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건설사 실적부진에 차남 수감생활 '스트레스'

두산그룹 고(故) 박용오 전 회장(현 성지건설 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아직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성지건설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회사는 이날 오전까지도 박 회장의 자살 사실을 극구 부인하며 믿기지 않는 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선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는 사업 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꼽힌다. 1996~1998년 두산그룹 회장을 지낸 박 전 회장은 '형제의 난'으로 그룹을 떠난 뒤 2008년 시공순위 50위권의 성지건설을 인수해 경영에 복귀했다.
일단 굴지의 대기업 총수에서 중견 건설사 회장으로의 '위상 추락'은 심리적 위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더욱이 의욕적으로 인수한 성지건설의 실적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건설·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것과 맞물리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포린(For In)'이란 주택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아직 첫 사업을 벌이지도 못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지난해 65위로 10단계 추락했다. 영업이익도 올 1분기 9억2000만원, 2분기 18억5000만원에 그쳤다.
함께 인수된 여의도 파크센터 오피스텔은 미분양이 물량이 많아 최근 40% 분양가 할인이라는 파격적 할인을 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와 함께 아들의 수감생활도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의 차남 박중원씨는 주가 조작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현재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지건설 부사장 직에서도 물러났다. 박 회장은 평소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아들의 면회를 위해 구치소를 자주 찾으며 걱정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부사장은 이날 별세한 고 박 전 회장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항소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임시규)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두산그룹은 고 박 전 회장의 자살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오전 긴급 비상회의를 열어 장례절차 등을 논의했다. 두산 관계자는 "장례 절차는 "예우를 지키라"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의중에 따라 두산그룹이 책임지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