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 재편 후 9년 만의 팀 콘서트…고양 공연서 약 10만명 운집
수많은 히트곡과 흔들림 없는 라이브로 증명한 '현재형 국민 아이돌'

'FANTASTIC BABY'(판타스틱 베이비) 전주가 흐르자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의 모인 수만 명은 빅뱅의 지난 20년을 한목소리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학창 시절 들었을 노래고, 누군가에게는 처음 좋아한 아이돌의 음악이었을 테다. 아니면 거리 곳곳에서 쉬지 않고 울려 퍼져 어느새 가사를 외워버린 한 때의 유행가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날 객석을 채운 감정은 과거나 그리움에만 머물지 않았다. 익숙한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부르고 신곡에 맞춰 함께 뛰는 관객들의 모습은 빅뱅의 시간이 여전히 현재에 놓여 있음을 보여줬다.
빅뱅(지드래곤, 태양, 대성)은 지난 23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IGBANG 2026-2027 WORLD TOUR XX : COSMOS IN GOYANG'(빅뱅 2026-2027 월드 투어 엑스엑스 : 코스모스 인 고양)의 마지막 공연을 열었다. 9년 만의 팀 단독 콘서트이자 3인조로 처음 나선 월드 투어다. 지난 21일부터 이어진 세 차례 공연에는 무려 1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 찼다.
흰색 의상을 맞춰 입은 멤버들은 'FANTASTIC BABY'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거대한 LED 화면을 채운 붉은빛과 밴드의 강렬한 연주 속에서 'HANDS UP'(핸즈 업), 'TONIGHT'(투나잇)을 연달아 불렀다. 지드래곤은 'TONIGHT' 무대 도중 기타 퍼포먼스로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고, 태양과 대성은 힘 있는 목소리로 스타디움을 단숨에 깨웠다. 9년의 기다림을 환희로 바꾸는 데 세 곡이면 충분했다.

이번 공연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거대한 장비도 화려한 특수효과도 아니었다. 빅뱅이 지난 20년간 쌓아 올린 수많은 히트곡이었다. 'BLUE'(블루), 'LOSER'(루저), 'IF YOU'(이프 유), 'BAD BOY'(배드 보이), 'BAE BAE'(배배), '거짓말'까지 전주만 들어도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멤버들이 마이크를 넘기기도 전에 다음 가사를 불렀다. 특히 '하루하루'와 '거짓말'에서는 공연장 전체가 거대한 합창단으로 변했다. 팬뿐이 아니라 당시를 살아온 대중의 기억에 자신들의 노래를 깊이 남긴 팀만이 만들 수 있는 광경이었다. 빅뱅의 음악은 추억 속에 보관된 옛 히트곡이 아니라 여전히 모두가 부르며 즐길 수 있는 대중가요였다.
3인조로 재편된 빅뱅의 합도 놀랄 만큼 단단했다. 마치 처음부터 세 사람으로 출발한 팀인 듯 매 곡마다 각자의 목소리와 에너지를 꾹꾹 눌러 담아 빈틈없이 무대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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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은 날카로운 래핑과 독보적인 아우라로 빅뱅만의 멋을 완성했고, 태양은 격렬하게 움직이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가창과 자유로운 애드리브로 무대의 중심을 단단히 붙들었다. 대성은 넓은 스타디움을 단숨에 가르는 성량과 힘 있게 뻗는 고음으로 노래의 규모를 키웠다.

솔로 무대는 각자의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대성은 'UNIVERSE'(유니버스)와 '날개'로 시원하게 뻗는 보컬을 들려준 뒤 '한도초과', '날 봐, 귀순'으로 록과 트로트의 흥을 넘나들었다. 압도적인 성량에 특유의 유쾌한 무대 매너를 더해 솔로 무대의 문을 힘차게 열어젖혔다.
태양은 'BAD'(배드), 'RINGA LINGA'(링가 링가), 'LIVE FAST DIE SLOW'(리브 패스트 다이 슬로)로 공연 열기를 한층 높였다. 강한 그루브와 춤을 쉴 새 없이 밀어붙이면서도 라이브는 흔들림 없었다. 특히 'LIVE FAST DIE SLOW' 무대에서 객석으로 내려가 관객들과 가까이 호흡했다. 지드래곤은 'POWER'(파워), 'CRAYON'(크레용), '삐딱하게'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몸짓과 날카로운 래핑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세 사람은 다시 검은색 의상을 맞춰 입고 단체 무대로 돌아왔다. 태양의 분홍색, 대성의 파란색, 지드래곤의 노란색 헤어 컬러는 같은 옷 안에서도 하나로 섞이지 않는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다. 'BANG BANG BANG'(뱅뱅뱅), 'STUPID LIAR'(스투피드 라이어), '맨정신', 'WE LIKE 2 PARTY'(위 라이크 투 파티)가 이어지자 스타디움은 다시 거대한 파티장이 됐다.

지난 19일 데뷔 20주년 당일 발표한 신곡 'BiiiG'(빅)은 라이브로 들으니 목적이 분명했다. 반복적인 훅과 묵직한 비트는 밴드 사운드와 어우러지며 음원보다 한층 생생한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관객이 목소리를 보탤수록 노래의 몸집과 흥도 함께 커졌다. 20주년을 기념하는 곡이면서 앞으로 이어질 월드 투어의 열기를 책임질 노래였다.
멤버들의 입담에서도 오랜 호흡이 묻어났다. 대성이 한 곡만으로 20주년 활동을 끝내기 아쉽다고 말하자 태양은 "'BiiiG' 한 곡으로 끝내는 건 엑스스몰"이라고 받아쳤다. 대성은 노래 길이도 짧다고 거들었고, 지드래곤은 "작업을 시작하면 금방"이라고 답했다. 농담처럼 오간 말 속에서 빅뱅의 새 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고양의 마지막 날 공연에만 추가된 '꽃길'은 이날 현장을 찾은 팬들에 특별한 선물이 됐다. 긴 공백을 앞두고 다시 만날 날을 약속했던 노래가 20주년 월드 투어의 출발점에서 울려 퍼졌고, 피날레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장식했다. 기다림의 노래에서 흘러간 계절을 받아들이는 노래로 이어진 엔딩은 빅뱅과 팬들이 함께 통과한 시간을 자연스럽게 되짚었다.
9년 만의 콘서트로 10만여 명을 불러 모으고, 4년 만의 신곡으로 음원 차트 1위로 직행하는 힘은 과거의 명성만으로 만들 수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갈고닦은 감각과 실력을 다시 팀의 시너지로 발휘한 결과다. 빅뱅이 여전히 국민 아이돌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양에서 확인한 빅뱅의 20년은 박제된 전성기도, 왕년의 영광을 되풀이한 무대도 아니었다. 모두의 입에서 다시 재생되며 다음 시간을 향해 나아가는 현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