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수지 과다 속에서 저성장과 저물가가 지속되는 불황형 흑자는 한국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는 모습이란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최경환 부총리는 '초이노믹스'(Choinomics)라 불리는 정책처방을 내놓았다. 41조원의 돈을 푸는 양적팽창과 규제완화로 내수활성화를 이끌어 장기불황을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특히 LTV와 DTI 손질을 국민의 체감경기를 여는 열쇠로 삼았다. 집을 더 많이 사고팔 수 있도록 은행 돈줄을 풀면 거시경제 전반을 되살리는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본 것이다. LTV 70%, DTI 60%로 완화되면 10조원의 가계신용 창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와 있다.
그렇다면 초이노믹스는 부동산시장을 발판으로 경기 전반의 활성화를 이끌어낼까? 불행하게도 그렇게 낙관할 수 없을 듯하다. 금번 DTI 한도 인상 혜택(50%→60%)은 수도권 전체가 아니라 서울지역에만 국한되고 LTV의 인상혜택(50∼60%→70%)도 그러하다. 따라서 서울의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지역)가 최대 수혜자라 한다. 서울의 강남3구 일대에 수도권 6억원 초과 아파트의 47.0%가 밀집돼 있다고 본다면 강남부동산을 위한 맞춤정책이라는 평가도 무리가 아니다. 최 부총리 지명 후 지난 2개월간 서울지역 아파트 시가총액은 4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강남3구가 절반 이상 차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호황기 부동산시장의 온기는 늘 강남에서 시작됐다. 금번 대책에서도 이를 기대한 것 같다. 강남발 부동산시장 붐이 과연 일까? 이 또한 낙관할 수 없을 듯하다. 대출규제 완화 효과는 대출자의 소득수준이나 매입 주택가격과 직접 관련되기 때문에 소득수준이나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예: 강북)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트리클다운 효과'(위에서 아래로 확산되는 효과)를 전제한다면 타 지역으로 언젠간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공급과잉, 미분양, 저소득층의 과도한 부채, 실소득 정체, 높은 주택가격 등은 강남발 붐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LTV, DTI 완화는 저소득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도움이 안 되는가? 그렇다. DTI, LTV 대폭 완화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주택매입보다 기존 유주택자의 갈아타기 혹은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매입에 더 유리하다. 대출규제를 완화해줘도 저소득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대출을 추가로 일으킬 여력이 없다.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에 관한 한 조사(2013년)를 보면 저소득층은 884만원의 가처분소득 중 56.6%인 500만원을 빚 갚는데 쓰다보니 생활 자체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대출로 집을 사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LTV, DTI 규제완화는 전·월세난 해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융규제 완화는 기본적으로 주택매입자를 위한 것이다. 매매를 활성화해 전·월세난 해소를 기대할 수 있지만 지난 7~8년간 지속된 유사정책의 추진결과를 보면 이는 비현실적이다. 전세난이 지난 6년여 동안 계속되면서 서울 전세가율이 현재 65.3%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은 매매 활성화에 올인한 정부정책의 결과다.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내놓는 방안을 얘기하지만 이 또한 주택가격 상승이 기대될 때나 가능한 것이다. 임대료 인상을 통해 자본이익에 대한 기대를 대신하려는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매입해 임대를 놓는다 하더라도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담보할 '안전한 임대주택'이 될 수 없다.
초이노믹스의 핵심문제는 '부채형 소비'다.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주요 선진국의 1.6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부채에 의한 내수진작은 가계소비를 종국엔 더 위축시키게 된다. 초이노믹스의 역설이다. 실질소득이 정체된 상태에서 대출에 의한 주택거래 증가는 주택가격의 거품문제(예: 하우스푸어, 은행부실화)를 불러온다. 해서 정부는 가계부채의 총량관리제(올초 정부는 5% 인하 목표 제시했음)를 도입하고 대출자의 신용상태 등을 감안해 LTV, DTI를 차등적용하는 섬세한 후속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매매활성화를 통한 전·월세문제 해결방식을 지양하고 저소득 무주택자들을 겨냥한 맞춤형 선진적 임대주택정책을 강도 높게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