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그룹 이어 현대건설도 주당 970원대 모두 처분… "경영권 분쟁 일단락"vs"신주인수권 향방 변수"

현대중공업(461,500원 ▼10,500 -2.22%)그룹에 이어 현대건설도 다음달로 예정된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불참하는 대신 신주인수권증서만 전량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범현대가는 현대상선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음은 물론, 신주인수권증서도 포기해온 터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신주인수권증서는 상장기업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시 기존주주가 다른 투자자에 우선해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기존주주는 유상증자를 포기하는 대신 이 증서를 팔아 지분 희석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23일 IB(투자은행)·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 지분 6.06%(지난해 9월말 기준) 보유한현대건설(161,800원 ▼6,800 -4.03%)은 이달 초 현대상선 신주인수권증서 169만7133주를 장외에서 전량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매가격은 주당 970원대로 총 16억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9일 현대상선 주요주주인현대중공업(461,500원 ▼10,500 -2.22%)(지분 12.85%)과 현대삼호중공업(5.75%)은 각각 신주인수권증서 359만8197주, 160만9719주를 장외에서 주당 970원에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인수자는 투자자문사인 시너지파트너스.
현대상선 주요주주로 있는 범현대가 모두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조건으로 신주인수권증서를 전량 처분한 것.
이와 관련 현대건설 고위관계자는 "자본거래 차원에서 처분한 것"이라며 "매각 상대방이나 거래조건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달리 매각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이유는 변동 지분율이 1%를 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현대건설은 설명했다.
범현대가 모두 현대상선의 신주인수권증서를 매각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현대상선은 해운업황 악화 등으로 수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범현대가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음은 물론 신주인수권증서도 매매하지 않고 포기했다.
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후 시작된 범현대가와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2006년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을 대량 인수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양측은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였지만, 현대그룹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현대상선의 지배력을 키우면서 최근엔 수면 아래로 잠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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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투자은행)업계에선 범현대가와 현대그룹간 경영권 분쟁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자 양측이 화해모드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신주인수권증서를 매입한다는 것은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것으로, 현대상선 입장에선 범현대가의 신주인수권 매각이 유상증자를 측면 지원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유상증자 불참으로 범현대가의 현대상선 지분율이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이번 딜에 정통한 IB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상황이 아니라면 자본거래 차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며 "유상증자에 따른 자금부담을 덜면서 현금까지 확보할 수 있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범현대가가 매각한 신주인수권증서의 최종 향방에 따라선 새로운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주인수권증서로 얻은 주식이 다시 범현대가나 우호세력으로 흘러들어갈 경우 경영권 분쟁이 이슈가 다시 터질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범현대가가 현대상선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지 않는 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완전히 종결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지적했다.
이와 관련 범현대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범현대가가 참여하지 않았어도 현대상선 유상증자는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며 "이번 거래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도 이날 공시를 통해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신주인수권증서 616만9632주 중 386만9632주를 증권사와 운용사 등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주인수권증서 매각은 유상증자에 따른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신주인수권증서를 전량 매각하지 않고 유상증자에도 일부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은 운영자금 조달과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보통주 3500만주, 총 2544억원 가량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청약일은 3월 4~5일 이틀간이며 실권주는 일반 공모한다. 대표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