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선수 안재형·자오즈민의 국경 초월 로맨스 조명
233회 전국 시청률 2.5% 기록

'꼬꼬무'가 냉전의 장벽을 넘어 사랑을 이룬 탁구 스타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이야기로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지난 23일 방송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233회에서는 수교 이전의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사랑을 지킨 탁구선수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영화 같은 로맨스를 다뤘다. 세븐틴 버논, B1A4 산들, 배우 김수진이 리스너로 출연했다. 이날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2.5%를 기록해 전 회차보다 소폭(0.2%) 하락했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984년 파키스탄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이뤄졌다. 상대 선수들을 분석하던 안재형은 코트를 누비는 자오즈민에게 첫눈에 반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탁구 스타이자 '선수촌 최고 미녀'로 불리던 자오즈민에게 그가 건넬 수 있는 말은 짧은 "니하오"와 서툰 몸짓이 전부였다.
당시 한국과 중국은 6·25전쟁 이후 외교 관계조차 맺지 않은 적성 국가였다. 서로의 언어가 통하지 않는 데다 선수들을 둘러싼 감시까지 엄격해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부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듬해 스웨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남몰래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키웠다. 안재형은 자오즈민을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고된 훈련과 함께 중국어 공부에도 매달렸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는 나란히 정상에 올랐다. 안재형은 세계 최강 중국과 맞붙은 남자 탁구 단체전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까지 꺾으며 한국의 금메달을 이끌었고, 자오즈민도 여자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가 끝난 뒤 안재형은 편지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편지 내용을 접한 김수진은 "마음을 탁 찌르는 느낌"이라며 눈물을 보였고, 버논은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는 것만큼 진심이 통하는 건 없다"고 공감했다. 자오즈민은 안재형의 대형 사진 앞에서 미소 짓는 자신의 사진을 보내 사랑에 화답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열애는 민감한 외교 문제로 번질 위기에 놓였다. 안재형은 자오즈민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친구일 뿐"이라고 부인했다. 자오즈민 역시 언론 앞에서는 결별했다고 밝혔지만 곧 진심이 아니라는 편지를 보내 변함없는 마음을 전했다.

결혼설이 다시 불거졌을 때도 상황은 같았다. 안재형은 9시 뉴스 생방송에 출연해 자오즈민과 친구 사이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 선수와 중국 선수의 결합이 불러올 정치적 파장으로부터 연인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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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 기간에는 자오즈민과 안재형의 부모가 극비리에 만났다. 그러나 이를 알아챈 기자들이 현장에 몰려들었고 두 사람은 사다리를 타고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긴박한 상황까지 겪었다.
수많은 난관에도 두 사람은 결국 결혼을 택했다. 1989년 제3국인 스웨덴에서 혼인신고를 한 것이다. 자오즈민에게는 망명으로 오해받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까지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었다. 안재형은 재촉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고 자오즈민은 자신의 인생을 걸고 혼인신고서에 서명했다.
60대가 된 자오즈민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도박처럼 제 인생을 걸었다"라고 털어놨다. 냉전의 한복판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은 이후 한중 관계 변화의 상징적인 사례로 남았다. 비슷한 시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세계적으로 화해의 물결이 번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결혼이 한중 관계 개선에도 의미 있는 촉매가 됐다고 평가했다.
산들은 "대단하고 멋있다. 사랑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냈다"라고 감탄했다. 버논도 "무전략이 최고의 전략이다. 서로만 믿고 노력해 결실을 맺은 점이 존경스럽다"고 감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