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합설립 인가만 나면 뭔가 될 것 같던 2000년대 초반 분위기와 완전히 다르죠. 거래는커녕 문의도 없어요."
개포우성, 선경, 미도 등 이른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빅3' 단지가 최근 나란히 정밀안전진단이나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정작 분위기는 냉랭했다. 18일 찾은 강남구 남부순환로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고 입을 모았다.
대치 미도아파트(한보미도맨션1·2차)를 거래하는 김범철 연세공인 대표는 "지난 5일 예비안전진단 통과 소식이 전해졌지만 매수희망자 전화는 1통도 받지 못했다. 분위기를 묻는 매도자들의 전화만 왔다"며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안전진단 심의를 통과해도 흔한 현수막조차 걸리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싸늘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 아파트는 올들어 1월 각각 2건(1차)과 5건(2차) 거래된 후 2월에는 단 1건도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밀안전진단' 벽을 넘어선 개포 우성아파트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대치 선경아파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현장에선 아파트값이 올랐는지 궁금한 집주인들이 중개업소 주변을 맴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조성진 윈공인중개소 대표는 "선경의 경우 2월에 7건의 거래가 있던 반면 이달 들어선 아직 1건의 거래도 없다. 개포 우성도 마찬가지"라며 "매도자들이 한 달 전보다 호가를 1억원씩 올리면서 거래가 끊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달 초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소형주택의무비율 완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집주인들이 일제히 호가를 높였지만 매수세가 붙지 않으면서 거래가 끊겼다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치동 일대 주민들은 호가만 올릴 뿐 정작 재건축 추진에는 다소 미온적"이라며 "무엇보다 재건축에 따른 준공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서울시내 재건축 추진단지의 안전진단 신청부터 사업시행 인가까지 소요된 기간은 평균 7년이다. 대치 선경 맞은편에 위치한 청실아파트의 경우 10년10개월 걸렸다. 게다가 정상적으로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사업시행 인가부터 준공까지 2년10개월 더 걸린다. 안전진단부터 입주까지 평균 10년가량 소요되는 셈이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2000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10년 만에야 안전진단을 통과해 조합설립인가 단계까지 오는데 14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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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 우성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이 낡으면 스스로 고쳐쓸 만큼 부유하고 주거연령층도 높아 장기간 소요되는 재건축사업을 번거로워하는 비율이 작지 않다"며 "추첨을 통해 새 아파트를 받는 점 때문에 전망 좋은 집을 보유한 이들도 재건축 추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강남의 대표적 재건축 완료 단지인 도곡렉슬조차 가격이 떨어지는 등 재건축단지의 매력이 반감된 시장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한다. 도곡렉슬 59㎡는 지난해 5월 7억원(14층)까지 거래됐지만 올 2월에는 6억6000만원(18층)에 거래돼 4000만원이 낮아졌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대치동 빅3의 경우 노후연도를 충족했더라도 모두 중대형으로 구성돼 '집을 넓힌다'는 재건축사업의 기본욕구가 많지 않은 곳"이라며 "호가만 높을 뿐 실제 수익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