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억짜리 아파트 경매서 실수로 53억 썼다가…

4.8억짜리 아파트 경매서 실수로 53억 썼다가…

송학주 기자
2013.05.02 07:59

[기자수첩]실수를 용납치 않는 경매시장

A씨는 경기 수원의 한 아파트 경매에 참여했다. 이 아파트는 9억5000만원의 감정가로 경매시장에 나왔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인을 찾지 못하고 3차례나 유찰돼 최저가가 감정가 대비 51% 수준인 4억8640만원으로 떨어졌다.

A씨는 5억3280만원을 입찰가로 정하고 입찰기재표를 작성해 경매법정에 제출했다. A씨는 자신이 입찰한 아파트 물건번호가 호칭되자 숨을 죽였다. 이어 집행관이 호명한 낙찰자는 A씨였다. 하지만 낙찰의 기쁨도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입찰가격이 무려 53억2800만원이었던 것이다.

A씨는 즉시 법정 앞으로 뛰어나가 사정을 설명했다. A씨는 "5억3280만원을 입찰가로 기재하려 했는데 실수로 '0'을 하나 더 썼다"며 매각 불허 신청을 했다.

신청을 접수한 사법보좌관은 A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입찰가에 중대한 오기를 했다며 매각 불허 결정을 내렸고 수원지법 인가도 받아냈다. 이렇게 종결되는 듯했으나 이 사실을 인지한 해당 경매물건 채권자인 B씨가 법원 인가에 불복하고 항고에 나서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B씨는 "매각 불허 결정을 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입찰가의 오기를 이유로 매각 불허 결정을 한다면 정당한 입찰자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판에 넘겨져 항고심에서는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에서 벌어진 재항고심에서는 B씨가 승소했다.

송학주 기자.
송학주 기자.

대법원은 "부동산 경매절차에선 민사집행법에 규정된 사유가 아닌 이상 매각을 불허할 수 없다"며 "낙찰자 자신이 본래 기재하려고 한 입찰가보다 높은 가격을 기재했다는 사유는 어디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A씨는 입찰보증금인 4864만원(최저가의 10%)을 날리게 됐다. 이처럼 경매장에서 자주 보이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입찰가 기재다. 결론적으로 그것이 누가 봐도 실수였다는 상황이 입증되더라도 법원은 결국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매법정에선 실수를 하더라도 너그럽게 봐줄 것으로 믿는 이들이 있다. 이를 모르는 제2, 제3의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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