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을 맛보게 해주는 마라맛 DC 바디 호러

지옥을 맛보게 해주는 마라맛 DC 바디 호러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6.10.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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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에 또다시 기대 걸게 하는 수작

DC 신작 영화 클레이페이스는 얼굴이 훼손된 배우 맷 헤이건이 나노세포 치료 후 신체 변형을 겪으며 벌어지는 복수극을 그린 호러 스릴러다. 마이크 플래너건이 각본에 참여하고 제임스 왓킨스가 연출을 맡아 배트맨 세계관과 바디 호러 장르를 매끄럽게 결합했다. 주연 배우 톰 리스 해리스는 변화무쌍한 연기로 비극적인 인물인 맷을 소화하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클레이 페이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클레이 페이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보스의 애인을 넘봤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주인공, 익숙하다. 뜻밖의 능력을 얻은 주인공이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영화도 많이 봤다. 배우인 주인공이 스타를 꿈꾸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도, 실험이나 욕망 때문에 괴물이 되어버리는 영화도 이미 많이 봤다. 클리셰가 되어 버린 이 모든 요소를 한데 뭉친 영화가 놀랍게도 수작이다. DC 신작 영화 ‘클레이페이스’는 올해 만난 호러 스릴러 가운데 대중적 재미를 갖춘 최고작으로 꼽을 만하다.

클레이페이스는 1940년 DC 코믹스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다. 고담시에서 배트맨과 대립하는 빌런으로 한 명이 아니라 여러 인물이 이 이름을 사용해 왔다. 대표 인물이 바실 카를로, 맷 헤이건, 프레스턴 페인이다. 최초의 클레이페이스인 바실 카를로는 공포영화 배우 출신으로, 처음에는 점토 가면과 분장, 변장 기술로 범죄를 저지르다가 이후 신체 변형 능력까지 갖춘 캐릭터로 발전했다. 맷 헤이건은 원작 코믹스에서는 보물 사냥꾼이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사고로 얼굴을 다친 배우로 각색됐다. 과학자 출신인 프레스턴 페인은 신체를 치료하려는 실험 끝에 몸이 변형되고, 접촉한 사람의 신체 조직을 녹이는 능력을 얻는다.

'클레이 페이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클레이 페이스',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DC 영화 ‘클레이페이스’는 여러 클레이페이스 중에서 맷 헤이건을 주인공으로 한 호러 스릴러다. 고담시 빈민가 출신으로 밑바닥에서 시작해 아카데미상 후보에까지 오른 배우 맷(톰 리스 해리스)은 성공을 눈앞에 두고 범죄 조직 일당에게 얼굴이 처참하게 훼손된다. 재건 수술도 실패하고 모든 것을 잃은 맷은 마지막 희망으로 재생의학 과학자 케이틀린(나오미 애키)를 찾아간다. 나노세포 치료로 얼굴을 되찾지만, 예상치 못한 신체 변형과 정신적 혼란을 겪는다.

맷 헤이건의 기원은 최고의 배트맨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하나로 꼽히는 ‘배트맨: 디 애니메이티드 시리즈’(1992~1995)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프라임비디오에서 서비스 중이다.) 시즌 1의 2부작 에피소드 ‘Feat of Clay’에서 맷은 실험적인 화장품을 사용해 망가진 외모를 회복하지만, 점토처럼 변하는 신체와 자유자재로 변신하는 능력을 얻는다. 브루스 웨인의 모습으로 변신하는가 하면, 클레이페이스가 되어 배트맨과 맞선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줄거리는 다르지만, 얼굴을 되찾으려던 배우가 약물에 의존하다 클레이페이스로 변하는 설정은 같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DC 영화라는 사실보다 바디 호러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는 데 있다. 조커나 베놈처럼 어둡고 기괴한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겠거니 생각했다가, 배트맨 세계관과 바디 호러 장르를 매끄럽게 결합한 결과물에 놀라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바디 호러의 대표작 ‘플라이’(1986)와 ‘더 씽’(1982), 최근작 ‘서브스턴스’(2024)까지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신체 훼손과 복수극이라는 점에서는 슈퍼히어로 호러 영화 ‘다크맨’(1990)과도 접점을 이룬다. 여러 장르에서 수없이 반복된 이야기가 무법지대 고담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면서 새로운 개연성과 개성을 얻는다.

예상을 뛰어넘는 ‘클레이페이스’의 토대를 다진 인물은 넷플릭스 시리즈 ‘힐 하우스의 유령’(2018), ‘어셔가의 몰락’(2023) 등으로 유명한 호러 장르의 대가 마이크 플래너건이다. 원안과 각본(호세인 아미니와 공동 작업)에 참여한 플래너건은 ‘배트맨: 디 애니메이티드 시리즈’의 에피소드 ‘Feat of Clay’에서 영감을 얻어 맷의 복수극을 구상했다. 애니메이션에서 수동적으로 그려졌던 맷을 능동적인 인물로 바꾼 점이 눈에 띈다. 연출은 고딕 호러 ‘우먼 인 블랙’(2012)과 심리 스릴러 ‘스픽 노 이블’(2024)을 만든 제임스 왓킨스 감독이 맡았다. 기괴한 신체 변형과 섬뜩한 장면 연출은 물론 로맨스와 유머까지 녹여내며 독특한 분위기의 고담 호러를 완성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주연으로 기용한 것도 ‘클레이페이스’의 한 수다. 이 영화를 통해 톰 리스 해리스를 새롭게 발견하는 관객도 많을 듯하다. 그가 연기한 맷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로 배우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얼굴을 잃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단독 주연작에서 다양한 변신을 소화해야 하는 배우 역할을 맡은 톰 리스 해리스는 순발력과 변화무쌍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처음엔 낯선 그의 얼굴이 유연한 얼굴로 바뀌다가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친근한 얼굴로 바뀌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카멜레온 같은 배우 톰 리스 해리스의 매력과 더불어 ‘미키 17’로 알려진 나오미 애키의 우아하면서도 깔끔한 연기도 기분 좋은 인상을 남긴다.

‘클레이페이스’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다. 신체 훼손과 변형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지만 불쾌감과 긴장감의 균형을 잘 맞췄다. 영화의 재미가 극대화된 장면은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이 명장면으로 꼽는 클럽 장면이다. 변신이라는 설정을 살려 맷이 다른 인물로 바뀌는 순간마다 놀라움과 쾌감이 교차한다. 한 배우가 자신이 맡은 캐릭터와 변신한 캐릭터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고 연기하는지 살피면서 장면의 묘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기대와 의문, 충격을 한꺼번에 선사하는 결말도 만족스럽다. DC 영화에 새바람을 일으키는 동시에 최근 주목받는 바디 호러의 매력을 담아낸 작품으로, 이번 할로윈 시즌 색다른 공포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 강력 추천한다.

정유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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