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뉴타운·재개발 매몰비용(사업을 위해 투입된 후 회수할 수 없는 비용)과 관련, 사업 참여 건설업체의 법인세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됐지만 업계는 나머지 비용처리에 대한 부담감을 나타냈다.
4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1일 오전 뉴타운·재개발(이하 정비사업) 구역해제시 발생하는 매몰비용을 중앙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건설업체들이 추진주체에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매몰비용 전체를 비용(손금산입)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 매몰비용 중 법인세(22%)는 감면받고 나머지 비용에 대해 손실로 처리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는 이번 통과 법안에 따른 방법과 기존 방법 중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현행법상 사업이 무산될 경우 건설업체는 조합이나 해당 임원들에게 민사 소송을 통해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법안은 3개월 뒤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안에 따라 매몰비용을 처리할 경우 최종 금액은 시공사(건설업체)와 정비사업 추진주체간 합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와 관련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도 지난 1일 오전 본회의를 통과했다. 확정된 채권금액은 지자체장(시장·군수)에게 통보하면 된다.
주민동의에 따른 추진주체 해산신청 유효기간도 늘어났다. 추진 상황에 따라 올 1월31일(조합)과 8월1일(추진위원회)까지이던 기간을 각각 1년씩 연장했다. 그동안 매몰비용 처리에 대한 가닥이 잡히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실효성이 낮았다는 판단에서다.
여야는 앞서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건설업체 법인세를 감면해 매몰비용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선 같은 의견이었지만 주민에게 비용청구 할지에 대해 이견이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
전체 매몰비용에서 법인세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건설업체에 손실로 처리하는 방안(민주당)과 건설업체들이 조합원들에게 민사소송을 통해 매몰비용을 보존받은 뒤 남은 비용에 대해 법인세를 감면하는 방안(새누리당) 중 민주당 안으로 통과됐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서 건설사들은 법인세액이 낮아져 불량채권을 일부(22%) 회수하는 효과가 있고 조합원들은 대여금 상환압박에서 벗어나 뉴타운 사업을 청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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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합원들에게는 재산압류 등 악성부채로 전환되면서 사회갈등을 빚어왔던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법이 시행되면 1~2개월 가량의 건설업체-추진주체간 협의를 거쳐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에선 해당 법안의 책임 소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 매몰비용에서 법인세를 감면할 경우 조합이 주도했던 사업을 건설업체와 정부가 해결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조합원들에게 비용을 보존 받은 뒤 법인세를 감면받을 경우 건설업체-조합 임원-조합원간 줄소송으로 이어져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건설업계는 소송 등으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해당법안으로 매몰비용을 처리할 경우 금액부분에서 업체 부담이 큰 만큼 실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다. 결국 조합원들에게 비용을 최대한 보존받아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업체로선 수십억원 대의 나머지 비용이 엄청난 부담이다. 정비사업 추진에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기업이 쓰지도 않은 금액을 갚으라고 하는 건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다"며 "아직 본격적인 검토를 하진 않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한 관계자도 "사실 새로운 방안이 생겼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 법안으로 처리할지는 미지수다. 조합과 논의를 거쳐야 하는 부분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건설업체들이 이미지를 생각해 비용을 떠안을 수도 있지만 현재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시행은 다소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업 추진에 들어간 매몰비용은 통상 시공업체나 대행업체가 추진위원회나 조합(이하 추진주체)에 빌려주는 형태로 조달된다. 조합이나 소속 임원들이 보증을 서는 형태다.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까지 서울시내 추진주체가 있는 491개 구역 가운데 착공 이전인 조합 단계(291곳)인 구역의 10% 가량이 해산될 경우 법인세 감면 비용은 320억1000만원이다.
시가 운영 중인 정비사업 정보제공시스템(클린업시스템)내 한 조합당 평균 사용비용인 50억원으로 산정할 때 전체 매몰비용(1455억원) 중 법인세(22%)를 계산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