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월급 절반털어 쪽방에 살라고?

[기자수첩]월급 절반털어 쪽방에 살라고?

민동훈 기자
2011.09.30 08:33

최근 분양되는 도시형생활주택을 보면 과연 '서민을 위한 주택'이 맞나 싶다. 서울 종로에서 중소업체가 분양하는 A도시형생활주택 전용면적 21.94㎡의 분양가는 평균 1억8385만원이다.

이 주택의 공급면적은 34.39㎡. 3.3㎡당 1767만원이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한 분양가는 3.3㎡당 2818만원에 달한다. 서울시내 아파트의 전용 3.3㎡당 평균 매매가가 1706만원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다.

 최근엔 이름난 건설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분양가가 더욱 뛰었다. 서초구 양재동에 들어선 H건설의 도시형생활주택은 19.99㎡의 분양가가 2억5000만원에 육박한다.

덕분에 임대료만 대폭 올랐다. 최근 분양하는 도시형생활주택 광고를 보면 임대수익률 7%가 가능하다며 월 임대료로 1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선전한다. 물론 실제로 월 100만원에 들어와 살겠다는 수요는 있다.

하지만 월세 100만원을 내고 들어온 세입자를 과연 서민으로 볼 수 있을까.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 신입사원의 초봉 평균은 2139만원이다. 단순 계산으로 월 178만원을 받는다.

이중 월급의 절반이 훨씬 넘는 돈을 월세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공제가 있긴 하지만 연간 300만원 한도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은 몇푼 안된다. 이쯤되면 서민주거안정이라는 정부의 도시형생활주택 도입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급격히 늘면서 주거환경도 악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주차기준 완화 등의 유인책을 남발하면서 주차공간 부족 사태는 피할 수 없어보인다. 방음 기준 등 건축규제 완화를 적용받았기 때문에 층간 소음은 물론 주변 도로에서 들려오는 소음도 감내해야 한다.

정부는 도시형생활주택 보급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주택기금을 통해 연 2% 저리로 건설자금을 지원해준다. 분양가상한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도심 노른자 위에 비싸게 분양해도 문제 삼지 않는다. 결국 주택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꼴이다.

반면 서민들은 연 4%가 넘는 고물가에 전·월세가격 급등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서민주거안정 차원에서 도입된 도시형생활주택이 오히려 서민생활을 위협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