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회생가능한 건설사를 살리겠다던 워크아웃이 오히려 건설사의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기업회생이나 채권회수라는 목표와 상반되게 진행되는 워크아웃의 문제점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김수홍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 1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을 받고 워크아웃에 들어간 한 건설삽니다.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이지만 사무실은 밤을 잊었습니다.
워크아웃 본 약정을 체결하기 전까지, 실사 받을 준비에 휴일도 없이 매일 야근이 이어집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깝습니다. 대충 배달음식으로 때우며, 회의에 또 회의. 밤을 새워서라도 회사만 정상화될 수 있다면... 하나도 아깝지 않은 시간입니다.
[녹취] C등급 건설사 직원
"요즘 동료들이 잠도 잘 못자고 피곤한 모습으로 출근하는 걸 보면 마음도 아프고 한데... 서로 위안 삼으면서 좋은 결과 나오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최선을 다 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2
이 회사가 C등급 판정을 받은 지난달 20일. 포털사이트에 눈에 띄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회사 직원의 딸. 이제 중학교에 올라가는 나이라고 소개합니다.
부모들의 대화를 들었다고 합니다. 부쩍 힘들어 보이는 아버지가 걱정된다며 아버지 회사가 어떻게 되는건지 진지하게 묻습니다.
기특한 마음 씀씀이에 '괜찮다, 힘내라'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같은 회사 직원부터, 다른 직원의 자녀, 이 회사의 아파트 입주예정자, 심지어 주채권은행 담당자까지......
[인터뷰] C등급 건설사 부장
"딸 애가 아빠 힘내라고 편지도 보내주고, 연락 안 왔던 사람들도 힘내라고 메시지가 많이 오더라고요. 뭐 도와줄게 없냐, 참 안타깝다. 우릴 믿고 있다고 하니까 저희도 그분들 실망시키지 말아야죠."
# 3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신용위험평가를 통해 부실징후가 있는 C등급 건설사 11개와 퇴출등급 D등급 업체 한 곳을 선정했습니다.
C등급 11개 가운데 10곳은 기업개선작업,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1곳은 법정관리를 밟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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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가능기업으로 분류된 건 그나마 다행히지만 첫 관문을 통과한 셈입니다. 채권단을 납득시킬 수 있는 자구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서너 달의 실사를 거쳐 워크아웃 약정을 맺어야 본격적인 워크아웃 돌입입니다. 말 그대로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됩니다.
# 4
토목공사에 강했던 이 회사는 임원과 팀장급을 20% 넘게 감원했습니다. 남은 임원들도 10%씩 급여를 반납했습니다. 인원은 앞으로 더 줄일 예정입니다.
주택전문업체로 이름을 날린 이 회사도 임직원 봉급 4분의 1을 깎았고, 직원들은 돌아가며 무급휴가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조기졸업이란 목표를 위해 팔 수 있는 건 다 팔고, 줄일 수 있는 건 다 줄인다는 각옵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업체별 등급을 나눈 게 기업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살리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등급 업체는 조금만 지원을 받으면 회생가능성이 큰 업체란 설명입니다.
[녹취] 강정원 국민은행장
"채권금융기관은 기업의 회생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기업 회생을 위한 노력을 공동으로 전개해 나가겠습니다."
# 5
[기자 스탠드 업]
"하지만 이들 앞에 놓인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C등급 판정을 받은 것만으로도 각종 보증기관이나 신용평가기관들이 이미 퇴출 기업과 같은 취급을 하고 있다는 점은 회생의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 C등급 건설사가 리모델링을 끝낸 서울의 한 오피스건물입니다. 공사를 모두 마쳤지만 아직 잔금 40억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잔금을 받는데 필수적인 보증기관의 하자보수보증을 못 받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C등급 업체는 인천 청라지구에 다음달 아파트 분양을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분양 전에 꼭 받아야 할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을 받지 못해, 계획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인터뷰] C등급 업체 수주영업담당자
"예전에는 수주를 위해서 하루종일을 보냈으면, 현재는 그 외에, 수주를 받은 이후에 어떻게 보증서를 발급받을 것인가, 향후에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런 고민거리가 더 늘었죠."
# 6
하지만 보증주체들은 '워크아웃에 돌입할 지 아니면 퇴출될 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이권노 건설공제조합 홍보팀장
"경영정상화 약정이 체결되기 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조합으로서도 지금 단계에서 100% 업무를 개방한다는 건 굉장히 리스크가 큽니다. 경영정상화 약정이 체결된다면 업무 제한을 완화할 계획입니다."
워크아웃 약정을 체결하기 전까지 3~4달의 실사기간 동안 C등급 건설사들은 손을 놓고 있어야 할 처집니다.
[인터뷰] C등급 업체 관계자
"정부가 신용보강을 해주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서 기업개선약정 체결 전까지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7
주택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건설업체들의 활로는 공사비를 제때 받을 수 있는 공공부문 공삽니다.
4대강 정비사업, 경인운하사업을 비롯한 정부발주공사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지만 워크아웃 대상 기업들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신용평가기관들이 잇따라 워크아웃 대상기업들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CCC등급은 정부가 발주한 대형 공사엔 입찰조차 못하게 됩니다. 소규모 공사에 입찰하려 해도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최민수 /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상당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들이고.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가 있을 지언정 정부나 은행권에서 지원이 있다 하면 충분히 회생을 해서 건설업체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단기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 8
이러다보니 업계에선 회생가능 업체라던 C등급이 퇴출등급인 D등급과 다를 바 없다고 하소연이 나옵니다.
[인터뷰]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박사
"회생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향후에 101위에서 300위까지 등급을 공개할 때에는 퇴출이 확실한 D등급만 공표하고 나머지들은 금융기관과 건설업체가 아무문제 없이 자구노력을 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 건설업체 7곳은 기업 신용위험평가의 취지에 역행하는 대우를 받고 있다며 청와대 등에 공동으로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워크아웃 실사기간을 최대한 짧게 줄이고, 보증서 발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수습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국토해양부 관계자
"신규 공사하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든지 이런 것은 감안해서 보증기관을 통해서 조정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청와대에서도 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계부처가 여러군데 되다 보니까"
# 9
회생가능등급을 받고도 부도 업체 취급을 받는 건설사들은 새로운 사업에 나서기도, 확보해 놓은 사업을 진행하기도, 쌓인 미분양을 털어내기도 힘든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기업회생과 채권회수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놓치고 있는 기업구조개선작업. 과연 누굴 위한 것인 지 근본적인 의문을 낳고 있습니다.
MTN 김수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