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스' 정이서 "'봉박'=생명의 은인..계속 현장에 있고파" [인터뷰]

'원더풀스' 정이서 "'봉박'=생명의 은인..계속 현장에 있고파" [인터뷰]

이덕행 ize 기자
2026.06.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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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이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원더풀스'에서 분더킨더 3인방 중 한 명인 석주란 역을 맡아 처연함과 잔혹함을 오가는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정이서는 유인식 감독의 조언을 통해 석주란의 인간적인 모습과 각성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으며, 감독의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편지, 꽃다발 선물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또한, 영화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을 통해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선택을 받은 것에 대해 '생명의 은인'이라며 감사함을 표했고,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과 장르에 도전하며 꾸준히 현장에 있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제이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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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과 봉준호의 선택을 받은 배우.

짧지만 배우 정이서가 가진 능력과 잠재력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식어다. 비중의 크고 작음은 중요하지 않았다. 정이서는 항상 자신의 역할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실제로 만나본 정이서는 연기뿐만 아니라 여러 마음가짐에서도 거장의 선택을 받은 이유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5월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원더풀스'(연출 유인식, 극본 허다중)는 종말론이 득세하던 1999년, 뜻밖의 사건으로 초능력을 얻게 된 동네 허당들이 해성시의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싸우는 초능력 코믹 액션 어드벤처 작품이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분더킨더 프로젝트’의 총책임자 하원도(손현주)에게 실험을 당해 초능력을 얻게 된 ‘분더킨더’ 3인방 중 한 명인 석주란 역을 맡은 배우 정이서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작품이 공개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가운데, 정이서는 관심을 가져준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주변에는 연기하는 친구들도 있고 특히 제가 빌런이라고 하니 '어떻게 하나 보자'라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봐줬던 친구도 있어요. 그리고 특히 이번에는 해외 팬분들이 많이 봐주신 것 같아요. DM을 다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외국어가 많이 보여서 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런데 그 사이에서 한국인 한 분이 보내주신 글이 남아요. 다들 '잘 봤어요'처럼 큰 틀에서 봐주신다면, 그분은 제가 수화를 하는 장면을 짚어주시더라고요. 주란이는 청각장애가 있다 보니 수화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준비를 열심히했는데 그분이 '수화가 인상 깊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응원이 되고 매우 감사했어요."

/사진=제이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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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을 통해 '원더풀스'에 합류하게 된 정이서. 주란의 동생 호란이 될 뻔도 했었던 정이서는 처연함과 잔혹함을 오가는 입체적인 연기로 석주란을 완벽하게 해석했다.

"사실 감독님이 촬영을 다 마치고 나서 '처음에는 호란 역을 염두에 뒀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살인자ㅇ난감'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떠올리셨다면서요. 그런데 주란이를 하게 됐고 말수가 없고 차분하고, 연약해 보이는 인물이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어요. 많이 표현할 수 있는 게 없는 역할 같다가도 그 안에 많은 것들이 휘몰아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팔호와 호란이가 사고칠 때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에 단편적이지 않게 그리는 게 숙제였어요."

과거 복지원에서의 열악한 환경 탓에 청각을 상실한 석주란의 초능력은 다름 아닌 타인의 청각을 마비시키고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는 세뇌 능력이다. 엄청난 초능력을 가진 석주란은 동생 석호란(최윤지)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는 길을 택한 인물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초능력자로 강한 힘을 보여주는 '석주란 모먼트'와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석주란이 아닌 모먼트'라고 부르면서 분리했어요. 초반에는 빌런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석주란 모먼트'를 많이 준비했는데 감독님은 처연하고 연약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다가 후반부에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을 다시 집중해서 봤어요. 주란이로서는 서러운 지점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생각보다 눈물을 많이 흘리게 됐어요. 각성한 이후에는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아야 하는데, 촬영장에서 강풍을 맞다 보니 눈물이 나와서 애먹었던 기억도 나네요."

유인식 감독의 조언을 거쳐 탄생한 정이서의 석주란은 시청자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감독님께서 캐스팅을 마치고 '주란, 호란, 팔호가 빌런 삼인방이지만 빌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짠하다고 생각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대본을 읽으니 애틋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주란이도 사람인지라 처음부터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잖아요. 하원도를 따르는 것 역시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스스로를 세뇌했다는 생각도 했어요. 중간중간 멈칫하거나 눈물흘리는 지점에서도 여러 감정을 표현해 보려고 했어요."

/사진=제이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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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스'의 전체적인 톤은 유쾌함에 가깝다. 홀로 다른 결의 감정선을 가져야 하는 정이서로서는 쉽지 않았을 터. 정이서는 그럼에도 "우리결 대로 하자"고 다짐하며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사실 저희는 진지하게 연기를 했어요. 선배님들이 어떻게 하실까 궁금했는데 대본 리딩 때보니까 정말 웃기고 재미있더라고요. 그래도 우리의 결대로 진지하게 임하자고 말했어요. 많은 분들이 최대훈 선배님이 세뇌가 되지 않는 부분을 재미있어하시던데, 저도 그렇고 최대훈 선배님도 현장에서 정말 진지하게 했어요."

유인식 감독은 단순히 연기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준 것만은 아니었다. 정이서는 "이건 널리널리 알려야 한다"며 유인식 감독을 향한 미담을 아낌없이 풀어냈다.

"특히 감독님이 정말 좋으셨어요. 이건 널리 널리 소문내야 해요. 처음 오디션을 보고 나가려는데 다른 방에 계셨던 제작팀이 봉투를 건네주시더라고요. 소정의 교통비와 감독님이 쓰신 편지가 담겨있었어요. 오디션에 참여한 배우들에게 각각 다르게 써주신 것 같더라고요. 또 대본 리딩을 가서 서로 인사를 하는데 모든 분들께 빠짐없이 꽃다발을 주시더라고요. 그때 또 감동했어요."

/사진=제이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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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서는 영화 '기생충'의 피자 가게 사장 역을 맡으며 짧은 분량이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고, 영화 '헤어질 결심'의 유미지 역을 맡으며 '봉준호, 박찬욱의 선택을 받은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됐다.

"일상 생활을 하다가는 까먹었다가 이런 기회에 기억을 복귀하는 게 있어요. 두 감독님의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 오디션도 볼 수 있고 미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에겐 생명의 은인이죠."

조금 늦게 주목받긴 했지만, 2015년 데뷔한 정이서는 어느덧 10년 차를 넘긴 베테랑이기도 하다.

"그때그때 열심히 살다 보니 10년이 흐른 것 같아요. 여전히 올라가려고 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더 달려보고 싶어요. 10년 뒤에도 똑같을 것 같아요. 10년 전에는 패기와 열정이 있었다면 ,지금은 더 차분하고 현장에서 어른처럼 하려고 하는 정도가 차이랄까요. 어떤 배우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정하기 보다는 계속 열심히 하다보면 어딘가에 도달해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 그때 사람들이 '정이서는 저런 방향으로 잘 갔구나'라고 생각해주시지 않을까요?"

/사진=제이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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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앞에만 서면 부끄러움이 사라진다는 정이서는 여전히 더 많은 역할을 꿈꾸고 있었다. 식지 않는 열정으로 더 큰 미래를 그리는 정이서가 봉준호, 박찬욱뿐만 아니라 더 많은 거장들의 선택을 받을 것은 분명해보였다.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어요. 마치 도장깨기를 하는 것처럼 나아가고 있어요. 저는 꾸준히 일하고 싶어요.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윤여정 선생님을 보면 멋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도 계속 그렇게 현장에 있고 싶어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선택받는 직업이다보니 잊혀지지 않는 게 감사해요. 그래도 제가 피 튀기는 장르물을 많이 해봤는데 기회가 된다면, 멜로나 로코를 해보고 싶고, 사람 냄새나는 인물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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