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학생 목숨 담보한 임대수익률 '16%'

[기자수첩]대학생 목숨 담보한 임대수익률 '16%'

송학주 기자
2015.09.11 05:27

지난달 26일 대학생들의 주거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인근 한 다가구주택을 찾았다. 주변 시세(월 50만~60만원)보다 싼 값(월 30만~40만원)이어서 찾는 학생들이 많은 원룸 건물이었다.

지하층 3가구, 1층 7가구, 2층 6가구, 3층 8가구, 옥탑방 등 총 25가구 중 24가구에 대학생이 세들어 살고 있었다. 3층에서 옥탑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도 방문이 달려있었다.

실제 등기부등본에는 층당 연면적이 111.4㎡로 등재돼 있다. 3층의 경우 8가구를 단순 계산해도 한 가구당 14㎡가 채 되지 않는다. 복도와 공용 보일러실 등을 감안하면 실제 방 크기는 훨씬 작은데도 월세가 30만~4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가장 큰 옥탑방의 경우 50만원이다.

집주인은 이 건물을 2008년 3월 12억8500만원을 주고 샀다. 은행에서 대출을 6억5000만원가량 받았으니 실제 투자금은 6억3500만원이다. 방 1개당 보증금 200만원에 월 40만원을 감안하고 4% 금리로 대출받았다고 계산하면 임대수익률이 연 16%에 달한다.

물론 재산세 등 세금과 수선·관리비용, 공실 등은 계산하지 않은 수치지만 저금리 시대에 ‘알짜’ 투자상품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 같은 수익률이 가능했던 건 불법건축의 효과다.

등기부등본에는 1층부터 3층까지 주택 3가구만 등록돼 있지만 불법적으로 방을 쪼개고 증축해 인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학생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수익률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불법건축은 소방안전과 직결되는데 이동통로나 환기시설, 소방시설 등이 전무했다. 흔한 소화기 하나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방을 구해야 하는 학생들의 처지를 악용해 해마다 수억 원의 임대소득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올리는 셈이다. 이 원룸을 보러 왔던 한 학생은 “월세가 싸길래 보러왔다가 계단 위에 집이 지어져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무너지거나 불이 나면 탈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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