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임대주택리츠 2호' 1가구 2주택자 포함, 형평성 논란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7억원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50)는 2011년 집값이 오를 것이란 생각에 대출을 통해 송파구 방이동에 아파트 한 채를 8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2년새 아파트값이 6억원 초반대로 떨어진데다, 팔려고 내놨지만 입질조차 없어 대출이자 갚기도 빠듯하다. 최근 이 '애물단지'를 처리할 길이 열렸다. 정부가 '하우스푸어'(집이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실질적 소득이 줄어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들을 위해 보유주택을 사주는 '희망임대주택리츠'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올 초 진행된 1차 사업때는 1가구1주택자로 한정해 자격조건이 되지 않았지만, 이달 진행될 2차때는 김씨도 자격조건이 된다. 정부가 정한 일시적 1가구2주택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과연 김씨는 '하우스푸어'일까.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희망임대주택 제2호 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리츠)'를 설립하고 이달 11일부터 하우스푸어 주택 500가구를 추가 매입할 예정이지만 자격조건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시적 2주택자로 완화된 신청자격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희망임대주택리츠 2호'의 신청자격은 '1가구1주택자이거나 1가구1주택자가 다른 주택을 취득해 2주택이 된 경우로, 3년 이내에 어느 하나를 처분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김씨처럼 1가구2주택자가 된지 3년 이내면 신청자격을 갖게 돼 사실상 2주택자도 '하우스푸어'로 보고 있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1차 사업 당시 1가구1주택자만이 신청할 수 있어 다주택자들의 신청자격 완화 요구가 많았다"며 "하우스푸어 대책인만큼 모든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할 수 없어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 일시적 1가구2주택자 기준을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1가구1주택자'만으로 충분한데…진짜 '하우스푸어'는 외면
올 6월 첫번째 '희망임대주택리츠'를 신청받은 결과 집을 팔려는 하우스푸어는 총 500가구 모집에 1103건이 몰려 평균 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미 1가구1주택자만으로도 혜택을 기다리는 하우스푸어들이 넘쳐나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첫 사업에 대한 우려로 신청자가 적었음을 감안하면 2주택자에게도 자격을 준 2차 사업엔 훨씬 더 많은 집주인들이 몰릴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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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진짜 하우스푸어들이 혜택을 볼 여지가 줄게 된다. 1가구2주택자 중에는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후 거래가 되지 않아 이번 기회에 되팔려는 집주인들도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기존 주택을 팔지 않아도 돼 전·월세로 임대해 임대수익도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장용석 장대장부동산연구소 대표는 "투자목적으로 집을 두 채나 보유한 사람까지 혜택을 주는 건 이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기존에 갖고 있던 집이 팔리지 않아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를 가려낼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격산정 방식도 1가구2주택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택 소유자가 매도희망가격을 제시하고 감정평가를 거쳐 감정가격 대비 희망가 비율이 낮은 순으로 매입순위를 정하게 되는데 1가구2주택자가 더 낮은 가격을 적어낼 수 있어서다.
장 대표는 "보유주택이 하나인 경우 매도희망가격을 최대한 높여 써내는 반면, 집이 두 채 있는 경우 빨리 처분할 필요가 있으니 희망가를 낮춰 낼 가능성이 높다"며 "혜택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오히려 누리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도 이번 정책의 실효성을 반감시킨다. 1가구2주택자 중에는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확신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투자 목적으로 집을 마련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조건이 완화돼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 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모집 가구수가 한정돼 있어 정작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소외될 수 있다"며 "하우스푸어를 정확히 규정할 수 없다 보니 정부 정책조차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