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결승선 반도 못왔죠"

"인생의 결승선 반도 못왔죠"

최윤아 기자
2011.09.28 10:05

[인터뷰]'마라톤 애호가' 유영선 두리건축 사장

- 사우디 우라이자 마라톤대회 우승 이색이력

- 인생도 '우여곡절'…막노동하며 빚 갚기도

- "힘든 이웃에 보금자리 지어주는 것이 목표"

숨을 쉴 때마다 모래바람이 코와 입으로 들어왔다. 급기야 어깨조차 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인생에 '포기'의 역사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1981년 사우디아라비아 우라이자 지역의 마라톤대회였다.

당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 바로 두리건축의 유영선 대표(58·사진)다. 현대건설 신입사원이던 유 대표는 직장 상사인 관리과장의 든든한 지원 속에 마라톤을 완주했다.

관리과장은 50일 동안 유 대표의 마라톤 연습에 동행하며 훈련을 도왔다. 그 결과 체감온도 50도를 오르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 대표는 1000명 넘는 참가자 가운데 마라톤을 1등으로 완주했다.

"돌이켜보면 마라톤만큼 인생도 쉽지 않았죠." 유 대표가 허공을 쳐다보며 말했다. 1남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았다. 중학교 진학도 어려워 포기했을 정도였다. 수학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인화해 친구들에게 팔고 남들이 읽다 버린 책을 포장해 되팔아가면서 겨우 중학교를 마쳤다.

야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시 임직원수가 1만5000명에 달하는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유 대표의 인생에도 평지가 이어지나 싶었다. 하지만 40대 중반에 접어들던 1990년대 말 그에게 가파른 오르막이 닥쳤다.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는 친구의 보증을 섰다가 그동안 모아뒀던 돈을 날렸다. 설상가상으로 적지 않은 지분을 투자한 친지의 공장까지 부도를 맞았다. 한강대교를 서성이는 일이 많았던 시기였다.

급한 불을 꺼보고자 퇴근하고 인력시장에 나갔다가 간절했던 '물 한모금'을 건네 받았다. 유 대표의 성실한 태도를 눈여겨보던 현장소장이 당시 받던 임금의 3배에 달하는 월급을 주겠다며 정식 입사를 제안한 것.

그는 "지금 돈으로 한달에 400만원에 달하던 이자로 허덕이던 때였는데 고맙게도 기회가 주어졌다"며 "다시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낮에는 현대건설 직원으로, 밤에는 공사현장 근로자로 일하면서 빚을 갚았다.

그렇게 다시 일어나 현재까지 속도를 내고 있는 유 대표지만 "아직 결승선까지 반도 못왔다"고 말한다. 유 대표는 현대건설을 퇴사하고 원룸 신축·리모델링 전문업체 두리건축을 차려 운영하고 있다.

하도급업체수만 수십개에 달할 정도로 해당 분야에선 주요 기업이다. 지인들의 주문만 선별해서 받아도 일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사업은 순항 중이다.

유 대표는 "마라톤이나 인생이나 꼭 한번 주저앉고 싶을 만큼 힘든 고비가 있다"며 "'악으로 깡으로'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인생목표의 반도 못이뤘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는 원룸과 고시원의 단점을 극복해 저소득층에게도 아늑한 보금자리를 지어주는 것, 그의 '피니시라인'(Finish line)이다.

↑두리건축 유영선 대표
↑두리건축 유영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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