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재건축을 규제하느라 지방 재건축은 거의 고사상태입니다. 노후 단지들은 서서히 슬럼화되고 있습니다."
동부건설의 김경철 상무는 최근 지방 재건축 시장을 점검하고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이 같이 표현했다.
재건축은 규제가 많은데다 지어놔도 분양이 안되다 보니 건설사들이 지방 수주를 포기하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 역시 새 집을 기다리지 않고 중도에 현금 청산을 요구하고 있어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한다. 재건축 추진기간이 워낙 긴데다 준공돼도 전과 같은 프리미엄이 보장되지 않는 탓이다.
최영일 대구지역재건축재개발연합회장(수성지구 우방타운재건축조합장)은 "대구에서 현금청산을 원하는 조합원들은 전체 조합원의 절반을 넘거나 심하면 70~80%에 육박한다"면서 "현금청산 주택은 일반 분양 물량으로 돌려야 해 사업 위험부담이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노후 단지들이 재건축을 못하고 방치되면 주민들은 하나들 빠져나가고 결국 범죄가 우려되는 슬럼화가 진행된다.
사정이 이렇게 된데는 주민들의 성급함을 무시못한다. 재건축을 하면 돈을 벌것이란 얘기에 '축 재건축 추진' 현수막은 전국 곳곳의 노후 단지를 휩쓸었다.
그러나 서울 강남에만 한정해도 될 규제를 전국에 일괄 적용한 정부도 비판의 칼날을 면할 수 없다.
소형평형 의무비율이나 임대주택 의무비율, 층수 제한 등과 같은 규제가 지방의 피해를 키웠다고 건설업계는 지적한다.김 상무는 "소형이 필요한 곳은 소형을 짓고 중대형이 필요한 곳은 중대형을 공급하도록 시장 상황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슬럼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 결국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 지역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밖에 없다.
얼마전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미분양 사태와 관련, "적정한 시장가격에 비해 비싼 값에 상품을 내놓거나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데도 많은 상품을 한꺼번에 쏟아내 팔리지 않는 것은 시장원리"라고 했다. 정부가 주택경기 침체 책임의 원인으로 돌리는 바로 그 '시장 원리'를 시장은 간절히 보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