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규제 전봇대' 뽑자 <1>건설생산체계부문]②생산효율 저하시키는 분리발주
- 적용법도 제각각…행정력 낭비
최근 경기도 OO시 일대에 조성중인 택지개발지구내 한 아파트 공사에서 다 지어진 벽을 헐고 다시 짓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를 나눠 시공한 뒤 시운전한 결과 3개동이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아파트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는 재시공에 따른 공시기간 지연은 물론 그로 인해 늘어난 공사비까지 부담해야 했다.
문제는 이같은 해프닝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기공사와 정보통신공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같은 건축물이더라도 민간공사나 공공공사 예외없이 의무적으로 분리발주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처럼 두 공사를 분리발주함으로써 건설생산 효율성이 떨어지고 공공기관의 행정력이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두 공사간 연계시공이 어려워 공사비가 상승하고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건설관련 업종 분류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 건축물을 지을때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소방시설공사는 건축공사에 수반되는 공사다. 당연히 건설산업기본법(소관부처 국토해양부)을 적용받을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기공사는 전기공사법, 정보통신공사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소방시설공사는 소방시설공사업법 등 각기 다른 법의 적용을 받는다. 주무부처도 지식경제부(전기), 방송통신위원회(정보통신공사업법), 행정안전부(소방시설공사업법)로 제각각이다. 문화재수리공사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청이 관할한다.
이처럼 소관 법과 부처가 다르다보니 산업 발전보다는 부처간 업역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신시장 육성과 기술개발을 통한 산업발전보다는 부처별 보호주의 정책이 난무해 영세·소규모 중소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 것이다.
건설업계는 전기, 정보통신, 소방, 문화재수리업 등 공사관련 면허(등록)체계를 건설산업기본법으로 일원화하고 전기·정보통신공사의 의무 분리발주도 조속히 폐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도급 규제도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만연해 있다. 일반업체간 하도급 금지, 전문업체간 하도급 금지, 저가하도급 심사, 하도급계획서 제출 등 중첩규제가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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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하도급 계약금이 총 공사금액의 82%에 미달하는 경우 하수급인의 시공능력, 하도급 계약 내용의 적정성 등을 심사하는 '공공공사 하도급계약 적정성 의무심사'로 인해 82%에 맞추기 위한 이중계약서 작성 등의 불법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경제적 약자인 하도급업체를 보호해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하도급 단계수를 제한하거나 하도급 금액을 직접 제한하는 국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에는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시킨다는 취지하에 직종별·지역별 최저임금제도 도입이 시도되면서 공사비가 늘어나고 이 때문에 고용이 오히려 감소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생산체계 부문에 비현실적인 제도와 규제가 가해질 경우 불법생산 체계가 커져 오히려 부실시공과 불법하도급 등이 만연하고 공사비 증가와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