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점포' 권리금 1억 껑충, 뜻밖의 이유는?

'작은 점포' 권리금 1억 껑충, 뜻밖의 이유는?

송학주 기자
2013.05.02 17:21

본격 '흡연규제' 앞두고 상가 지각변동… 소형 권리금 몇달새 1억↑, 대형 하락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입구에 금연 시행 현수막이 붙어 있다./사진=송학주 기자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입구에 금연 시행 현수막이 붙어 있다./사진=송학주 기자

 2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 인근 음식점 골목. '공시촌'(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이라 불리는 곳인 만큼 점심시간이 되자 한꺼번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삼삼오오 모여 찾아간 곳은 근처 고시식당과 밥집. 식사를 마친 이들은 식당옆 후미진 곳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운다. 벽에는 '금연구역', '고시원 앞 흡연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영광(25·가명)씨는 "요즘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다보니 밖에서 피울 수밖에 없다"며 "간혹 담배를 피우게 하는 작은 규모의 가게를 찾아 식사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 인근 먹자 골목 전경./사진=송학주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 인근 먹자 골목 전경./사진=송학주 기자

 지난해 말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이하 금연법)에 따라 대형 건축물과 대규모 상가 등 현행 금연구역을 포함해 국회, 법원 등 관공서 청사, 청소년수련원 등 어린이·청소년 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해당시설에 별도의 흡연실이 설치된 경우를 제외하곤 담배를 피울 수 없게 됐다.

 특히 음식점 금연은 단계적으로 실시해 면적이 150㎡를 넘지 않는 곳에서만 흡연할 수 있다. 내년 1월부터는 100㎡ 이상 음식점이 규제되고 2015년 1월부터는 모든 면적의 음식점에서 흡연이 금지된다. 계도기간이 끝나는 오는 6월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다만 일부 음식점 내 설치된 흡연석과 같이 '흡연구역이 유리벽 등으로 천장부터 바닥까지 차단돼 담배연기가 다른 공간으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설비를 갖춘 경우'에 한해 흡연실로 간주해 운영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2015년 1월부터는 흡연실을 폐쇄해야 한다.

 결국 다음달 금연법이 전면 시행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편의점, 음식점, PC방 등의 상가 시장도 커다란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해당 업체들의 매출 변화로 인한 경영악화뿐 아니라 상가 분양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인근 PC방 입구에 '전좌석금연'이란 문구가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인근 PC방 입구에 '전좌석금연'이란 문구가 눈에 띤다./사진=송학주 기자

 ◇흡연이 가른 상가시장 신풍속도…150㎡ 넘나 안넘나?

 실제 노량진 일대 몇몇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상가의 식당·주점 규모에 따라 권리금 차이가 적지 않다. 점포 면적이 90~100㎡인 치킨 호프점의 경우 몇달새 1억 이상 오른 곳이 있는 반면, 대부분 150㎡ 이상인 고깃집이나 퓨전주점의 권리금은 1억원 이상 빠졌다.

 통상 상가권리금은 입지·유동인구·층·향 등에 따른 접근성에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가 음식점내 흡연을 강력하게 제지하면서 흡연 가능 여부도 권리금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가시장에도 기피 업종이 생기고 소형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불황 여파에 더해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소규모 점포가 부담이 적어서다. 게다가 상가마다 하나씩은 꼭 있던 편의점이나 PC방 등은 금연법의 영향으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한 상가정보전문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점포 면적에 따라 흡연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통에 음식점 주인들도 흡연할 수 있는 곳이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경기침체와 금연법 등 외부요인으로 자영업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금연법 시행되면 장사 어쩌나…"

 노량진수산시장도 올 4월부터 전 구역에서 금연을 실시하고 있다. 보통 직장인들이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사서 '양념집'이라고 불리는 근처 식당에서 회식을 하곤 하는데 이번 조치로 손님이 줄었다고 음식점 업주들이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내 한 양념집 관계자는 "시장 지침상 담배 피우는 것을 금지하다보니 손님과 툭하면 다투기 일쑤"라며 "술을 파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건 영업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흡연실을 설치해야 하는 것에도 불만이 많다. 흡연실을 따로 만들려면 공사비가 들어가고 그 기간동안 장사를 못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노량진동 인근 H호프 사장은 "금연법이 시행된 이후 월 매출이 20%쯤 줄었다"며 "지금은 계도기간이어서 재떨이 대용으로 종이컵을 주고 있지만 다음달부터는 정말 큰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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