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뢰잃은 용산개발 '예고된 파행'

[기자수첩]신뢰잃은 용산개발 '예고된 파행'

전병윤 기자
2013.04.03 05:52

 지난달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던 서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최종 부도를 벗어나기 위한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디폴트의 결정타로 작용한 주주간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갈수록 증폭되고 있어서다.

 개발사업의 1대주주이자 땅주인인 코레일과 2대주주를 비롯한 주요 민간 출자회사들은 정상화 방안을 놓고 이견을 드러낸 채 날을 세우고 있다.

 민간출자회사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사업시행사인 '드림허브'가 사업 무산이나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일절 포기하라는 것과 사업의 해제 권한을 코레일이 쥐겠다는 조항이다.

 손실의 귀책사유를 따질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면 배임에 걸릴 수 있고 코레일이 이사회의 절반을 장악한 상황에서 사업 해제권마저 갖게 되면 민간출자회사들은 사실상 식물 상태에 빠진다는 주장이다.

 물론 코레일은 사업 정상화의 발목을 잡는 소송을 상호간 금지하자는 취지고 개별 회사가 각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고 항변한다. 요소마다 각자의 주장이 다르지만 중요한 건 양측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서로 어떤 얘기를 해도 받아들일 여지를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니 해명과 반박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코레일은 이달 4일까지 정상화 방안에 도장을 찍으라고 압박하지만 대부분 민간출자회사는 이를 거부할 움직임을 보인다.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이 물 건너가면 그 이후 과정은 또 다시 파행의 연속일 가능성이 높다. 양측은 적어도 오는 6월까지는 사업정상화를 위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대로라면 31조원 규모의 용산개발 사업은 최종 부도를 맞는다. 지금까지 투입된 1조원 가량의 투자금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각종 소송전의 빌미로 작용할 것이다.

 개발 기대감을 갖고 5년 넘게 기다려온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이다. 용산개발을 선반영한 주변 부동산값 급락 등의 부작용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지난 1일 정부는 침체된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용산개발사업이 엎어지는 순간 정부의 대책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될 수 있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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