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 조급증이 결국 화를 불렀다. 박원순 시장이 임대주택 공급확대와 부채감축을 위해 영입한 이종수 SH공사 사장이 시의 과도한 요구에 부담을 느껴 사의를 표한 것이다.
박 시장이 민간 출신의 이 사장을 영입한 이유는 장기간 미매각 상태로 남아 SH공사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는 마곡·문정지구와 은평뉴타운 미분양 아파트의 처리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시는 이 사장의 노하우를 활용하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를 밀어붙이면서도 정작 필요한 지원은 제때 해주지 않은 탓이다. 예컨대 이 사장이 요구한 'SH공사 재정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요구는 몇달째 시 공무원 책상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는 얼마 전 '임대주택 8만호+α 계획'을 내놨다.
비용 절감을 위해 낡은 공공청사 리모델링 등 갖은 아이디어가 포함됐지만 시와 SH공사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시는 올해 SH공사 채무감축 목표를 2조2000억원대로 잡았다. 현실적으로 5000억원 이상 감축이 어렵다는 SH공사의 의견은 무시됐다.
마곡지구와 문정지구 미매각 용지가 제대로 팔리기만 해도 2조2000억원대 채무감축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주문까지 나왔다.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알짜배기 땅을 굳이 헐값에 팔아 치워야 할 정도로 급박한 사안일까.
그러다보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박 시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수근거림도 나온다. 박 시장 입장에선 재선 여부가 불투명한 2014년말 기준 채무감축 목표보다는 올 연말 실적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시가 조급증을 부리다보면 채무감축은 '숫자놀음'에 빠질 우려가 크다.
일례로 SH공사 채무로 잡히는 공사채 발행 시기만 뒤로 미루더라도 겉보기에 채무는 크게 줄어든다. 임대주택 역시 임대료의 일부에 대해 저리융자를 알선해 주는 것을 공급 실적에 넣어 부풀리는 것 역시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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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이는 숫자보다 내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박 시장이 모르지는 않을 터. 지금이라도 실현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합리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우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