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지계'(履霜之戒), '서리를 밟았다면 곧 겨울이 닥칠 징조'라는 뜻으로 장차 다가올 일에 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아쉽게도 우리 정부엔 해당되지 않는 고사성어인 듯싶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현지에서 국내 여러 건설기업 관계자를 만났다. 긴 시간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는데 결론은 하나였다. '장기플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중동에서 우리나라 건설기업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 높은 편이다. 경쟁력 있는 가격에 시공품질까지 우수한 편이니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발주처에서 나오는 '단순 시공'을 수주하는 식이라면 앞으로 5~10년 이상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실제로 최근 중동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수주실적은 점점 줄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5대 건설기업의 중동수주액은 5조3414억원. 정치적 혼란 등으로 중동시장 전체 발주가 줄었더라도 전년 동기 대비 28%나 감소한 결과다.
그 사이 정부는 신시장 개척을 명분으로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수주지원에 나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2~3년간 중동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한 지원인력을 빼서 아시아와 중남미로 돌린 것. 즉 중동시장에서 장기계획을 세워온 '중동건설인프라 수주지원센터'를 사실상 해체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고 정부의 공공기관부채 감축방침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건설업체들은 이 센터가 중동에서 해야 할 역할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예를 들면 경기 일산이나 분당신도시 개발 경험이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쿠웨이트나 UAE 등의 신도시 개발사업에서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타르 한 건설현장에서 만난 대형 건설기업 관계자는 "50도가 훌쩍 넘는 날씨와 어려운 환경 탓에 힘들지만 지금의 고생이 대한민국의 가치를 올린다는 자부심을 항상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땀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