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가만 오르고 거래無…"열흘 만에 다시 3000만원 폭락"
- 집주인들 규제 완화 기대에 호가 오르락 내리락만 반복
- "정부대책 시장혼란만 가중, 아파트값 보합세 유지할 것"

"보름 동안 아파트값이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잠실동) S공인중개소 대표가 표현한 최근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값의 변화다.
5일 송파구 올림픽로 일대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추진단지 잠실주공5단지 82㎡(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지난달 14일 12억3000만원에 거래된 뒤 같은 달 22일 호가가 13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호가 급등에 매수세가 사라지자 매도자들은 호가를 낮췄고 이날 현재 13억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S공인중개소 대표는 "재건축 투자에 관심을 보인 예비 수요자들이 갑작스런 가격 급등에 매수를 포기하자 집주인도 가격 조정에 나섰다"며 "호가를 수천만원 낮췄지만 매수자는 여전히 가격이 높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시장활성화를 명분으로 가장 민감한 대책인 재건축규제완화방안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방안이 나오자마자 집주인들은 일제히 매물을 거둬들인 뒤 호가를 높였다. 이후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자 기세가 꺾이며 호가 조정에 들어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과 강남·송파권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 일대 재건축단지들이 국토부의 업무보고 직후인 2월 중순 이후 일제히 수천만원씩 호가를 높였다.
지난해 12월 5억5000만원(5층)에 거래된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35㎡는 2월초 거래가격이 5억8000만원(5층)으로 상승한 후 최고 6억1500만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이후 호가가 조정되면서 3월 들어 6억원 안팎으로 낮아졌다.
송파구 송파대로(가락동) 가락시영 40㎡도 지난달 20일 5억3500만원에 거래된 후 호가가 1000만원 상승했다 매수세가 없자 다시 이전 가격으로 복귀했다.
강남구 선릉로 H공인 대표는 "갑작스런 재건축대책이 호가를 끌어올려 오히려 거래를 주춤하게 만들었다"며 "그동안의 학습효과로 매수자들이 호가를 쫓기보다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재건축시장을 흔드는 규제완화책은 초과이익환수 폐지와 소형주택공급의무비율 조례 폐지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는 재건축에 따른 조합원의 개발이익이 가구당 3000만원을 넘어서면 최고 50%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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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주택공급의무비율에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있는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는 의무적으로 60㎡ 이하 주택을 20% 이상 공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건축으로 인한 기대수익률이 하락하고 소형주택 선호도가 떨어져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서 이득을 보는 사업장은 미미하다는 게 중론이지만 주택보유자들은 기대감을 호가에 곧바로 반영했다. 늘어날 것 같은 거래는 호가 상승으로 인해 다시 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송파구 올림픽로 P공인 대표는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해 12월 32건인 거래량이 1월에 이어 2월에도 15건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매몰돼 성급하게 내용을 발표하면서 혼란을 준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을 포함해 충분히 협의해야 할 정책이 '선발표 후조치'로 일관한다는 평가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설익은 재건축대책에 일부 투기꾼과 중개업소가 부추기면서 시장이 어수선하다"며 "정부는 재건축문제를 시장활성화 방안에 둘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도시계획적 문제로 풀도록 맡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전협의 없이 발표부터 하는 행태로 인해 시장은 제도 시행 전 갈팡질팡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며 "정책 발표의 부작용과 시행시점을 고려해 시장 혼란을 줄이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매수자 입장에선 재건축단지의 가격 변동을 좀더 느긋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궁극적으론 대책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고 가격 상승을 기대할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호가 상승과 하락은 가격조정을 위한 일시적 움직임"이라며 "대책의 영향도 미미하고 시장 상황도 개선된 것이 없어 재건축 아파트값은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