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축산물품질평가원 유임종 소비지원본부장

"돼지고기의 맛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고 선택은 소비자가 하도록 해야 합니다."
유임종 축산물품질평가원 소비지원본부장은 22일 돼지 생산관리 인증 시범사업의 목표를 이같이 설명했다. 기존 돼지 등급제가 도체중과 등지방두께 등을 중심으로 생산·가공·유통 단계의 규격과 정산 기준 역할을 했다면 생산관리 인증은 품종과 혈통, 육질 특성, 사양관리 등을 확인해 소비자에게 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다.
유 본부장은 2024년 7월 소비지원본부장에 부임한 뒤 돼지 등급 기준 개선을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추진해왔다. 그가 돼지 등급제 개선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개인적인 경험도 자리했다.
유 본부장의 아버지는 그가 중학생일 때 돼지 10마리로 양돈을 시작했다. 6남매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유 본부장 역시 어린 시절 돼지를 직접 키웠고 대학에서도 축산학을 전공했다.
오랫동안 양돈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경험은 획일적인 돼지고기 평가 기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유 본부장은 "그동안 국내 양돈산업은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고 3원교잡종이 대표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그다음 단계로 품종과 육질이 다른 다양한 돼지고기를 생산해 시장에 내놓고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돼지의 98% 이상은 랜드레이스·요크셔·듀록을 교배한 3원교잡종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서 품종별 특성이나 맛의 차이가 소비 단계까지 전달되기는 어려웠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유 본부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돼지고기는 굉장히 다양하다"며 "지방이 적은 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있는 반면 지방이 두툼해야 맛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있다. 하나의 기준으로 '이게 정답'이라고 하기에는 소비자 수요가 너무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증 대상은 제주 길갈축산, 전북 남원 다산육종, 경북 경산 덕유농장 등 3곳이다. 이번 공모에는 5곳이 신청했으며 축평원은 품종·혈통 관리와 육질 차별성, 사양관리 체계 등을 중심으로 심사해 3곳을 선정했다.
앞으로 시범사업을 통해 소비자 반응과 제도의 개선점을 먼저 확인하겠다는 구상이다. 유 본부장은 "올해 3곳이니까 내년에 몇 곳, 후년에 몇 곳 식으로 목표를 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우선 시범사업을 운영하면서 제도의 개선점을 찾고 소비자 반응을 조사한 뒤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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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평원은 인증 돼지고기에 별도의 인증 표시를 부착해 판매하고 소비자 반응도 조사할 계획이다. 인증 표시는 돼지고기 이력제와 연계한다. 생산관리 인증이 프리미엄 돼지고기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지도 관심사다.
유 본부장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맛이나 품질에서 차이가 인정된다면 일정 부분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농가들은 경제적 이익만을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돼지고기를 생산한다는 자부심과 소명감이 큰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인증을 계속 주도하기보다 소비자단체 등 민간이 인증과 모니터링을 맡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유 본부장의 구상이다.
유임종 소비지원본부장은 "공공기관은 제도의 기본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향후에는 소비자단체 등이 인증과 모니터링을 하는 방향도 생각할 수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일반 돼지고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