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짱']<2>서울 금천구 관악벽산타운 2단지

"매일 20번씩 경찰차가 들락날락할 정도로 '블랙리스트'였죠. 임대단지여서 주민갈등이 심각했지만 이제는 정말 가족처럼 지냅니다. 작지만 텃밭을 가꾸면서 같이 일하다보니 가족이 됐어요."(홍종범 서울 금천구 관악벽산타운2단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
서울 관악산 자락에 위치한 판자촌 밀집지역이 2000년 5564가구의 대규모 아파트타운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당시 철거민과 장애인, 탈북자 등 사회적약자를 위해 공급된 564가구 규모의 관악벽산2단지 SH공사 영구임대아파트에는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수억원짜리 분양아파트 주민들과의 갈등, 사회적으로 소외됐다고 여긴 단지주민들 간의 문제도 심각했다. 사소한 문제도 신고나 민원으로 이어질 만큼 갈등의 골은 깊었다.

홍종범 임차인대표회의 회장(68·사진)은 "분양아파트 주민들은 '임대XX들'이라고 손가락질하며 출입문을 봉쇄하거나 도로를 차단하려고 했다"며 "뿐만 아니라 단지주민들의 피해의식이 심각해서 서로 싸우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1년 단지내 330㎡ 규모의 상가건물 옥상에 텃밭을 가꾸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옥상텃밭에 김장배추 500포기를 심었다. 김장철 시흥동 내 기초생활수급자와 인근 고아원 및 노인정, 장애인 시설에 기부하는 조건이었다.
주민갈등이 심각한 만큼 구청과 시의 설득도 있었지만 10년 넘게 이어진 단지 분위기를 반전시켜보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시와 구로부터 깊이 25~30㎝ 되는 상자 80여개와 500만원을 지원받았다. 나머지 비용은 사비를 털어내야 했다.
임대단지여서 재활용 수입을 거둬들이기 어렵고 수입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임차인대표회의도 대부분 사비로 운영 중이다. 첫해 임차인대표회의와 부녀회를 중심으로 10여명의 참여자가 꾸려졌지만 수확 결과는 사실상 실패였다. 배추 500포기를 거둬들이긴 했지만 포기당 2㎏ 정도의 그야말로 '헛배추'였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했다. 김장을 담가 150가구에 5㎏씩 나눠줬다. 하지만 그러고나니 주민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임대에 사는 자신들보다 어려운 사람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고 같이 일할수록 서로에 대한 마음도 조금씩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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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끼리 마음을 열고 동참하니 성과가 따라왔다. 2012년에는 150가구에 7㎏씩 김장배추를 전달했다. 2013년에는 800포기로 늘려 180가구에 10㎏씩 김장배추를 전달했다. 매년 구청장 등이 참석하는 김장담그기 행사도 열어 축제로 만들었다.
노하우가 생기자 배추를 심지 않는 시기에는 고추, 상추, 양배추 , 대파 등도 심어 기부하고 있다. 올해도 벌써 양배추 70㎏을 고아원에 기부했고 김장배추를 심어 180여가구에 전달할 계획이다.
홍 회장은 "4년밖에 안됐지만 같이 일하니까 서로 이해하고 인간적인 면을 보게 됐다"며 "주민들끼리 갈등이 없다보니 주변 분양단지와의 관계도 서서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문제가 없진 않지만 경찰신고도 확실히 줄어들었고 주민간 다툼도 많이 사라졌다"며 "주변에서도 칭찬해주고 인정해주니 임대아파트지만 오히려 자부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해당 단지는 지난해 25개 자치구 170여개 단지가 경쟁한 '서울시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사업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