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진 민폐 여주 만들고 서강준 완벽함에만 기댄 '너 말고 다른 연애' [드라마 쪼개보기]

안은진 민폐 여주 만들고 서강준 완벽함에만 기댄 '너 말고 다른 연애' [드라마 쪼개보기]

한수진 ize 기자
2026.09.22 07: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서강준·안은진 호연으로도 메우지 못한 서사의 답답함

KBS 2TV 드라마 '너 말고 다른 연애'는 서강준과 안은진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답답함으로 인해 시청률 2%대에 머물렀다. 남궁호 캐릭터는 완벽한 헌신을 보여주는 반면 이미도 캐릭터는 감정적인 사고를 치며 민폐 여주인공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인물 간의 균형이 무너지고 새로운 인물들의 매력도 부족하여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너 말고 다른 연애' 방송화면 / 사진=KBS 2TV
'너 말고 다른 연애' 방송화면 / 사진=KBS 2TV

사랑은 둘이 하는데 수습은 한 사람의 몫이다. '너 말고 다른 연애' 남궁호(서강준)의 연애가 그렇다. 누군가는 사고를 치고, 누군가는 마음을 다독이고 뒤를 걱정한다. 오래된 사랑의 균열을 들여다보려던 이야기가 사람 좋은 남자친구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전작 '언더커버 하이스쿨'로 대상을 받은 서강준과 '연인', '키스는 괜히 해서!' 등에서 멜로의 힘을 보여준 안은진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KBS 2TV 토일 드라마 '너 말고 다른 연애'. 그러나 4회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1회부터 쭉 2%대 제자리걸음이다. 아직 극초반이고 숫자만으로 작품을 재단할 수는 없다. 다만 기대했던 조합이 왜 힘을 내지 못하는지 등장인물의 관계 안에서 짚어볼 필요는 있다.

일단 서강준과 안은진의 호흡은 좋다. 헤어진 다음 날에도 잠결에 모닝콜을 주고받는 장면에는 10년 동안 몸에 밴 습관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가장 뜨거웠던 시절의 장난과 현재의 서운함도 무리 없이 이어진다. 서강준은 다정함에 피로와 미련을 섞고, 안은진은 울다가도 자존심을 세우는 복잡한 마음을 능숙하게 표현한다. 두 사람이 오래 사랑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믿어진다.

'너 말고 다른 연애' 방송화면 / 사진=KBS 2TV
'너 말고 다른 연애' 방송화면 / 사진=KBS 2TV

출발점 역시 설득력 있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궁호와 영화에서 하차당하고 생계를 걱정하는 감독 이미도(안은진). 누구는 결혼으로 미래를 약속하려 하고, 누구는 제 일도 이루지 못한 채 연인에게 기대는 처지가 두렵다. 상대의 호의가 고마우면서도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감정은 이 관계를 들여다볼 만한 이유였다.

남궁호 캐릭터는 가히 판타지에 가까울 만큼 완벽하다. 훤칠한 외모에 대기업인 직장에서 능력도 인정받고, 깔끔한 살림 솜씨에 요리 실력까지 갖췄다. 미도의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것은 물론, 자신의 적금 통장까지 내밀며 연인의 꿈을 응원한다. '유니콘 남친'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만큼 등장마다 거대한 설렘을 투하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이 다정함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면서 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책임감을 사랑으로 여기는 그의 답답한 면보다 헌신을 확인하는 장면이 훨씬 두껍다. 이렇게 한쪽의 선의만 거듭 강조하면 이미도의 자립 욕구는 절실한 고민보다 좋은 남자를 밀어내는 투정처럼 축소된다.

'너 말고 다른 연애' 방송화면 / 사진=KBS 2TV
'너 말고 다른 연애' 방송화면 / 사진=KBS 2TV

때문에 이미도의 사정은 이해해 보려 할수록 가까워지기보다 멀어진다. 영화 제작사와 합의를 종용하는 변호사 한태승(이주안)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처음 본 남자의 머리에 양주를 붓고, 태승의 차 앞유리에는 벽돌을 꽂는다. 부당한 대우에 맞서는 기개를 보여주려는 장면이라 해도 생계조차 빠듯한 처지에 배상할 일부터 벌이는 모습은 통쾌하기보다 답답하다. 뒷감당할 여력도 없이 분노부터 쏟아내니 자존심을 지키려다 민폐만 남기는 모양새다. 그렇다 보니 당당함보다 자기 감정만 우선하는 고집이 먼저 보인다.

여주인공에게 흠이 있어서 문제인 것은 아니다. 자신의 모순을 마주하고 책임지는 과정이 충분해야 그 결함도 한 사람의 이해 가능한 사정으로 읽힌다. 이미도에게는 상처를 설명하는 과거와 사고를 일으키는 현재 사이를 이어줄 과정이 부족하다. 시청자는 그의 사정을 헤아리기도 전에 다음 행동을 감당해야 하니 공감보다 거북한 마음이 앞선다.

안은진의 연기력은 여기서 뜻밖의 역효과를 낸다. 억울함과 분노를 생생하게 전달할수록 이미도의 공격적인 태도 역시 선명해진다. 배우는 인물을 충실히 표현하는데 인물에게 정을 붙일 근거는 대본이 충분히 주지 않는다. 잘하는 연기가 반드시 사랑받는 캐릭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다.

'너 말고 다른 연애' 방송화면 / 사진=KBS 2TV
'너 말고 다른 연애' 방송화면 / 사진=KBS 2TV

제목이 예고한 '다른 연애'도 아직 힘이 약하다. 한태승은 이미도를 위험에서 구해주지만 약점을 쥐고 흔들고 남궁호까지 위협한다. 위험해도 끌리는 나쁜 남자의 매력보다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열한 느낌이 더 강하다. 박수아(조아람)는 회사 비리를 쫓는 당찬 후배로 등장하지만 그를 더 알고 싶게 만드는 매력보다 남궁호를 새로운 사건에 끌어들이는 역할이 앞선다. 이주안과 조아람의 연기도 두 인물을 충분히 궁금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캐릭터의 한계인지 표현의 문제인지 가르기 어려울 만큼 관계에 활력이 부족하다.

초반부를 지난 지금, 이 드라마에 필요한 것은 인물들에게 고르게 설득력을 나눠주는 일이다. 남궁호의 헌신만큼 이미도의 선택에도 납득할 이유가 있어야 하고, 새로운 상대들은 기존 연애를 흔들 만큼 자기 매력을 가져야 한다. 두 배우는 이미 오래 사랑한 사이를 보여줬다. 이제 대본이 이들의 사랑을 계속 지켜볼 이유를 보여줄 차례다. 남궁호 혼자 좋은 사람으로 남는다면 결국 응원하게 되는 것은 연애의 회복보다 그의 무사 탈출일 것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