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퀸' 신민아의 달라진 ‘눈동자’...'스릴러퀸' 등극

'로코퀸' 신민아의 달라진 ‘눈동자’...'스릴러퀸' 등극

권구현(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06.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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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2역 맡아 캐릭터의 공포와 상실감 완벽히 표현

영화 '눈동자'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서진이 스토킹 범죄에 시달리며 겪는 공포를 그린 스릴러 작품이다. 주연 배우 신민아는 동생 서인과 언니 서진을 오가는 1인 2역을 맡아 인물의 상실감과 불안을 밀도 있게 표현했다. 김남희와 이승룡의 연기가 더해진 이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하여 관객들에게 시각적 공포와 긴장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사진제공=쏠레어파트너스 by 케이웨이브미디어, ㈜바이포엠스튜디오
사진제공=쏠레어파트너스 by 케이웨이브미디어, ㈜바이포엠스튜디오

대한민국의 치안은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안전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도심 곳곳을 촘촘하게 메운 CCTV망 덕분에 웬만한 범죄에 있어 높은 검거율을 기록한다. 우리는 사생활의 일부를 사회의 눈동자에 노출하는 삶을 선택한 대신, 타인의 삶 역시 손쉽게 관찰할 수 있는 안전망을 얻었다.

굳이 범죄 같이 극단적인 현상까지 바라보지 않더라도, 현대인은 늘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타인의 삶을 바라본다. 우리의 일상이 된 SNS가 이를 증명한다. 현재의 삶은 이렇듯 ‘본다’와 ‘보여진다’라는 역설적인 시선의 패러다임이 혼재돼 있다.

영화 '눈동자'는 바로 이 ‘시선’이 가진 중의적인 역설을 스릴러의 문법 안으로 영리하게 끌어들인다. 유전병으로 인해 점차 시각을 상실해 가는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사진작가 서진(신민아)에게 눈동자는 어떻게든 지켜내야 할 생존의 보루다. 하지만 타인의 순간을 자신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사진작가 서진은 타인의 시선에서 도망쳐야 한다.

모델 현민(이승룡)의 스토킹에 늘 불안에 떨고 있는 서진이다. 현민의 뒤틀린 눈동자는 서진을 관찰 대상으로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절대적인 감각인 '시각'을 극단적으로 쥐고 흔드는 이 영화는, 관객들을 서진이 처한 감각의 부재와 응시의 공포 한가운데로 거침없이 밀어 넣는다.

사진제공=쏠레어파트너스 by 케이웨이브미디어, ㈜바이포엠스튜디오
사진제공=쏠레어파트너스 by 케이웨이브미디어, ㈜바이포엠스튜디오

감각을 통제한 공포와 스릴러는 오랫동안 장르 영화가 즐겨 활용해 온 소재다. 눈이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 낯선 침입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오드리 햅번 주연의 클래식 스릴러 '어두워질 때까지'(1967)부터, 소리를 내는 순간 공격하는 괴생명체와의 사투를 그리며 청각적 긴장감을 극대화한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 그리고 시각을 차단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기괴한 재앙을 다룬 '버드 박스'(2018)까지 그 변주의 역사는 깊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본능적인 불안을 자극한다. 시야가 차단되는 순간, 익숙했던 공간은 낯선 공포로 변하고 관객은 인물과 함께 제한된 감각 속에서 위협을 마주하게 된다. ‘눈동자’는 이러한 클래식 스릴러의 문법을 계승하면서도, 단순히 시력을 잃어가는 인물의 생존기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는 스토킹이라는 범죄의 결합으로 자신만의 공포를 구축한다.

두 눈이 온전할 때조차 서진은 스토킹에 의해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린다. 누군가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감각, 사적인 영역이 침범당하고 있다는 두려움은 일상을 무너뜨린다. 그 공포는 시각 상실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과 맞물린다. 점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을 지켜보던 시선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인지할 수 없게 되는 순간. 서진이 느끼는 상실감과 공포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현실에서도 스토킹은 꾸준히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범죄다. 피해자는 24시간 자신을 따라다니는 누군가의 존재를 의식하며 살아가지만, 물리적인 타격이나 명확한 위법 행위가 가시화되지 않는 한 즉각적인 법적 처벌을 가하기 어렵다. 공권력이 피해자를 보호하려 해도, 몇 날 며칠 24시간 내내 그림자처럼 피해자의 곁을 지켜줄 수 없는 한계 또한 존재한다.

사진제공=쏠레어파트너스 by 케이웨이브미디어, ㈜바이포엠스튜디오
사진제공=쏠레어파트너스 by 케이웨이브미디어, ㈜바이포엠스튜디오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이 스토킹이라는 범죄가 한 인간의 일상을 얼마나 악질적으로 파괴하는지, 그 본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이 가혹한 불안과 공포의 밀도를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온전히 전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가지는 장르적 가치는 이미 충분하다.

영화 '눈동자'를 완성하고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신민아다. 신민아는 뛰어난 비주얼과 스타성을 지닌 배우다. 허나 '눈동자'는 신민아가 가진 배우로서의 단단한 역량을 더욱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험난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쫓기고 무너지는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영화는 배우에게 외적인 매력이 아닌 인물이 품은 공포와 상실감을 표현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신민아는 그 어려운 과제를 설득력 있게 해낸다. 미모에 가려져 있던 배우의 눈동자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특히 이번 작품은 신민아의 원톱 영화다. 거의 모든 장면에 그가 등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을 떠난 동생 서인과 진실을 쫓는 언니 서진을 오가는 1인 2역까지 소화했다. 조금씩 빛을 잃어가는 시각에 대한 두려움, 동생을 잃은 슬픔, 생전 동생을 향한 미안함, 그리고 자신을 집요하게 뒤쫓는 스토커에 대한 공포까지. 서진이라는 인물이 짊어진 감정의 무게와 불안의 밀도는 상당하다. 외적인 변화를 넘어 눈빛과 미세한 감각의 차이만으로 두 인물의 정서를 완벽히 분리해 낸 신민아 연기는 원톱 주연으로서의 저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사진제공=?쏠레어파트너스 by 케이웨이브미디어, ㈜바이포엠스튜디오
사진제공=?쏠레어파트너스 by 케이웨이브미디어, ㈜바이포엠스튜디오

신민아의 고군분투가 더욱 빛나는 건 관객조차 숨 돌릴 틈이 없는 영화라는 점이다. 인물이 처한 상황 자체가 극도의 긴장과 불안을 요구하는 만큼, 배우 역시 감정의 끈을 계속해서 끝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장르적인 숨 쉴 구멍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 압박 속에서도 신민아는 흔들리지 않고 캐릭터의 내면을 밀도 있게 쌓아 올리며 극을 이끈다. '눈동자'는 신민아가 이제 어떤 장르와 복잡한 배역을 맡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극을 이끌 수 있는, 명실상부한 '믿고 보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신민아의 활약에 호흡을 맞춘 김남희와 이승룡의 연기를 살펴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미스터 선샤인'으로 대중에게 익숙한 김남희는 영화의 컬트적 완성도를 높이며, 이승룡은 스토킹 가해자의 악의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적인 존재, 반대로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보여지고 있다는 감각, 무더위가 더해가는 올 여름, 시네마 피서를 즐길 줄 아는 관객이라면 두 가지 맛 공포를 담은 ‘눈동자’의 시선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 '눈동자'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105분.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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