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울시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딜레마

[기자수첩]서울시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딜레마

지영호 기자
2014.02.03 06:25

 "처벌이 능사는 아니더군요."

 서울시 고위관계자가 부실시공업체나 불량자재를 납품하는 업체를 '일벌백계'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심스럽다며 털어놓은 말이다.

 기업은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유혹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다. 순간만 눈감으면 '이윤 극대화'란 달콤한 열매를 취할 수 있는 구조다. '걸려야 본전'쯤으로 치부하는 현실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사법당국이나 행정기관의 엄중한 처벌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길"이란 지적에 대해 이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공무원의 청탁비리가 한 번이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곧바로 직위해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산하기관에까지 확대 적용했다. 지난해 보도블록공사에 이어 올해는 도로포장공사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단 한 번의 적발로 입찰자격을 영구 박탈한다는 것으로, 서울시도 고민은 있다. 원청사의 퇴출은 하청사의 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건설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쉽게 퇴출명령을 내릴 수 없는 현실이다. 영세한 소형업체는 제도효과를 기대하기 더 어렵다. 현행법상 폐업 후 법인을 다시 만들면 입찰에 나서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어서다.

 때문에 시는 몇 가지 대안을 고민 중이다. 우선 비리업자 개인을 시장에서 영구퇴출하는 방법이다. 구조조정 등으로 재취업 수요가 많은 건설업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효과가 클 것이란 예상이다.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면 철거 및 재시공비용을 물려 금전적으로 막대한 손실이 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것이 근본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건설산업 종사자를 폄훼하는 '토건족'이란 용어가 있다. 근대화의 근간이자 외화획득의 일등공신이었던 건설업계의 공로는 잊혀진 지 오래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건설산업으로 연상되는 단어가 '부패와 부조리'로 뽑혔을 정도다. 결국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건설업계 종사자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짓밟힌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선 업계 스스로의 윤리의식 강화가 필수다. 제도가 막강하더라도 자존심, 자부심이 없다면 이윤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렵다. 건설업계의 자성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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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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