔할 때 고작 세 살이던 막내 자넷 잭슨도 오빠와 함께 부른 ‘Scream’이 수록된 ‘History’ 앨범이 영화에 나와야 언급이라도 되겠지만 글쎄, 거기까지 가면 작품이 너무 방대해지므로 무리일 바람이다. 저 내용은 언젠가 자넷의 전기 영화가 나온다면 그때 다뤄지지 않을까. ‘마이클’은 1988년 웸블리 스타디움 콘서트로 막을 내린다고 하니 우린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한 ‘Bad’나 ‘Smooth Criminal’의 무중력 댄스 이야기도 영화에선 듣지 못할 것이다.
대신 영화 ‘마이클’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직전 ‘이야기는 계속된다’라는 애매한 자막을 내보낸다. 이는 최초 4시간에서 제작자 측의 개입과 법의 제약 때문에 잘려 나갔다는 2시간 분량 영상을 2탄에서 마저 다루겠다는 예고일까, 아니면 웸블리 콘서트 이후 마이클의 전설이 ‘Dangerous’에서 ‘History’, ‘Invincible’로 이어졌다는 결과론적 여운일까. 어느 쪽인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일이다.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